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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진리를 담은 이야기, 예술이 되다
로저 알러스 -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412호] 2015년 11월 03일 (화) 김하정 기자 hajung0206@kaist.ac.kr

사람들은 저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우선순위를 두고 살아가지만, 바쁜 현실에 치여 살다 보면 그런 가치를 잊기 쉽다. 하지만 결혼, 삶과 죽음, 선과 악 등의 중요한 문제와 맞닥뜨리면 자신의 가치관에 혼란을 겪으며, 현자의 지혜가 필요한 순간이 오기도 한다.

삶의 문제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칼릴 지브란의 대표작인 <예언자>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애니메이션이 상영 중이다. 책 <예언자> 속 삶의 통찰을 쉬운 말로 재구성한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에서는 예언자 무스타파가 이야기하는 삶의 지혜를 아름다운 영상 작품으로 만나볼 수 있다.

 

알미트라, 무스타파를 만나다

알미트라는 아버지를 여읜 뒤 말을 잃은 아이다. 알미트라의 엄마 카밀라는 알미트라를 학교에 보내려 하지만, 알미트라는 말을 듣지 않는다. 결국, 카밀라는 직장인 특수 감옥에 알미트라를 데리고 가게 된다. 특수 감옥에는 ‘대중을 선동한 죄’로 7년간 갇혀있는 시인, 무스타파가 있었다.

엄마의 허락 없이 무스타파의 방에 들어간 알미트라는 실수로 무스타파의 작품에 음료를 쏟는다. 이를 발견한 카밀라는 알미트라를 혼내지만, 무스타파는 진정한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관해 이야기 하며 알미트라의 행동을 이해해준다. 알미트라는 이런 무스타파에게 호감을 느끼고, 쉬운 비유로 풀어내는 무스타파의 이야기에도 관심을 갖는다.

 

무스타파가 전하는 삶의 진리

무스타파는 7년간의 감옥 생활을 마치고 고향으로 추방된다. 산 위의 감옥에서부터 항구까지 걸어가는 도중, 마을 사람들이 무스타파를 발견한다. 무스타파를 지도자처럼 여겼던 마을 사람들은, 무스타파의 석방을 축하하며 저마다 고민을 털어놓는다. 무스타파는 그들의 고민에 대한 답을 삶의 가치를 곁들인 비유로 설명한다. 무스타파는 결혼식 축사를 부탁한 부부에게 결혼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짝사랑의 고민에 빠진 남성에게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직접 고민을 해결해주기보다는 중요하게 여기고 살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일깨워준다.

이런 이야기는 각각 작은 애니메이션으로 그려진다. 서로 다른 예술가가 그려낸 8편의 이야기는 저마다의 특색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물감으로, 색연필로, 때로는 아라베스크 문양으로 무스타파의 이야기는 실체화되고, 추상적인 가치가 구체적인 삶의 목표로 전해진다. 이런 애니메이션들은 아름다운 화면과 노래가 어우러져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하다. 각각의 이야기는 같은 형식이 반복되지 않으면서도 이슬람 문화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곳곳에 사용해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가르침을 전하는 무스타파의 모습은 종교가 시작되는 장면을 보는 듯 하고, 관객들은 무스타파가 이야기하는 가치 속에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자유과 사상의 갈림길에서

무스타파를 몰래 따라가던 알미트라는, 무스타파가 고향으로 추방되기 위해 항구로 보내지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알미트라는 무스타파에게 이를 알리려 노력하지만 결국 무스타파는 항구 바로 앞에서 강제로 경찰청에 연행되고 만다.

이야기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빛도 함께 변한다. 마을 사람들에게 진리를 설파하던 낮과 저녁의 빛은 점점 옅어져 가고, 무스타파가 경찰청에 들어갈 무렵에는 거의 사라진다. 경찰은 무스타파에게 사상을 사람들에게 전달하지 않겠다는 각서에 서명하면 목숨은 살려주겠다는 제의를 한다. 자유와 사상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던 무스타파는 감옥에 찾아온 알미트라에게 자신의 작품을 지켜달라는 말을 남기고 의연하게 죽음을 맞는다.

영화의 세부적인 요소는 원작과 조금 다른 점도 있지만, 주인공의 입을 통해 진리를 전하는 구조는 같다. 하지만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 덕에 삶의 가치에 대한 비유와 진리에 대한 가르침이 조금 더 쉽게 다가온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여러 편의 짧은 애니메이션은 사랑, 죽음 등의 가치에 대한 명확한 주제를 드러내고 있다.

영화 속 무스타파의 목소리는 배우 리암 니슨이 맡았다. 안정감 있는 목소리가 영화 전체를 무게감 있게 이끌어나간다. 첼리스트 요요마가 연주를, 노래는 데미안 라이스 등의 가수가 맡아 예술적 완성도를 높였다.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가 단순히 책을 영상화한 작품이라고만 치부하기에는 아쉽다. 삶의 가치를 다시 바라보게 하면서도 그 자체로 한 편의 완성도 높은 예술작품인 이 영화는 분명 두고두고 꺼내 보고 싶은 작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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