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비정상적인 부분을 절제해 뇌전증 치료하려 한 기존 방법을 보완하고 뇌전증의 근본적인 원인 밝힌 유전체 DNA 분석

의과학대학원 이정호 교수팀이 난치성 뇌전증을 일으키는 국소대뇌피질이형성증(Focal Cortical Dysplasia, 이하 FCD)의 원인을 밝혔다. 이번 연구의 논문은 지난 3월 24일 의과학 분야 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게재되었다.

뇌에 문제 생겨 발작 일으키는 뇌전증
뇌전증(腦電症)은 흔히 간질이라고 불리는 뇌 질환이다. 뉴런은 서로 시냅스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전기적,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는다. 이때 물리적 충격, 고열, 뇌 질환 등의 이유로 몇몇 뉴런에서 과한 전기적 활성이 일어나면 시냅스를 통해 뇌 전체로 반응이 퍼져 발작을 일으킨다. 이러한 발작이 계속 나타나는 질환을 뇌전증이라고 부른다.

FCD가 난치성 뇌전증을 유발해
뇌전증 환자 중에는 어떤 약물을 처방해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이러한 환자들은 난치성 뇌전증을 앓고 있다고 말한다. 뇌전증 환자 중 20~30% 정도가 난치성 뇌전증을 앓으며, 이 경우 약물치료보다는 수술을 시도한다. 의학계는 뇌파 검사와 MRI 검사를 통해 비정상적인 뇌 일부를 찾아내 제거하면 뇌전증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아냈다. 하지만 이는 뇌전증의 근본적인 원인을 밝힌 것도 아니었고, 비정상적인 부분이 뇌의 중요 부위와 가까울 경우 수술도 힘들어 완전한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또한, 수술 후에도 완치되지 않은 환자가 30~40%에 이를 만큼 성공률이 높지 않았다.
난치성 뇌전증의 원인으로는 뇌 발달 장애의 일종인 FCD*가 알려졌다.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뇌를 MRI로 관찰하면 대부분 비정상적인 대뇌세포를 관찰할 수 있는데, 이러한 증상을 FCD라고 말한다. 하지만 FCD에 대해서도 정보가 적어 난치성 뇌전증 연구가 난항을 겪었다.

▲ FCD의 원인을 밝힌 이 교수팀의 실험 과정/이정호 교수 제공

국소적 뇌 유전변이 발견한 이 교수팀
이 교수팀은 FCD의 원인을 밝혀 난치성 뇌전증 치료의 실마리를 제시했다. 먼저 이 교수팀은 기존과 다른 가설을 세웠다. 기존 학계에서는 한 사람의 세포가 가진 유전자의 염기서열은 모두 같다고 가정해 유전변이가 국소 부위에만 나타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유전물질의 복제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어 모든 세포가 염기서열이 같은 유전자를 갖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래서 이 교수팀은 난치성 뇌전증을 유발하는 유전변이가 몸 전체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뇌의 특정 부분에서만 나타난다고 가정했다.
그 후 이 교수팀은 난치성 뇌전증 환자 77명의 뇌 조직과 다른 조직의 유전체 DNA(Genomic DNA)를 분석했다. 검사 결과 환자 16% 정도가 유전변이가 일어난 mTOR 유전자를 갖고 있었지만, 그들의 다른 조직은 정상이었다. 이 교수팀은 발견한 기형 뇌세포가 mTOR** 단백질을 활성화하는 돌연변이라는 것을 밝혔고, 이를 쥐에게 이식하면 뇌전증이 나타난다는 것을 알아냈다. 즉, FCD를 일으키는 원인은 뇌 일부분의 돌연변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이번 연구는 난치성 뇌전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를 밝혀 환자 개개인에게 맞춤형 치료를 제공할 발판을 마련했다. 또한, 뇌에서 돌연변이가 국소적으로 발생할 수 있고, 이것이 원인이 되어 뇌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최초로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이 교수는 “이번에 발견한 mTOR 유전변이는 이미 증상을 완화하는 약이 알려졌다”라며 “현재 수술을 받을 수 없거나 수술을 마쳤지만 완치되지 않은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국소대뇌피질이형성증(FCD)*
대뇌에 기형 세포가 존재하는 증상. 난치성 뇌전증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졌으며, 이번 연구에서 그 원인이 밝혀졌다

mTOR**
인간 유전자의 일종. FCD는 mTOR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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