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이 밟는 마지막 단계, 원자로 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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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이 밟는 마지막 단계, 원자로 해체
  • 권민성 기자
  • 승인 2015.09.1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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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얼마 전까지 6곳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원자로 24기를 운영하여 전체 발전량의 30%에 달하는 전력을 생산했다. 전 세계의 원자력 발전이 총 발전량의 약 14%를 차지한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원자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우리나라에서 얼마 전 고리 1호기의 해체가 확정되어 논란이 일었다. 원자로를 해체하는 것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고, 해체 작업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원자로가 어떻게 운행되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해체되는지 알아보자

※현재 원자력 발전소에 쓰이는 원자로는 대부분 핵분열을 이용하므로, 본 기사에서는 핵분열을 이용한 원자로를 활용하는 원자력 발전소만을 다루도록 한다.

핵분열을 통해 전력 공급해
원자력 발전소는 핵분열이나 핵융합 등 원자 간의 상호작용으로 얻은 핵에너지를 이용해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소다. 이때 에너지를 생산하는 장치를 통틀어 원자로라고 부른다.
핵분열에는 주로 우라늄 원자가 쓰인다. 질량수가 235인 우라늄 원자가 중성자를 흡수하여 불안정해지면 에너지를 방출하면서 원자 두 개와 중성자 두세 개로 쪼개지며, 생성된 중성자는 다른 우라늄과 결합하여 또 다른 핵분열을 일으킨다. 이때 생성된 원자를 핵분열 생성물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핵분열 생성물은 불안정한 방사성 물질이므로, 방사선이라는 형태로 에너지를 발산한다. 또한, 핵분열 과정에서 생긴 중성자도 매우 불안정하므로, 쉽게 다른 물질과 결합해 물질에 영향을 준다. 이 두 가지가 바로 원자로 해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원자로의 수명을 줄이는 방사선
핵분열 생성물은 원자로 내부에 생성된다. 따라서 원자력 발전소를 오래 가동할수록, 즉 핵분열이 많이 진행될수록 원자로에 쌓인 핵분열 생성물은 늘어난다. 이렇게 방사성 물질이 쌓이면 원자로에서 인체에 해로운 방사선이 쏟아져 나오므로, 원자력 발전소를 설계할 때는 견고한 벽으로 원자로를 여러 겹 감싸 방사선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한다. 연료와 냉각재를 가두는 강철 벽인 압력 용기나 압력 용기를 둘러싼 콘크리트 벽도 그중 일부다. 문제는 핵분열에 참여하지 않고 원자로를 빠져나가는 중성자가 종종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성자는 원자로를 둘러싼 압력 용기와 충돌하여 압력 용기의 강도를 약하게 한다. 이러한 현상은 원자력 발전소의 수명은 단순한 기기의 노화나 환경의 영향뿐만 아니라, 원자로 자체의 영향도 고려하여 결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스페시먼으로 수명 예측해
이처럼 원자력 발전소는 다른 발전소와 달리 내부 건물이 방사선 때문에 얼마나 취약해졌는지 파악해야 한다. 특히 압력 용기는 방사성 물질을 에워싸는 건물 중 하나로, 교체와 수리도 어려워 원자력 발전소의 수명과 직결된다. 이때 사용하는 것이 스페시먼(specimen)이다. 스페시먼은 압력 용기와 같은 재질로 만든 강철 조각이다. 이를 압력 용기 내부의 연료 근처에 설치하면 스페시먼은 압력 용기보다 몇 배 더 많은 중성자를 받는다. 즉, 압력 용기보다 빠르게 강도가 약해진다. 따라서 스페시먼이 압력 용기보다 얼마나 많은 중성자를 받는지 알 수 있다면, 스페시먼의 강도 변화를 조사해 앞으로 압력 용기의 강도가 어떻게 변할지 예상할 수 있다.
원자력 공학자들은 이러한 방법과 원자로를 가동한 경험을 통해 압력 용기의 수명을 결정하는 주된 요인은 중성자와의 반응이며, 압력 용기의 수명은 대략 30년에서 40년 정도라고 추정했다. 물론 이는 추정치일 뿐, 원자력 발전소의 폐기를 결정하려면 정기 점검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기기의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하지만 원자로의 대략적인 수명을 알면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하는 시점을 예측할 수 있어 이를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방사성 물질을 표시하기 위한 조사
발전소가 가동 중일 때는 발전소 내부의 방사선 수치를 꼼꼼히 조사해야 한다. 이때 모은 자료는 발전소의 어느 장소가 방사선 수치가 높은지를 말해준다. 이 작업은 원자력 발전소의 상태를 조사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원자로를 해체할 때도 유용하다. 예를 들어, 원자로 주변에서 방사선량이 가장 적은 장소는 원자로 상부다. 따라서 이 장소는 원자로를 해체하기 위한 기계를 설치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축적된 자료를 이용하면 원자로 내부에서 새어 나온 냉각수 등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기기의 위치도 파악할 수 있다.

