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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책] 침묵, 말보다 강한 배려를 전하다
레자 미르카리미 - <하루>
[409호] 2015년 09월 01일 (화) 우윤지 기자 snailhorn@kaist.ac.kr

 

 
 
더 픽쳐스 제공

모르는 사람을 아무 대가 없이 지켜줄 수 있을까?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그를 보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종종 전해지는 현실 속의 미담은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이란 영화 <하루>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위한 한 남자의 배려를 보여준다.

늙은 택시 기사 유네스는 여느 날과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갑작스레 한 여인이 나타나 필사적으로 병원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한다. 병원에 도착해서 여인이 쓰러지고 유네스는 졸지에 그녀의 보호자가 된다. 유네스는 그녀가 임산부였고, 심한 폭행으로 배 속의 아이와 산모 모두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택시기사로서 할 일은 마쳤지만 유네스는 묘한 책임감을 느끼고, 여인의 곁을 지킨다. 여성의 병원비를 대신 내기도 하지만, 주위 사람들은 그가 여인을 폭행했다고 짐작하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이런 상황에도 그는 침묵으로 냉대를 견딘다.

수술실 밖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병원의 다른 산모들이 가족과 함께 출산의 기쁨을 나누는 동안 유네스는 소외된 여인의 병실을 바라본다. 수술비를 충당하기 위해 계획에 없던 새벽 운전도 감행한다. 영화는 긴 호흡으로 그 어떤 날보다 긴 ‘하루’를 담았다. 일상에서 벗어나 온전히 모르는 여인을 위해 보낸 ‘하루’,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자신을 희생하기에 길게만 느껴진다.

유네스는 여인의 이름, 사연 그 어느 것도 묻지 않고 그저 그녀의 안전한 출산을 기다린다. 그녀의 남편이 누구인지, 가해자가 누구인지는 그의 관심사가 아니다. 엄격한 이슬람국가인 이란에서 남편과 함께 병원에 오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로 그녀에게 무자비한 비난이 쏟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엄격한 수간호사는 모르는 사람에게 친절을 베푸는 유네스를 이해하지 못한다. 수술실의 여인에게 이 병원을 소개해준 지인도 전화로만 걱정한다고 말할 뿐, 도움을 주지 않는다. 가장 도움이 필요한 순간 도움을 주는 사람이 지인도, 가족도 아닌 우연히 만난 택시기사라는 사실은 역설적이다.

결국, 그녀가 수술 중에 운명했다는 소식을 듣고 유네스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무고한 그에게 비난이 쏟아지지만, 끝까지,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수도꼭지에서 간헐적으로 쏟아지는 물줄기는 이름 모를 여인을 향한 그의 조의를 간접적으로 묘사한다. 길었던 하루의 끝에 유네스는 여인의 딸을 안고 집으로 돌아간다.

영화의 첫머리에, 유네스는 법정 공방 중인 한 남자를 태운다. 상대방에게 불리한 증거가 많다며 협박전화를 하는 승객에게, 유네스는 차를 멈추고 내리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이다.

어둑한 병원과 택시, 두 장소만을 오가는 연출은 수수하고 단순한 삶 속의 배려를 보여준다. 성경에 등장하는 ‘착한 사마리아인’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약간은 익숙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어느 특별한 ‘하루’는 잔잔한 감동을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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