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무하는 상표 도용, 규제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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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무하는 상표 도용, 규제는 어디에
  • 이준한 기자
  • 승인 2015.09.02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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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두 달간 학내 커뮤니티 ARA와 대나무숲은 둔산동 소재의 한 사설학원 때문에 들썩였다. ARA에 우리 학교 이름을 학원 명으로 사용하는 C 수학학원의 구인 공고 글이 올라왔다. 이에 학우들은 우리 학교 동문이 아닌데도 학교 이름을 도용하는 해당 업체가 학교의 이름을 먹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우리 학교는 규제를 제대로 하지 않느냐는 비판도 있었다.

범람하는 ‘카이스트 학원’

한 유명 포털에 ‘카이스트 학원’을 검색하면 우리 학교의 이름을 사용하는 학원이 100개를 넘는다. 이들은 모두 우리 학교와 상표 사용 계약을 맺지 않고 무단 도용한 업체들이다. 이 경우 상표법 제93조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이 물리게 된다.

문제없다는 학원들의 반응

현재 대전광역시에서 ‘KAIST’를 학원 이름에 포함시킨 업체는 총 6개다. 문제를 일으켰던 C 수학학원 원장은 “지난 8월 중순경 학교에 의해 제지를 받았으며 오는 9월 말 외부 간판과 상표를 교체할 예정이다”라고 답했다.

본지에서 나머지 업체와의 접촉을 시도한 결과 대부분 업체는 우리 학교와 전혀 상관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구 둔산로에 있는 P 수학학원 원장은 “예전에 운영하던 사람이 KAIST 출신이었다”라며 “학원을 이어받아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본지와 접촉한 4개의 업체 모두 학교 이름을 사용하면 법적 제재가 가해진다는 사실을 몰랐다.

곳곳에서 쓰이는 ‘KAIST’

우리 학교 이름이 쓰이는 곳은 비단 학원뿐만이 아니다. 소위 ‘KAIST 연구진이 입증한 제품’을 광고에 사용하는 행위가 문제 된다. 박승빈 대외부총장은 “다른 것은 몰라도 우리 학교가 연구중심대학인만큼 KAIST가 입증한 제품이라고 광고하는 행위는 꼭 막아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KAIST의 지적인 이미지를 이용해 단어 암기장을 판매하거나 복권번호 추천 애플리케이션같은 상품을 판매하는 업체도 있었다.

이 경우 외에도 ‘KAIST’를 굳이 넣지 않고 우리 학교의 이름을 연상케 하는 상표를 등록하더라도 문제가 생긴다. 우리 학교 지식재산대학원 박성필 교수는 “상표권은 동일 상표뿐만 아니라 유사 상표에도 적용된다”라며 “업종이 다른 경우에도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해 상표권이 침해될 수 있다”라고 답했다.

없다시피한 규제, 있더라도 솜방망이

우리 학교는 해당 업체들을 방관하거나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현재 우리 학교 상표 관리 규정 제4조에 따르면 우리 학교의 상표를 사용하려면 산학협력단 산하 기술사업화센터와 계약해야 한다. 일정 계약기간동안 계약 업체는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며, 계약하지 않은 업체의 경우 제재가 가해진다. 기술사업화센터는 “1차적으로 KAIST가 들어간 상표 사용을 하지 말아달라고 권고한다”라며 “약 한달의 시간을 주었는데도 바꾸지 않을 경우 상표법 위반 등으로 법적 조치를 취한다”라고 전했다. 덧붙여 기술사업화센터는 “상표명이 KAIST를 연상시켜도 제재를 가한다”라며 “동문이어도 문제가 있다면 제재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들어오는 민원 턱없이 부족해

한편 올해 기술사업화센터에 들어온 민원은 총 3개에 불과하다. C 수학학원 말고도 우리 학교 동문이 운영하는 치과와 우리 학교 이름이 들어간 번역회사에 대한 민원이 들어왔다. 기술사업화센터는 “우리 학교의 경우 치과가 없기 때문에 잘못된 인식을 퍼뜨릴 수 있어 문제가 된다”라고 밝혔다. 치과의 경우 1차 조치가 내려졌지만 번역회사의 경우 “연락이 되질 않아 조치를 내리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본지에서 접촉한 결과 번역회사 측은 “회사명이 카이스트인 것은 학교와는 아무 관계 없다”라고 일축했다.

한편 학교는 그다지 문제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박 대외부총장은 “아직 외부 업체에 의해 우리 학교에 직접적인 피해가 가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라며 큰 문제는 아니라는 견해를 밝혔다. 박 대외부총장은 “만약 이번 S 수학학원 사태처럼 학교의 가치를 낮춘다는 여론이 형성될 경우는 강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기술사업화센터는 “안그래도 가하는 제재에 비해 도용 업체의 숫자가 많은 것 같다”라며 “외부 용역을 맡겨 대대적인 단속을 실시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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