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로스코, 그림으로 전하는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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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로스코, 그림으로 전하는 위로
  • 우윤지 기자
  • 승인 2015.05.19 2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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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크 로스코전 포스터

 “컬러들은 죽어있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태로 존재해”
추상표현주의의 거장 마크 로스코의 마지막 그림을 주제로 한 연극 <레드>의 한 대사다. 마크 로스코의 그림은 단순히 구역을 나눠 색을 칠해놓은 것 같지만, 오랫동안 그림을 바라보면 색상들이 움직이는 듯한 기묘한 착각이 든다. 그는 색으로만 이루어진 거대한 평면회화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자 했다. 이번 <마크 로스코전>에서는 마크 로스코의 대형 유화 50점을 만날 수 있다. 또한, 그의 작품으로 이루어진 평화롭고 신성한 장소 ‘로스코 채플’도 재현되어있다.

 

시각언어로 전달하는 강렬한 감정
전시관을 가득 메운 어두운 색조, 거친 붓 터치와 기이한 형태의 사람들이 빚어내는 멜랑콜리(Melancholy)가 관객을 덮친다. 지하철의 승객들을 지하세계를 방랑하는 유령으로 표현한 <지하철> 연작이다. 제2차 세계대전과 경제 대공황을 겪으며 사람들의 감정은 메말라갔다. 마크 로스코는 그림을 통해 그들의 무력감을 치유하고자 했다.

 

구상이 해체되는 멀티폼의 등장
1940년경, 마크 로스코의 작품은 마치 피카소의 작품처럼 형태가 사라지고, 작품 제목 대신 번호가 붙는다. 1946년 그는 색채들이 안개처럼 캔버스 위를 부유하는 기법인 ‘멀티폼’을 완성했다. 멀티폼이 더 자유롭고, 느슨한 구조를 가질 방법을 고민하던 로스코는 화면을 가볍고 투명한 느낌이 들게 캔버스의 물감을 한 겹씩 씌우며 경계를 불분명하게 만들었다. 이 외에도 긁기, 흘리기, 문지르기, 솔질 등 다양한 기법을 사용해 화면을 투명에 가깝게 일궈나갔다.

 

로스코 세계가 완성되다
마크 로스코는 멀티폼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다. 그림에서 구상은 완전히 사라지고 색채만이 살아남았다. 색 덩어리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모양도 사각형으로 확정되었으며, 캔버스의 크기도 커졌다. “그림을 응시하면 마치 음악이 그런 것처럼 당신은 그 색이 될 것이고, 색에 젖어 들게 될 것이다”라는 화가의 말처럼 색들은 천천히 호흡하는 거대한 생명체로 거듭난다.
로스코는 자신의 그림들이 정체성을 지니고 있으며, 관객이 그림과 교감할 때 비로소 작품이 완성된다고 믿었다. 때문에 전시장 내의 환경에도 굉장히 민감했다. 소음을 줄이기 위해 항상 음악을 틀었으며, 조명은 어둡게, 관객과 작품 사이의 거리는 45cm로 정해놓았다. 전시관 곳곳에는 바닥에 앉아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도록 쿠션이 비치되어있다. 거대한 색면화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림이 말을 걸고 있다는 환상에 빠지게 될 것이다.

 

믿음을 초월한 성소, 로스코 채플
1958년, 로스코는 시그램사에서 레스토랑을 장식하기 위한 벽화를 요청 받았다. 그러나 레스토랑에 방문한 후 그림을 감상할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 앞에 자신의 그림이 전시된다는 것에 수치심을 느끼고 계약을 파기한다.
대신 그는 관람객의 완전한 몰입을 필요로 하는 명상의 오브제, ‘로스코 채플’을 제작한다. 로스코 채플은 모든 믿음을 초월한 성소로 위로와 화해, 치유를 전하는 공간이다. 삶, 힘, 영혼과 관련된 붉은색과, 죽음과 회개를 뜻하는 검은색이 예배당 내의 은은한 빛과 대조를 이룬다. 전시장에 재현된 로스코 채플에서 관람객들은 잠시 침묵과 명상의 공간을 방문할 수 있다.

 

블랙이 레드를 삼키는 순간
로스코는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예술로 돈을 번다는 것에 극도로 불편해했다. 우울증에 시달리던 그는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마지막 작품에 일렁이는 선명한 붉은색은 마치 죽음 직전에 불타오르는 생명의 불꽃처럼 느껴진다. 그림에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감정에 많은 관람객들이 눈물을 흘렸다. 마크 로스코는 자신의 그림을 통해 인간의 깊은 슬픔을 위로하고, 사유하는 시간을 전하고자 했다. “블랙이 레드를 삼키는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연극 <레드>를 관람하는 것도 마크 로스코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것에 도움이 될 것이다.

 

ⓒ 1998 Kate Rothko Prizel and Christopher Rothko / ARS, NY / SACK, Seoul

 

ⓒ 1998 Kate Rothko Prizel and Christopher Rothko / ARS, NY / SACK,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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