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3일 우리 학교 기계공학과 정 아무개 학우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성적 비관, 연구 스트레스, 과제 떠넘기기 등 다양한 추측이 무성했지만 우리 학교는 조사 끝에 과제 떠넘기기에 대한 뚜렷한 근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여타 사건과 달리 사고조사위 발족

현장이 발견된 시각은 오후 6시 40분이다. 정 학우의 연구실 학생 2명이 발견 후 기숙사 사감에게 전달했고, 해당 사감은 우리 학교 방재팀에 연락했다. 학생지원팀과 위기대응팀은 학생사고위기관리시스템에 따라 사고 처리를 진행했다. 지난달 22일 오전 9시에는 정 학우가 소속된 기계공학과 건물 앞에 분향소가 설치되었고 같은 날 오전 10시에는 영결식이 진행되어 학우들의 조의가 이어졌다.

사고 다음날인 지난 6월 24일 비상대책회의가 열려 사후 조사가 시작되었지만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고, 정황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아 유가족이 추가 조사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여타 사건과 다르게 학생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고조사위)가 구성되었다. 사고조사위는 학생정책처장, 대학원총학생회(이하 원총)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위원장, 원총 인권센터장, 외부 교수 등으로 구성되었고 총 4번의 회의를 통해 정 학우가 연구실에서 인권 침해를 당했는지에 대한 조사가 심층적으로 이뤄졌다. 한편 유가족은 첫번째 회의는 참석했으나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외부에 유출하면 안된다는 내부 서약에는 동의할 수 없어 두번째부터는 참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가족의 의혹 제기

한편 지난 7월 7일 유가족이 한 외부 언론을 통해 정 학우의 죽음에 외부적인 요인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관련기사 쿠키뉴스150706, <카이스트 대학원생 자살, 정말 ‘학업 비관’ 때문이었을까>)곧이어 유가족이 학내 커뮤니티 ARA와 대나무숲에 정 학우가 연구실에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학교로부터 부적절한 언사를 들었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외부 보도와 유가족의 주장에 따르면 정 학우는 사고 발생 전 ▲연구실 동료로부터 무리한 과제 청탁을 받았으며 ▲본인의 일 외에도 세미나 2개와 과제를 추가적으로 진행했다. 또한 유가족 측은 연구실 지도 교수가 ▲유가족과 연구실 학우들의 대화를 제지했으며 ▲유가족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학교의 태도에 대해서도 유가족 측은 ▲“학교가 사고 사실을 바로 전하지 않고 정 학우의 신원을 묻고는 바로 끊었다”라고 증언했고 ▲사고 직후 학교로부터 “(사고를) 묻고 가는 것이 어떠냐”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학교가 사고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것이다.

 

연구실과 학교의 해명 이어져

그러나 정 학우가 소속된 연구실의 학우들은 ARA와 대나무숲을 통해 “지도교수님이 학생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연구실 활동 또한 학생들의 자율에 맡긴다”라고 해명했다. 원총 인권센터가 분류하는 인권실태 사례는 ▲사적 임무에 동원 ▲폭언 및 폭행 ▲지적재산권 침해 ▲연구비 횡령 등 총 7가지다. 이번 조사위에 참여한 박 비대위원장도 “각 항목별로 해당 학우가 인권 침해를 받았는지를 조사했으며 관련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라며 부당한 과제 떠넘기기는 없었다고 전했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담당 교수와 학교의 미흡한 대처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담당 교수가 유가족과 학우들의 대화를 제지하려한 행동에 대해서는 “학생과 유가족의 직접적인 접촉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라는 정신과 전문의의 조언 때문이었다고 연구실 동료들은 전했다.

학교는 실수를 인정했다. 신원을 묻고 바로 전화를 끊은 일과 “(사고를) 묻고 가는 것이 어떠냐”고 말한 일에 대해 이영훈 정책처장은 “전례와 사고 대처 준비가 부족해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라고 전했다.우리 학교는 평소 학우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책처장은 “스트레스 클리닉 인력을 확충시키고 사고 예방 정책을 조정하겠다”라며 “대학원생들을 위한 정책을 수정하려 논의 중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원총 비대위는 학우들이 평소 인권을 침해당하는 경우를 해결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학우들이 인권 실태를 거리낌없이 신고할 수 있는 ‘익명 카카오톡’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원총 비대위는 선후배 간 인권 침해를 방지하는 ‘랩간담회’ 또한 추진할 예정이라고 원총 비대위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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