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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시 : 정치, 경제, 그리고 시간의 교감
[409호] 2015년 09월 01일 (화) 황재진 기자 hjj4756@kaist.ac.kr
   
표준시 : 정치, 경제, 그리고 시간의 교감

북한이 표준시 변경을 선언했다. 2015년 8월 15일 이후로 기존 표준시보다 30분 늦어진 '평양시'를 스기로 한 것이다. 북한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일제의 압박에 의해 30분 빨라진 표준시를 되돌린다고 설명했다.

표준시는 국가의 문화, 경제 전반 뿐만 아니라 주변 국가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표준시는 얹네 정립되었으며, 세계 각국에 표준시는 어떻게 적용되고 있을까. 표준시의 다양한 모습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살펴보자.

 

철도로 연결된 세상
현대인은 세계 각국의 시각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세계 어디를 여행하든 지금 고향의 시각이 어떻게 되는지 계산할 수 있다.
그러나 1884년 워싱턴 회의를 통해 표준시가 탄생하기 전은 현재와 사뭇 달랐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기준의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한마을에서 살다가 죽는 사람에게 세계 표준시라는 개념은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철도가 깔리고, 이동 거리가 대폭 증가하며 이러한 상황이 변했다. 철도 회사는 각 기준 역의 시간에 맞춰 철도 시간표를 작성했다. 이에 따라 많은 사람이 혼란을 겪게 되었다. 그리고 점차 세계 표준시의 필요성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리니치 자오선, 세계 시각의 기준이 되다
혼란 속에서 캐나다의 공학자, 샌포드 플레밍이 표준시 제정을 이끌었다. 플레밍은 19세기 말 베네치아와 로마에서 열린 세계 측지선 학회에서 표준시 체계를 확립하는 계기가 된 논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1884년, 본초 자오선 회의에서 영국 그리니치(Greenwich) 자오선이 세계 공통 자오선으로 채택된다.

그리니치 자오선이 표준이 된 과학적이고 엄밀한 이유는 없다. 30년 이상 영국 표준시의 기준으로 사용되었고, 미국 철도 회사도 이를 기준으로 시간을 표준화했기에 그 편의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자국 문화에 자긍심이 높은 프랑스의 경우, 영국 기준 표준시를 거부하다 1911년이 되어서야 그리니치 자오선을 인정했다.

UTC(Coordinated Universal Time)는 세계 표준시를 지칭하는 약자다. 그리니치를 지나는 경도 0도에서 표준 시각은 UTC+0:00이다. 그리고 경도 360도를 24등분하여 15도를 이동할 때마다 1시간의 시차를 가진다. 동경으로 15도 이동하면 표준시가 1시간 빨라지며, 서경으로 15도 이동하면 1시간 느려진다.


한반도의 표준시가 정착되기까지
한반도에 표준시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08년이다. 표준시가 제정되기 전에는 1434년 설치된 앙부일구를 통해 시각을 측정했다. 당시 서울의 시각은 지금보다 32분가량 늦은 UTC+8:28이었다.

1908년 처음 도입된 표준시는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동경 127.5도가 기준이었다. 그러나 1910년 한반도가 일제 치하가 되며 표준시도 바뀌었다. 1912년 조선총독부는 한반도의 표준시를 일본과 같은 동경 135도 기준으로 변경했다. 한반도의 시간을 일본과 통일하여 보다 편리하게 통치하기 위해서였다.

광복 이후 대한민국 정치, 경제, 문화 분야에서는 일제의 잔재를 제거하려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이에 따라 표준시를 한반도 기준의 표준시로 되돌리자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의견에 힘입어 1954년 대한민국의 표준시가 동경 127분 30도 기준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30여 년간 사용되었던 표준시의 급격한 변경은 여러 경제, 문화적 문제를 일으켰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과의 군사 협력에도 혼란이 생겼다. 결국, 1961년 대한민국 표준시의 기준은 동경 135도로 다시 돌아온다.

이 이후, 대한민국 표준시를 동경 127도 30분으로 되돌리자는 ‘표준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000, 2008, 2014년 총 3회에 걸쳐 국회에서 발의됐다. 하지만 UTC-5:00의 미국, UTC+9:00의 일본 등 대부분 표준시가 1시간 간격을 가진다는 점이 지적받았다. 또한, 북한 또한 동경 135도 기준을 사용한다는 점을 들어 개정안이 반대되었다.


정치와의 긴밀한 연관성
대부분 국가는 자국이 지나는 경도의 1시간 단위 표준시를 사용한다. 러시아, 미국, 캐나다 등 영토가 넓은 국가는 각 도시가 서로 다른 표준시를 가지기도 한다. 그러나 30분 단위, 15분 단위의 표준시를 사용하는 국가도 존재한다. 국가들이 이러한 표준시를 사용하는 데는 다양한 정치, 경제적 이유가 있다. 특히 근대 표준시 정립에는 정치적 요소가 크게 개입되었다. 인도는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하면서 30분 엇박자를 두었다. 네팔은 국경을 맞댄 인도에 예속되기 싫어서 인도보다 15분 빠른 표준시를 채택했다.

 

경제적 이득을 꾀하다
북한 말고도 가까운 시기에 표준시를 바꾼 대표적인 예시로 ‘사모아’가 있다.  날짜변경선 근처에 있는 사모아는 기존에 북미와 같은 날짜를 사용하는 UTC-11:00 시간대를 썼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와의 교역이 늘어나면서 주로 무역하는 국가들과 영업일이 맞지 않아 불편을 겪게 된다. 이러한 불편에서 오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 사모아는 2011년 12월 30일 하루를 없애고 표준시를 1일 앞당기는 조처를 했다. 이로 인해 관광 상품 소개는 ‘해가 가장 늦게 지는 나라’에서 ‘가장 먼저 아침을 맞는 나라’로 바뀌었다.

 

표준시의 틀을 깨는 중국
중국은 베이징 표준시 혹은 중국 표준시라 불리는 UTC+8:00를 사용한다. 1912년 중화민국 시기에는 다섯 가지의 표준시를 인정하였으나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후 표준시를 통일했다. 중국이 표준시를 통일한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서부 지역의 인구 밀도와 GDP가 낮아 굳이 시차를 둘 필요가 없다는 경제적 이유다. 두 번째는 각 지역의 시차를 인정하면 소수 민족과 자치구에 독립심을 고취해 분쟁의 빌미를 준다는 정치적 이유다.

이에 따라 중국에는 UTC+5:00부터 UTC+9:00까지의 시간대가 존재하게 되었다. 정오에 베이징에서는 해가 중천이지만 이때 신장 자치구에서는 아침을 시작한다. 또한,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아프가니스탄과는 표준시가 3시간 30분 차이가 난다.


북한이 표준시를 30분 앞당기면서 남측과 북측 사이에도 시차로 인한 다양한 문제가 생기게 되었다. 북한은 먼저 남북 교류 사업 중 하나인 개성공업지구의 입 출경 시간을 30분씩 늦출 것을 요구했다. 또한, 남북 간 연락사무소의 개시 통화 또한 오전 9시에서 9시 30분으로 30분 늦춰 이루어졌다.

이처럼 표준시는 국가의 경제, 문화, 군사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번 북한의 표준시 변경은 의미가 크다. 한반도에 미칠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실리와 명분을 모두 챙기려면 남북 간의 긴밀한 소통과 교류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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