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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랑] 어둠에서 화해를 찾다
무라카미 하루키 - <애프터다크>
[410호] 2015년 09월 07일 (월) 황재진 기자 hjj4756@kaist.ac.kr

인간은 많은 사람과 소통하며 피어나는 기억들과 함께 살아간다. 우리가 타인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건 바로 이 ‘기억’ 덕분이다. 그런데 누군가와 함께한 기억이 통째로 사라진다면, 우리는 과연 관계를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까.

심야의 레스토랑에서 주인공 ‘마리’가 입을 열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까만 밤에서부터 하얗게 날이 밝기까지 일곱 시간, 어둠과 함께 허무가 내려앉고 폭력이 뒤덮인 도시의 단면이 그려진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예쁜 언니 ‘에리’와 똑똑하지만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동생 ‘마리’다.

하룻밤 동안 마리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대화한다. 주로 잠을 빼앗긴 채 밤을 지새우고 있는 사람들이다. 언니 에리는 왜 두 달째 잠에 빠져있는지, 사람들은 왜 긴 밤을 헤매는지 등 여러 의문점이 마리를 이끈다. 마리는 꼬리를 무는 수수께끼의 해답을 찾아 어둠에 잠긴 세상을 돌아다닌다. ‘밤의 사람들’을 만나며 기억을 더듬고, 마침내 그가 잊고 있었던 진실과 마주서게 된다. 기억을 인정하고 받아들였을 때, 둘은 화해하고 마냥 어두울 것만 같았던 밤은 빛을 되찾는다.

이 책을 보다 특별하게 해주는 요소는 ‘우리’라는 단어다. 하루키의 세계관은 ‘나’라는 화자를 사용하는 특징이 있었다. ‘우리’라는 화자를 사용하며 기존 작품과 다른 느낌을 가져옴에도, 독자는 글줄 속에 흐르는 음악에서 하루키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음악애호가이자 음반수집가로도 유명한 그의 소설에는 늘 음악이 흐른다. 장면마다 떠올리게 되는 음악 덕분에 독자들은 마치 영화를 읽는 양, 음악에 기대어 장면 하나하나를 생생히 떠올릴 수 있다.

책장이 넘어가는 동안, ‘우리’라고 명명된 카메라의 시선이 이야기를 주도한다. 멀리서 인물들을 조감하는가 하면, 때로는 근접하여 클로즈업을 시도한다. 작가는 어떠한 식으로든 설명을 더하거나 개입하지 않는다. 그저 독자들을 밤과 어둠의 이미지로 안내할 뿐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눈에 보이는 단순한 이야기에 실망해서는 안 된다. 작가가 무심한 듯 던져놓고 간 인물들의 행동, 소재 하나에도 의미가 깃들어 있다. 각 상징의 의미에 귀 기울일 때, 우린 어쩌면 책의 제목처럼 어둠 너머에 있는 진실한 이야기에 눈을 뜰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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