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대사공학으로 대장균의 포도당 대사 회로를 조절해… 기존의 석유 화학 공정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생산법 개발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교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미생물을 이용해 1,3-다이아미노프로판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는 지난달 11일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석유로 만드는 1,3-다이아미노프로판
1,3-다이아미노프로판(1,3-dia-minopropane, 1,3-DAP)은 에폭시 수지의 가교제, 의약품, 농약 등을 제작하는 데 사용되는 화학 물질로, 중합하면 나일론을 생성한다. 현재 1,3-DAP는 대부분 석유의 화학반응을 통해 얻고 있어 화석연료로 환경문제를 일으킨다는 한계가 있다.

대장균으로 1,3-DAP 생산 시도해
자연에는 1,3-DAP를 생산할 수 있는 생물이 여러 종 있고, 생산 대사 회로 역시 다양하다. 하지만 이러한 생물들은 필요할 때만 소량의 1,3-DAP를 만들고, 대부분 인체에 해롭다. 따라서 1,3-DAP를 대량 생산하는 데 이 생물들을 직접 사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이에 이 교수팀은 대장균을 유전자 조작해 1,3-DAP 생산을 시도했다. 자연 상태의 대장균은 1,3-DAP를 생산하는 대사 회로를 가지고 있지 않는데, 다른 생물의 대사 회로를 대장균에 삽입해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 1,3-DAP 생산을 위한 대사 회로 조절 | ⓒ 권용휘 기자

시스템 대사공학으로 대사회로 제어
다양한 1,3-DAP 대사 회로 중 대장균에 삽입했을 때 가장 효율이 높은 것을 찾기 위해 이 교수팀은 시스템 대사공학을 이용했다. 대사공학*을 한 단계 발전시킨 시스템 대사공학은 세포를 하나의 큰 시스템으로 생각해, 세포 내 모든 대사 회로를 제어함으로써 원하는 화합물을 대량 생산한다. 이 교수팀은 컴퓨터로 만든 가상 세포에 다양한 대사 회로를 삽입한 결과를 계산해, 대장균에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Acinetobacter baumannii)**라는 미생물이 가지고 있는 1,3-DAP 생산 회로 유전자를 삽입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삽입된 유전자가 포도당 대사 조절해
대장균의 포도당 대사 회로에는 포도당을 아스파테이트 세미알데히드(aspartate semialdehyde, ASA)로 합성하는 단계가 있다. 이때 유전자 조작된 대장균에서 삽입된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 유전자에 있는 효소가 ASA에 작용해 1,3-DAP를 만든다. 이후 교수팀은 추가로 대사 회로를 조절해 1,3-DAP의 생산량을 1L의 배양액 당 13g까지 증가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는 초기 실험의 생산량보다 대략 21배 늘어난 값이다.

상업화를 위해서는 생산성 증대 필요
하지만 이번 연구의 상업화는 아직 어렵다. 새로 개발된 생산법은 석유를 이용한 기존 생산법보다 생산량이 적기 때문이다. 1,3-DAP가 독성을 지녀 대량 생산할 때 생산체인 대장균을 죽게 한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문제다. 이 교수팀은 1,3-DAP를 추출할 수 있는 용매를 사용해 이를 해결하려 한다. 대사 회로가 삽입된 대장균에 물보다 1,3-DAP를 더 잘 녹이는 용매를 같이 넣어 발효시키는 것이다. 이 경우 생산된 1,3-DAP가 대장균 내에 저장되지 않고 곧바로 추출되므로 대장균의 죽음을 막을 수 있다.

이번 연구는 기존의 석유 기반 생산법을 대체할 수 있는 1,3-DAP의 생산법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논문 주저자 채동언 학우는 “1,3-DAP의 생산량과 생산성을 높이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라며 “대장균을 이용한 1,3-DAP 생산을 실제로 상업화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밝혔다. 

 

대사공학*
미생물의 대사 회로를 제어해 원하는 화합물을 생산하는 기술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
구형 박테리아. 식중독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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