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원 - <그대 정동진에 가면>

새해 첫날이면 사람들은 너도나도 해돋이를 보러 떠난다. 이런 해돋이 장소 중 가장 유명한 곳인 정동진은, 이제는 모두가 아는 관광지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조금 다른 기억이 담겨있는 곳일지도 모른다. 제5회 한무숙문학상 수상작 <그대 정동진에 가면>은 기억 속 첫사랑과 정동진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독자에게 새로운 정동진을 전한다.

주인공 석하는 정동진에 살다 중학교 때 서울로 이사해 그곳에서 살고 있다. 정동진 하면 사람들은 아름다운 풍경만을 떠올리지만, 석하에게 정동진은 그렇게 아름다운 기억만은 아니었다. 석하는 광맥을 찾아 산을 헤매던 아버지, 살림을 힘겹게 이어가던 어머니와 살았다. 진달래를 꺾어다 팔아 국수를 사고, 길가에 떨어진 석탄을 주우러 다니는 삶은 고달팠다. 그러면서도 석하는 광업소 소장의 딸, 미연을 좋아했다.

석하와 미연은 서로에게 호감을 보였지만 어린 마음은 엇갈리고, 석하가 이사가며 두 마음은 마주하지 못했다. 기억 속 미연과 어린 시절의 자신을 만날 준비가 된 석하는 정동진에서 미연을 찾는다. 극적이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만남이지만 그에 얽힌 이야기는 담담하게 다가온다.

작가가 그려낸 정동진의 모습은 네 가지 빛깔이다. 해변의 하얀 모래와 탄광의 검정, 더없이 파란 동해의 파도와 화비령의 빨간 꽃들. 작가는 관광지와 실제의 정동진을 대비시키고, 석하의 회상을 직접적이기보다는 에둘러 표현해 독자의 심상 속 정동진을 넓힌다.

석하의 기억 속 정동진역의 이름은 ‘정동역’이었다. 기억 속 정동역이 틀렸다는 것을, 정동진역은 처음부터 정동진역이었음을 알았을 때 석하의 실망감은 고향에의 아쉬움을 진하게 드러낸다. 석하는 왜곡된 기억과 달라져 버린 현실에서 좌절하지 않는다. 대신 독자들에게 정동진에 가거든, 관광지 정동진만이 아닌 힘겹게 살아갔던 사람들이 있던 곳임을 기억해달라는 당부를 전한다.

장소에 대한 이야기는 그 장소를 찾을 때마다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작가의 이야기는 정동진에 대한 강한 심상을 만들어낸다. 정동진에 가거든 이 책을 읽어보라. 상업화 되어버린 정동진을 한 꺼풀 벗겨, 그 아래 담겨있던 삶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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