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진솔 기자

 

채식=채소+과일? NO!
사전에서 채식은 ‘고기류를 피하고 주로 채소, 과일, 해초 따위의 식물성 음식만 먹음’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즉, 채식의 본질은 동물성 식품의 섭취를 줄이고 식물에서 얻은 음식을 주로 섭취하는 데에 있다.
사람들은 흔히 ‘채식’하면 채소와 과일만 먹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채식주의자의 식단에는 곡류, 콩류, 씨앗류, 견과류, 버섯류 등으로 만든 음식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유형의 채식을 실천하느냐에 따라 유제품이나 동물의 알까지도 먹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채식주의자는 고기와 같은 동물성 음식을 피하고 식물성 음식을 먹는 원칙을 따르려 노력한다.

  

섭취 식품에 따른 채식의 분류
채식을 하는 사람은 어떤 식품을 허용하고 허용하지 않느냐에 따라 여러 유형으로 나뉜다.
비건(Vegan)은 완전 채식을 일컫는다. 비건 채식을 하는 사람은 육류와 어패류를 비롯해 우유, 동물의 알, 꿀 등 동물에게서 얻은 식품을 전부 먹지 않고, 식물성 식품만을 섭취한다. 이들은 연유, 버터처럼 우유가 포함된 식재료로 만든 빵과 과자 같은 먹거리 역시 피한다.
비건 채식에서 유제품을 허용한 것을 락토(Lacto), 동물의 알을 허용한 것을 오보(Ovo) 채식이라고 한다. 락토 채식을 하는 이들은 인도와 지중해 연안의 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락토 오보(Lacto Ovo)는 락토, 오보 채식의 혼합인데, 유제품과 동물의 알을 허용한다.
실제 채식을 하는 사람 중, 엄격한 비건 채식보다 락토 채식, 오보 채식, 락토 오보 채식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서양에서 채식을 하는 이들은 락토 오보 채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사전적인 정의에 의하면 채식이 아니지만, 채식에 가까운 식사를 하는 이들도 크게 채식주의자로 분류한다. 페스코(Pesco), 폴로(Pollo) 채식이 그 예다.
페스코 채식은 유제품, 난류, 어패류까지를 허용하지만, 가금류는 먹지 않는다. 폴로 채식은 페스코 채식에서 가금류도 허용해 유제품, 난류, 어패류, 가금류까지 먹는다.


ⓒ 최지은 기자

 

왜 채식을 하는가
‘육류가 싫고, 채소가 좋아서’ 등 본인의 기호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고, 채식을 하거나 동물성 식품을 피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동물 복지 및 환경 보호와 종교적인 이유, 그리고 건강 증진을 위해서다.

  

동물 복지를 넘어 환경 보호까지
채식과 동물 복지는 단순히 먹히는 동물에 대한 연민에서 나아가, 공장식 축산업과 깊게 연관되어 있다. 대부분의 공장식 축산은 가축을 방목해 기르는 전통적인 축산 방식과 달리, 효율성을 우선시해 가축을 좁은 시설에 가둬 기른다.
이렇게 공장식으로 길러지는 가축은 좁은 우리에 갇혀 살며 신체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고, 생장 촉진과 질병 예방을 위한 다량의 항생제를 투여받는다. 또한, 가축 전염병 위험이 확산하면 도살 처분당하기도 한다.
오늘날 매해 도살되는 식용 동물의 수는 세계적으로 약 600억 마리에 이른다. 단순 계산으로도 매초 약 1,900마리의 가축이 도살 처분당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몇몇 채식주의자들은 채식을 실천함으로써 이러한 동물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채식을 다룬 잡지 <Begun>의 이향재 편집장은 “가축의 사료 원료인 옥수수와 밀 등을 재배하기 위해 삼림 지역이 농지로 개간되고 있다”라며 “채식을 하면 이러한 환경 파괴를 줄일 수 있다”라고 전했다. 가축의 사료를 위해 화학비료와 농약이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환경 보호를 위해 채식을 권장하는 이들도 있다.

