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토 몬티엘 - <블러바드>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우리는 선택의 결과에 따라 다른 인생을 살아간다. 시간이 지나서야 오래전 주어졌던 기회를 돌아보지만, 가보지 않았던 길로 선뜻 나아가기는 두렵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굿윌헌팅>으로 알려진 배우 로빈 윌리엄스의 유작 <블러바드>가 상영 중이다. 영화 제목 블러바드는 가로수가 있는 넓은 길을 말한다. 영화는 인생의 갈림길에 봉착했을 때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사랑하는 아내와 소소하지만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던 60대 남성 놀란은 어느 날 밤, 운전을 하다가 낯선 도로 ‘블러바드’에 들어섰다. 자신이 평소 다니던 곳과 이상하리만큼 다른 분위기가 풍기던 그곳에서 한 젊은이 ‘레오’를 만나며 그의 인생에는 커다란 변화가 닥친다. 놀란은 자신과 다른 삶을 사는 레오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고, 그를 보듬어주고자 한다.

놀란은 레오와 기묘한 공생을 지속한다. 울리지 않는 핸드폰을 자꾸만 확인하고, 오지 않는 연락을 기다리며 잠든다. 마치 첫사랑에 빠진 소년처럼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레오가 아프면 가슴이 아프고, 그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이 모든 것이 놀란에게는 생경한 감정이다.

꿈을 잃은 채 성(性)을 팔며 살아가는 레오,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결혼생활을 지속해온 놀란. 둘은 다른 듯하면서도 닮아있다. 레오는 자신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놀란을 불편하게 여긴다. 다른 모든 사람처럼 놀란이 자신에게 원하는 것이 있다 생각하지만, 놀란은 그런 그를 그저 안아줄 뿐이다. 놀란은 레오와 한 잔의 커피를 함께할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내에게 비밀을 지키기는 쉽지 않다.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이성적으로 사랑하는 아내를 속이는 것은 마음이 아프다. 병상에 누워있는 놀란의 아버지도 그에게 심리적인 장애물로 작용한다. 레오와의 만남을 계속하며 고민하던 놀란은 비로소 자신을 속박하던 아버지에게 진실을 말한다. 아버지를 넘어설 때, 놀란은 더이상 숨길 필요 없는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되찾는다.

로빈 윌리엄스의 명연기는 잔잔한 영화에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섬세하면서 다정하고, 가끔은 폭발적으로 감정을 분출한다. 가족과 사회에게 상처 받은 레오를 보듬는 놀란은 인생의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서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이 “카르페디엠, 현재를 즐겨라”라고 학생들에게 외치던 모습이 겹쳐 보인다. 로빈 윌리엄스는 그의 마지막 영화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라고 말한다.

“가끔은 익숙한 곳을 떠나고 싶다”라고 말하던 놀란은 60대에 들어서서 인생의 갈림길에 선다. 안정된 직장도, 가족도 버리고 그는 다시 시작한다. 진정한 자신을 찾아 새로운 모험을 떠나기에 우리는 아직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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