비용 고려한 계획 세워야 해
발전소 내부 방사선 수치를 조사한 뒤에는 이를 바탕으로 해체 계획을 세워야 한다. 우선 정해야 할 것은 해체 방식이다. 원자로 해체 방식에는 즉시해체, 지연해체, 매몰 등이 있다. 매몰은 사고가 발생해 가동이 멈춘 원자로에 주로 적용하는 방법으로, 원자로 위를 콘크리트 등 견고한 물질로 덮어 버리는 방법이다. 물론 이는 주변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므로,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 반면 즉시해체와 지연해체는 원자로 부지를 다시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복구할 수 있어 일반적으로는 이 두 방법을 택한다.
즉시해체는 원자로를 영구 정지시킨 후 바로 해체에 돌입하는 작업 방식으로, 약 15년 정도가 필요하다. 이 경우 해체에 드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며, 해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사성 물질 관리 비용이 적다. 또한, 원자로 부지를 복구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적다는 이점도 가진다.
반면 지연해체는 영구 정지 후 약 20년 정도를 기다린 후에 해체를 시작한다. 원자로에 남아있을 방사성 물질의 양이 어느 정도 줄었을 때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지연해체에는 약 60년 정도가 소요된다. 이 경우 작업자의 피폭량과 방사성 물질의 양을 줄일 수 있으며, 해체를 오랫동안 진행하므로 재정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사람과 로봇을 이용한 해체 작업
해체 방식이 결정되면, 다음에는 구체적인 해체 과정을 계획한다. 원자로 해체 작업은 크게 제염, 절단, 폐기물 처리로 구분할 수 있다. 이때 본격적으로 작업에 돌입하기 전에 어느 장소를 사람이 직접 작업할지, 로봇을 이용해 작업하지 정해야 한다. 사람이 직접 작업하면 고도의 기술이나 긴 준비 작업이 필요치 않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현재 방사선 방호복 제작 기술이 완벽하지 않아 방사선 수치가 높은 곳이나 작업이 오래 걸리는 장소에는 사람을 투입하기 힘들다. 이런 장소에는 로봇을 원격 제어하여 작업해야 하는데, 이 경우 작업을 준비할 때 많은 시간과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따라서 사람과 로봇이 작업할 장소를 적절히 분배해 원자로 해체에 드는 비용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폭량을 최소화해야 한다.

제염 작업으로 방사성 물질 줄여
제염(decontamination)이란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물질을 정화하는 작업을 말한다. 제염에는 다양한 도구를 이용할 수 있으며, 크게 화학적 제염과 기계적 제염으로 나눌 수 있다. 화학적 제염은 화학 반응을 이용해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주로 액체 상태의 화학 약품을 이용한다. 그와 달리 기계적 제염은 오염된 부분을 깎아내거나 분리하여 방사성 물질로서 폐기하는 방법이다. 일반적인 제염은 산, 알칼리, 산화제 등을 이용한 화학적 제염법을 이용하지만, 최근에는 레이저를 이용한 방법 등 여러 제염법도 등장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방사화된 물질 잘 구별해야 해
제염이 끝나면, 원자로 시설을 기계적으로 절단한 뒤 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이 남는다. 이때 중요한 것은 폐기물 중에 방사성 물질인 것과 아닌 것을 잘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콘크리트 벽은 원자로를 둘러싸고 있어 방사선은 콘크리트 벽을 빠져나가지 못한다. 하지만 콘크리트 내벽은 방사선에 노출될 수밖에 없으며, 이 때문에 콘크리트 벽 중에서 원자로에 가까운 부분은 방사성 물질로서 처분해야 한다. 하지만 방사성 물질을 폐기하는 것도 큰 비용이 들어, 모든 콘크리트 벽을 방사성 물질로 처리할 수는 없다. 따라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원자로의 각 부품이 방사성 물질인지를 판별해야 하며, 방사능을 띤 물질로 확인되면 방사선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밀폐하여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으로 옮긴다.

