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노산의 친수성, 소수성 성질만을 고려해 고분자 모델링 시도, 생체섬유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미시적 현상 분석해

기계공학과 유승화 교수 연구팀이 모델링으로 거미줄을 모사해 인공 생체섬유를 개발했다. 이 연구는 MIT, 플로리다 주립대, 터프츠 대와 공동으로 진행했으며, 지난 5월 28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대량 생산이 어려운 거미줄 섬유
거미줄은 소수성 아미노산과 친수성 아미노산이 번갈아 연결된 단백질의 수용액이 거미 몸 속 실관을 따라 흐르며 고체화돼 만들어진다. 강도와 인성이 좋아 섬유로써 거미줄이 주목받는 데 반해 거미로부터 거미줄을 대량 생산하기는 어렵다. 거미는 군집생활을 하지 않으며 서로를 공격하는 습성이 있어 사육이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쉽게 배양할 수 있는 박테리아에 거미줄 단백질 유전자를 삽입해 섬유를 만들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새로운 방식의 모델링과 실험 병행해
연구팀은 대장균을 유전자 조작해 얻은 거미줄 단백질로 섬유를 만들고자 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거미줄 단백질을 모델링해 실험에서 일어나는 미시적 현상을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분자의 행동을 예측할 때는 분자동역학을 이용한다. 하지만 이 방법은 물질을 구성하는 모든 원자를 고려하므로 단백질보다 훨씬 작은 크기에만 적용할 수 있으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에 연구팀은 아미노산의 원자 각각을 고려하는 대신 친수성, 소수성이라는 성질만을 고려해 전체 단백질을 표현한 모델링을 시도했다. 이 방법으로 연구팀은 친수성 아미노산, 소수성 아미노산, 그리고 단백질이 녹아 있는 물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모델링 했다.

▲ 단백질 길이에 따른 섬유 형성 시뮬레이션 결과 | 유승화 교수 제공

대장균 유전자 조작으로 얻은 단백질
연구팀은 대장균에 거미줄 단백질 유전자를 삽입했다. 하지만 단백질의 크기가 너무 커, 삽입된 유전자가 발현되자 대장균이 살아남지 못했다. 이에 연구팀은 암호화된 단백질의 길이를 1/10로 줄인 유전자를 대장균에 삽입했다. 거미줄 단백질의 길이를 줄이는 것은 소수성 아미노산과 친수성 아미노산의 반복 횟수를 줄이는 것이지 단백질의 성분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이 방법으로 단백질을 얻을 수는 있었지만, 생체 섬유의 강도는 약해졌다. 단백질 분자 사이의 상호작용 때문이었다. 연구팀은 모델링을 통해 단백질이 길수록 단백질 간 가교가 많이 형성돼 강도 높은 섬유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모델링으로 전단 유동의 역할 분석해
단백질을 추출해 섬유를 만드는 과정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거미 실관과 비슷한 미세유체장치로 섬유를 만들려 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 만든 관은 단백질 용액에 가할 수 있는 압력이 낮아 전단 유동*이 충분하지 않았고, 그 결과 섬유가 잘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주사기로 압력을 가해 전단 유동을 일으켜 생체섬유를 만들었다. 섬유 형성에서 전단 유동의 역할도 모델링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전단 유동은 엉켜 있는 단백질을 풀어 주는 역할을 했다. 풀어진 단백질은 서로 연결되기 쉬워 전단 유동이 있는 환경에서 섬유가 더 잘 생성된 것이다.

섬유에 영향 미치는 아미노산 성분비
연구팀은 단백질에서 소수성 아미노산과 친수성 아미노산이 이루는 비율과 섬유 형성 사이의 관계 역시 모델링을 통해 분석했다. 자연적인 거미줄 단백질에서 소수성 아미노산과 친수성 아미노산의 양은 거의 비슷하다. 이때 섬유의 강도에 영향을 미치는 아미노산은 소수성 아미노산이므로, 연구팀은 소수성 아미노산의 비율을 높이면 섬유의 강도가 커지리라 예측했다. 하지만 모델링 결과 소수성 아미노산의 비율이 높아지면 물에 대한 단백질의 용해도가 낮아져 섬유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실험 결과 역시 이와 같았다.

이번 연구는 실험과 모델링을 병행해 섬유 형성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또한, 이 섬유는 바이오메디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유 교수는 “개발된 섬유는 아직 천연 거미줄보다 강도가 약하다”라며 “강도, 신축성, 인성 등을 원하는 대로 조절한 인공 생체섬유를 만들고 응용 방안을 탐색할 것이다”라고 향후 목표를 밝혔다. 

 

전단 유동*
유체가 흐를 때 외부의 힘에 의해 가장자리와 중앙의 유속이 달라지는 현상. 가장자리일수록 속도가 느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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