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이 시나브로 다가왔다. KAIST 합격 이후, 송년회와 모임마다 본의 아니게 주인공이 되었던 게 불과 엊그제 같다. 명문대에 입성하여 일류 공부를 하기 위한 그간의 노력이 수확을 거둔 셈이다. 소중한 모교가 될 KAIST이기에 기대, 바람과 우려가 교차한다.


KAIST는 교육과학경제도시로 방향을 선회한 세종시에 7천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행복도시 원안의 3배 규모로 제2캠퍼스가 들어서고 연구소와 대학원이 증설된다. 과학벨트의 중심에서 선도적 역할을 맡게 된 것은 물론이다. 향후 KAIST 생명과학분야의 비약적인 발전과 시설 투자, 각종 혜택이 기대된다. 이 과정에서, 대학 운영의 초점을 제2캠퍼스 증설에만 집중하여 자칫 재학생은 뒷전으로 밀려날까 우려된다. 특히 기숙사와 장학금 등 재학생에 대한 인프라는 그대로인 채, 증설과 맞물려 정원만 수백 명 늘어나는 식이라면 곤란하다.


KAIST는 전국 일간지 1면 탑 뉴스를 몇 번이고 장식하는 유일한 대학이다. KAIST가 세간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대학임을 방증한다. 하지만, 언론의 성향에 따라 기사의 내용이 상반되어 안타깝다. 보수 성향의 신문들은 KAIST의 고강도 개혁 드라이브를 환영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반면에 개혁 성향의 신문들은 학내에 산재된 부조리함과 구성원간의 갈등에 비중을 실어 조명했다. KAIST의 발전 소식에 기쁘면서도, 화음이 단절된 공론장에 대한 두려움은 비단 나만의 기우는 아닐 것이다.


KAIST에 대한 사회적 평판은 단연 최고다. 하지만 사회적 평판과 학내의 의견은 다소 다른 점이 있다. 수년 후 모교를 찾았을 때, 후배들에게 내 이름을 걸고 KAIST 입학을 자신 있게 권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가 상식과 함께 발전해야 한다. 학자금 걱정, 잠자리 걱정 없이 마음 놓고 연구하는 학교여야 한다. 학생이 학교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공부하는 학교여야 한다.


각 언론사의 대학평가에서 1위를 석권하는 KAIST. 대학평가의 하위 분야로는 국제화 부문, 교수평가 부문, 교육여건 부문, 사회평판 부문 등이 있다. KAIST는 이들 분야에서도 모두 상위권을 차지해 왔다. 대학평가에 '행복 부문'이 신설된다면, 나의 모교이기에, 기왕이면 KAIST가 '행복부문 1위'에 오르기를 소망한다. 10학번 새내기의 작은 바람이다.

경기과학고등학교 2학년 손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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