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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보다 사실적으로, 예술의 경계를 허물다
[411호] 2015년 09월 22일 (화) 우윤지 기자 snailhorn@kaist.ac.kr
   
21c Hyperrealism - 숨쉬다

우리는 잘 그린 그림을 마치 사진 같다고 평한다. 그러나 사진보다 더 사실적으로 묘사된 그림은 이유 모를 거부감을 안겨준다. 하이퍼리얼리즘, 다른 말로 극사실주의는 시각의 한계를 넘은 극사실적 묘사를 통해 현실 이상의 의미를 보여주는 현대미술 사조이다. 대전시립미술관에서 <극사실주의 특별전 : 숨쉬다>가 진행 중이다. 독특한 발상으로 치밀하게 묘사된 작품에서 일상에 숨겨진 이면을 찾아볼 수 있다.

하이퍼리얼리즘은 1960년대에 팝아트의 현장성과 일상성을 뛰어넘는 새로운 시도로 등장했다. 하이퍼리얼리즘 작품은 삶의 불안과 고독을 담고 있으며 극사실적인 표현으로 현실을 초월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작가들은 현실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매체를 수용했고, 새로운 소재와 재료를 시도했다. 사진으로 표현할 수 없는 회화만의 고유한 성격을 활용한 그림, 그리고 더욱 정교해진 표현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말하는 조각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장에서 맞이하는 사실적인 작품들은 충격적이다. 마크 시잔의 작품은 기이한 분위기를 풍긴다. 주름살과 검버섯까지 표현되어있는 노인이 정말로 사람이 아닌 조각상인지 의심이 가기도 한다. <Conered>에서 구석에 앉아 세상을 응시하던 노인은 <Embrace>에서 같은 처지의 이와 교감하며 비로소 고독과 슬픔에서 해방된다. 서로를 부둥켜안은 두 사람의 모습은 어떠한 설명도 필요하지 않다. 마크 시잔의 작품은 냉혹한 시선에 맞서는 무기력한 현대인을 암시하며 관람객을 이질적인 세계로 인도한다.

하이퍼리얼리즘 작품은 미국의 대중문화를 유쾌하게 풍자하기도 한다. 마크 데니의 작품은 서로 다른 시대와 차원을 뛰어넘으며 현실과 예술의 관계를 탐구한다. 그는 피카소의 작품 <아비뇽의 처녀들>을 바라보는 금발의 치어리더 등 유명 작품 앞에 선 관람객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예술 속의 대중문화를 보여준다. 우리는 그림 속의 그림을 바라보며 작품의 또 다른 인물이 된다.

   
Marc Sijan, Embrace

21세기의 젊은 작가 샘 징크스가 재현한 ‘피에타’에서는 생의 한순간을 조용히 목도할 수 있다. 젊은 자신이 늙어서 죽은 자신을 안고 있는 모습은 죽음을 응시하고자 하는 생각을 나타낸다. 실리콘과 합성수지로 머리카락 한 올, 피부 속의 혈관까지 집요하게 재현된 우리의 삶은 두려움과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사진으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과 시대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회화 작품도 전시되어있다. 오랜 시간의 노력으로 그려진 작품은 더욱 정교한 묘사를 선보인다. 포토리얼리즘 작가 디에고 파지오는 무채색의 연필로 사진 속의 인물을 재탄생시켰다. 그의 그림은 절망과 분노로 울부짖는 여자의 표정을 극대화한다. 자신의 모습을 사진보다 자세히 묘사한 엘로이 라미로의 자화상도 만나볼 수 있다.

유년시절의 기억에 상상을 덧붙여 그려낸 파블로 루이즈의 작품 앞에 많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춘다. 그는 자신이 본 세상을 오랜 시간에 걸쳐 하나하나의 점으로 빼곡히 채워나간다. 정교한 점으로 인물의 감정을 포착한 그의 작품은 자연, 사랑, 꿈으로 가득한 세계를 묘사한다.

 

   
Pablo Jurado, Restraints

 

전시를 관람하다 보면 마치 회화와 조각이 살아 숨쉬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하이퍼리얼리즘은 실재보다 더 실재같은 외양 속에 새로운 인간성을 부여한다. 사라져가는 인간 영혼에 대한 경이를 보내는 작품 속에서 현대인의 고독을 잊을 수 있을 것이다.

 

장소 | 대전시립미술관
기간 | 2015.09.04.~ 2015.12.20.
요금 | 10,000원
시간 | 10:00 ~ 19:00
문의 | 042) 602-3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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