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뇌 내 염증반응이 활발하다는 점에 주목해 유전자 발현량 분석… 우울증, 조현병, 조울증에는 서로 다른 유전자가 관여

바이오및뇌공학과 이도헌 교수 공동 연구팀이 주요 정신질환의 발병에 관계된 유전자군을 발견했다. 미국 스탠리 의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한 이 연구는 지난 6월 16일 네이처 출판그룹에서 발간하는 <몰리큘러 싸이키아트리(Molecular Psychiatry)>에 게재되었다.

아직 원인이 알려지지 않은 정신질환
우울증과 조현병, 조울증은 잘 알려진 정신질환이다. 우울증은 급격한 기분 전환, 조현병은 환상과 환청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한편 조울증은 조증 상태와 울증 상태가 반복되는 질환이다. 이 세 질병은 기분의 변화, 환청, 환시 등 공통 증상을 가진다. 지금까지 이 세 질병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으나 아직 그 원인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여러 유전자와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정신질환을 일으킨다고 생각하나, 정확히 어떤 유전자가 발병에 연관되어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환자의 뇌는 염증반응이 활발해
이번 연구는 우울증, 조현병, 조울증의 발병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유전자군을 찾아냈다. 연구팀은 뇌의 면역과 염증반응에 주목했다. 우울증, 조현병, 조울증 환자의 뇌에서 염증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뇌에서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질병의 원인일 것으로 예측한 연구팀은 공발현 네트워크 (coex-pression network)* 분석을 이용해 정신질환 환자의 뇌 내 염증반응에 연관된 유전자군을 탐색했다.

 

▲ 조울증에 관계된 유전자군과 그 기능 | 이도헌 교수 제공

공발현 네트워크로 밝혀낸 질병 원인
공발현 네트워크란 발현량이 동시에 변하는 유전자 집단을 찾는 기술이다. 기존 연구에서는 정신질환의 원인 유전자를 찾기 위해 정상인과 정신질환 환자의 전사체**를 비교해 유전자 각각의 발현량 차이를 분석했다. 이 경우 정상인과 환자의 유전자 발현량 차이가 커야 차이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공발현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발현량의 변화가 많지 않아도 질병에 연관된 유전자를 찾을 수 있다. 여러 유전자의 발현량을 동시에 분석해 유전자 간 상호작용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공발현 네트워크로 정신질환 환자에서 발현량이 달라지는 유전자군을 밝혔다.

세 질병에 서로 다른 유전자가 관여해
연구 결과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군이 세 질병마다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다. 우울증, 조현병, 조울증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군 사이에는 겹치는 유전자가 거의 없었다. 비슷한 증상을 가지므로 발병에 비슷한 유전자가 관여할 것이라는 이전의 생각이 틀린 셈이다. 연구팀은 유전자의 차이가 세 질병의 증상 차이를 만들 것으로 생각한다.

발병 유전자를 표적 삼는 치료제
이번 연구는 새로운 정신질환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열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정신질환 치료제는 표적 대상이 없는 약물이 대부분이며 치료 효과의 개인차가 심하다. 정확한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다양한 약물을 투여한 후 환자의 증상이 호전된 것을 골라 치료제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경세포 전달물질을 표적으로 삼는 치료제가 있기는 하지만, 치료 효과가 완전하지는 않다. 연구팀은 새로 발견된 유전자군을 표적으로 하는 약물이 정신질환의 치료에 효과를 보이리라 예측한다.

연구팀의 최종 목표는 발견된 유전자군을 바탕으로 질병에 효과적인 정신질환 치료제를 만드는 것이다. 아직 정신질환의 발병 과정이 밝혀진 것은 아니나, 이번 연구를 통해 질병 유발에 연관된 유전자군을 찾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연구에 참여한 황용득 학우는 “우리 사회는 정신질환에 대한 언급을 꺼리는 편이다”라며 “이번 연구가 정신질환 환자와 가족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밝혔다.

 

공발현 네트워크*
비슷한 발현 패턴을 보이는 유전자군을 찾는 기술. 특정 기능이나 대사경로에 연관된 유전자군을 찾을 수 있다

전사체(transcriptome)**
유전체의 전사 산물 전체. 세포 또는 조직에서 특정 순간 발현된 RNA 전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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