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주 - <일요일의 인문학>

일요일은 휴식을 주는 특별한 날이다. 많은 이가 일요일에는 긴장을 풀고 기운을 되찾는다. <일요일의 인문학>의 첫 장 문구,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책과 의자와 햇빛 그리고 일요일’은 책의 목적을 잘 드러낸다.

<일요일의 인문학>은 현대인, 여행, 노년, 니체 등 풍부한 소재를 여러 관점에서 이야기한다.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일깨우는, 일요일을 위한 일요일에 펼쳐 읽기 좋은 책이다. 책은 각양각색의 52가지 글로 구성되어 있다. 걷기, 여행, 요리 등 한 번쯤 생각해보았을 소재로 쓰인 글이다. 작가는 우리 주위를 둘러싼 소재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관점을 제시한다.

그 중 ‘나는 산책자다’에서 작가는 걷기의 즐거움을 말한다. 작가는 걸으며 시야에 들어오는 거리와 풍경을 보고, 듣고, 느끼는 과정에서 우리 내면이 채워진다고 말한다. 이는 정신의 나태를 예방하고 생각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걷는 행위가 속도와 기계에 대한 소극적 저항이자 전통과 느림에 대한 찬양이라는 풀이 역시 새롭다.

‘여행을 권함’에서는 여행의 의미를 전한다. 작가는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여럿이겠지만, 가장 큰 목적은 낯선 풍물과 만나는 설렘과 기쁨이라고 말한다. 또한, 여행은 새로운 시점이라는 선물을 준다는 점도 덧붙인다. 삶이 하나의 여행이라는 생각은 새롭지 않지만, 더 생생한 삶에 대한 열망을 품으라는 조언은 설득력 있다.

요리에 대한 독특한 고찰도 돋보인다. ‘요리는 인류 진화의 불꽃’에서 많은 행복한 기억이 맛있는 음식을 다른 이와 함께 먹었던 것과 관련 있다며, 먹는다는 행위에 생존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다. 그에 따르면 요리는 인류의 본능이자 순간을 축제로 만드는 삶의 기술이다. 요리에 대한 해학적이고 감각적인 묘사는 지금, 요리를 즐기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책 전반에서 시인인 작가의 감각적인 표현과 비평가로서의 깊이 있는 성찰이 두드러진다. 또한 작가, 철학자, 고전으로부터 빌린 풍부한 예시와 인용은 책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인문학은 이윤을 창출하는 데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일상을 인내로 보내는 이에게 자기 성찰의 계기와 앎의 기쁨을 줄 수는 있다. 이번 일요일 오후는 책과 함께 햇볕을 쬐며 보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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