 

자신의 건강과 신념을 위해
채식을 하거나 정해진 규율에 따라 육식을 하는 종교로는 불교와 힌두교, 이슬람교 등이 있다.
불교에서는 산 것을 죽이지 않는다는 ‘불살생’의 계율에 따라 동물을 죽여서 먹는 것을 금한다. 또한, 자신이 직접 살생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육식을 멀리한다. 힌두교도는 교리에 따라 쇠고기를 먹지 않으며, 이들 중 채식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이슬람교도는 이슬람식으로 도살된 고기가 아니면 먹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건강 증진을 위해 채식을 하는 이들이 있다. 과도한 육식으로 심혈관계 질환 등을 앓고 채식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질병이 아니더라도 건강한 생활을 위해 채식을 시도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경우가 우리나라 채식인의 다수다.

 

충분한 영양 섭취가 가능한가
채식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반적으로 채식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고혈압 및 심장 질환의 위험을 줄인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채식으로 몸에 필요한 모든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지 염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흔히 육식을 하지 않으면 단백질, 지방, 철분과 칼슘을 비롯한 무기질 등을 얻기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단백질과 지방은 콩, 견과류, 잡곡 등에서 얻을 수 있으며, 칼슘은 씨앗류와 해조류에서, 철분은 콩과 녹황색 채소 등을 통해 섭취할 수 있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채식을 할 때 곡물 섭취에만 치중하지 않고 콩, 버섯, 견과 등을 조화롭게 먹으면 채식으로도 영양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한다.
일부 영양학자는 주의하지 않으면 채식이 ‘편식’이 될 수도 있다고 충고한다. 하지만 건강한 식단이 자신의 몸에 맞는 식단임을 기억한다면 채식, 고기를 먹는 식단 등에 얽매이지 않고 건강하고 균형잡힌 식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채식 문화, 걸음마 수준
채식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채식 문화가 안정적으로 정착된 일부 국가와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국민 중 힌두교도가 많은 인도에서는 채식을 하는 사람을 위한 식당과 그렇지 않은 식당과 구분해 놓고 있다. 또한, 채식을 하는 이들을 위한 가공식품에는 따로 표시를 해두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채식을 하는 소비자에게 맞춰 만들어진 식품의 수 자체도 적고, 어떤 원료가 들어있는지 제대로 표시되어있지 않아 의도치 않게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음식점에서 특정 음식을 빼달라고 요구하는 것을 유별난 행동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웰빙 유행과 함께 분 채식 바람
이렇듯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살아가기에 이제까지 우리 사회는 친절하지 못했다. 외식할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아 채식을 하는 사람의 대부분이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해야 했다. 또, 단체 회식 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의 경우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감수해야 할 불편이 더욱 컸다.
하지만 ‘웰빙’ 열풍이 불고,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채식을 하는 사람들도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식당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단순히 채식을 하는 사람을 배려한 메뉴를 판매하는 식당에서부터, 채식 메뉴만 판매하는 식당까지 점점 그 범위가 넓혀져 가고 있다.


지금, 이곳에서 채식하기

20세기 이후, 서양에서는 건강, 신념, 환경 보호 등의 이유로 채식을 하는 사람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육류와 어류 같은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을 하는 이들은 대략 1~2.8%로 추산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한국채식연합’에서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채식을 하는 사람을 전체 국민의 약 1%인 50만 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절대적인 채식주의자의 수는 비채식주의자에 비해 적지만, 채식 문화 자체는 서서히 퍼져나가고 있다.
사람들이 채식에 관심을 가지며, <Begun>을 비롯해 채식 관련 매체나 채식 전문 식당이 생기고 있다.
직접 채식 요리를 하려는 사람은 <Begun>이나 한국채식연합의 인터넷 홈페이지(www.vege.or.kr) 등에서 채식 요리법을 비롯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우리 학교에서도 채식을 하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시크릿’에서는 과일과 샐러드를, ‘풀빛마루’에서는 고기를 사용하지 않은 브리또와 비건 채식용 샐러드를 먹을 수 있다. 또한, 교내에 있는 각종 카페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샐러드를 구매할 수 있다.


더이상 채식은 일부 유별난 음식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식사 방식이 아니다. 저마다의 여러 가지 이유에 의해, 개개인이 스스로가 어떤 음식을 먹을 것인지 선택한 결정 중 하나일 뿐이다.
이제까지 우리 사회는 음식에 관한 개개인의 선택을 존중하기보다는 개인이 단체에 맞추는 것을 권장하는 풍토였다. 앞으로는 채식을 포함해, 개개인의 식단 선택을 존중하는 좀 더 배려심 있는 사회가 오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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