과거에 해체된 원자로 ①
: 미국의 쉬핑포트 원자력 발전소

앞서 소개한 해체 과정은 여태 세계적으로 원자로를 해체하면서 얻은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실제로 1986년에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파손된 체르노빌 발전소를 폐기할 때 사람들은 본격적으로 원자로의 뒤처리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당시 미국과 일본에서 진행하던 원자로 해체 작업에 주목했으며, 실제로 두 나라가 모은 자료는 이후 이뤄진 원자로 해체 작업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쉬핑포트 원자력 발전소는 1957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쉬핑포트에 건설되었다. 쉬핑포트 원자력 발전소는 개조를 거쳐 1982년까지 운행되었으나, 1985년부터 해체 작업이 시작되어 1989년에 완전히 폐쇄되었다. 해체 작업은 ▲부지를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복원할 것 ▲안전하게 해체할 것 ▲적절한 경비로 해체할 것 ▲이후 원자력 해체 작업에 유익한 자료를 제공할 것을 목표로 하였다. 당시 진행된 작업에서는 방사선에 많이 노출된 압력 용기를 절단하지 않은 채 분리해 경비를 아끼고 피폭량을 줄일 수 있었다. 또한, 원자로 주변 건물은 기계적 제염을 통해 정화했으며, 작업 중 발생한 먼지는 고성능 필터로 걸러냈다. 그 결과 쉬핑포트 원자력 발전소 해체 작업은 기존 기술만으로도 피폭량과 비용을 충분히 낮출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로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에 해체된 원자로 ②
: 일본의 JPDR

일본에서 최초로 가동한 원자력 발전소는 JPDR(Japan Power De-monstration Reactor)로, 1963년에 가동해 1976년 영구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일본은 JPDR을 운영하면서 많은 데이터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1986년부터 1996년까지 시행한 ‘해체 실제 시험’을 통해서도 원자력 연구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습득했다. JPDR은 ▲방사선 유출을 최대한 줄일 것 ▲방사성 폐기물의 부피를 줄일 것 ▲가능한 한 빠르게 해체할 것 ▲이후 원자로 해체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시험할 것 등을 원칙으로 해체되었다. 따라서 JPDR의 해체 작업은 크게 2단계로 나뉘어, 1단계에서는 기술을 개발하고 2단계에서는 이를 실제로 적용해보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우리나라는 PWR를 사용해
앞에서 소개한 사례는 두 나라가 초기에 진행한 원자로 해체다. 그렇다면 이번에 처음 해체에 돌입하는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우선 원자로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으나, 우리나라의 원자로는 모두 가압수형 원자로(Pressurized Wa-ter Reactor, 이하 PWR)다. PWR은 핵분열 에너지로 물을 먼저 가열하고, 가열된 물은 또다시 다른 관을 흐르는 물에 열을 전달해 증기를 생산한다. 이때 처음에 핵에너지를 직접 받는 물이 흐르는 곳을 1차 계통, 1차 계통수로부터 열을 받아 기화되는 물이 지나는 곳을 2차 계통이라고 부른다. 이때 1차 계통수는 원자로 온도를 낮게 유지하고 중성자의 속력을 낮추는 역할을 하므로 핵연료와 밀접해 있다. 즉, 1차 계통의 부품은 방사선에 오염된 경우가 많다. 한편 2차 계통은 방사선을 직접 받지 않으므로 오염도가 낮다.

계획 수립이 한창인 우리나라
고리 1호기도 역시 PWR으로, 한국수력원자원은(이하 한수원) 현재 이를 해체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은 원자로를 ▲영구 정지 준비 ▲해체 준비 ▲제염 ▲해체 ▲부지 복원 순으로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구 정지 준비는 원자로 해체를 위한 본격적인 대비를 뜻하며, 이 과정에서 법적 절차를 따라 해체 계획을 수립한다. 해체 준비는 원자로 폐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과정으로, 원자로를 영구 정지하고 핵연료 임시 저장 시설을 건설하는 등의 작업을 실행한다.
여태 밝힌 발표 자료를 살펴볼 때 고리 1호기에는 즉시해체를 시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즉시해체를 하면 피폭량은 지연해체보다 많을 수 있으나, 폐기물을 빠르게 폐기할 수 있어 부지를 재활용하기에 적합하다. 최근 해체 기술이 빠르게 발전해 국제적으로도 즉시해체를 장려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관련 기술과 계획이 모두 준비되는 대로 고리 1호기 해체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수원은 우리나라가 보유하지 않은 원자로 해체 기술을 2022년까지 확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우리 학교 원자력및양자공학과 박사과정 서영아 학우는 “우리나라가 원자로 해체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는 평이 많지만, 이를 확보하는 것은 그리 멀지 않은 날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앞서 살펴보았듯,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하는 과정은 방사선에 주의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발전소를 폐쇄하는 과정과 유사해 보인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첫 원자로 해체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효율적인 방호 기술이나 제염 기술 등 피폭량을 최대한 줄이는 방법일 것이다. 실제로 한수원을 비롯한 여러 연구실에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조만간 계획 실행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듯하다. 우리나라의 첫 원자로 해체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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