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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런웨이에 꽃피다
프레드릭 청 - <디올 앤 아이>
[408호] 2015년 08월 18일 (화) 황재진 기자 hjj4756@kaist.ac.kr

 

   
영화사 진진 제공

시대의 흐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단연 패션이다. 흐름을 정확히 읽는 브랜드는 그 시대를 풍미하지만, 시대에 뒤처지는 브랜드는 도태되기 마련이다. 1950년대의 흐름을 읽고 ‘뉴 룩’ 등 패션 혁명을 일으켰던 브랜드 ‘크리스티앙 디오르’가 현대화의 문제에 봉착했을 때, 과연 그들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 했을까.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를 맡게 된 라프 시먼스는 남성적이고 단순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디자이너였다. 그런 그가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크리스티앙 디오르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는 시대의 관심사였다.

시먼스는 8주 뒤에 오트 쿠튀르 컬렉션이 열릴 때까지, 특유의 근대적이고 낭만적인 디자인이 지배하던 디오르에 현대적 디자인의 새 바람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책임을 안게된다. 완벽히 구사하지 못하는 프랑스어, 낯선 직원들, 경험 없는 모델로 인해 영화 초반 시먼스의 표정은 마냥 밝지 않다. 심지어 직원이 패션쇼 준비 중 뉴욕으로 떠나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시먼스 대신 직원들과 소통하며 작업장의 분위기를 책임지는 훌륭한 오른팔 피터르 뮐레르의 도움으로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나간다. 모든 일이 매끄럽지는 않지만, 창립자 디오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고, 추상화가의 작품으로 옷감을 디자인하며 시먼스는 그만의 독창적인 패션쇼를 준비한다.

화면에는 디오르의 작업현장과 시먼스의 스케치에서 한 벌씩 피어나가는 오트 쿠튀르의 모습이 연속해서 펼쳐진다. 마지막은 저택 전체가 생화로 수 놓인 패션쇼장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캣워크의 향연이 장식한다.

전통과 혁신을 동시에 연출한 촬영 기법이 영화의 특징이다. 동시대에 존재할 수 없는 두 요소를 연출하기 위해 영화는 창립자 디오르와 라프 시먼스를 대응시킨다. 디오르가 전통의 크리스티앙 디오르를 만들었다면, 시먼스는 혁신의 크리스티앙 디오르를 만든다고 해석한 것이다. 디오르가 브랜드를 창립하던 당시의 음성과 영상이 패션쇼를 준비하는 라프 시먼스의 모습과 부드럽게 교차한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디오르의 독창성을 우아하게 보여준다. 데뷔 컬렉션이 성공하며 시먼스와 함께 불안을 견딘 직원 한 명, 한 명의 환희가 감동을 전한다.

프랑스 영화 특유의 화사한 색감과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꿰뚫는 연출은 <디올 앤 아이>의 강력한 매력이다. 그러나 이 영화를 빛나게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크리스티앙 디오르 구성원들의 열정이다. 다큐멘터리 영화만의 연기되지 않은 그들 본연의 열정이 영화를 완성했다. 여러 사람의 노력과 열정이 피어나는 런웨이에서, 어쩌면 우리는 다시 오늘을 힘차게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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