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모토 바나나 - <스위트 히어애프터>

큰 틀에서 인생을 바라보면, 우리 모두가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학교를 졸업하면 취직하고, 결혼해 아이를 낳고, 노후를 준비한다. 이런 삶을 희망하는 이도 있지만, 정해진 길을 따라 사는 듯한 하루하루가 큰 의미 없게 느껴진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스위트 히어애프터>의 사요코는 죽을 위기를 거친 후, 산다는 것은 경이로움 그 자체라고 확신하며 말한다.


사요코는 연인 요이치와 함께 온천에 들렀다 돌아가는 길에 자동차 사고를 당한다. 그녀는 죽을 위기에서 가까스로 되살아나지만, 사랑하는 연인 요이치를 떠나보내고 만다. 그녀는 이 사고를 통해 죽음이 삶의 바로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녀는 삶이 무의미하다고 말하기보다는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한다. 사고 이후 사요코는 이전까지 알던 사람과는 더욱 깊이 교제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다시 살아간다. 요이치의 부모님과 요이치를 떠나 보내는 슬픔을 보듬어 안으며 서로를 위로하고, 어머니를 잃어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아타루’와 친구가 된다. 사요코는 삶을 비관적으로도, 낙관적으로도 보지 않는다. 대신, 그녀는 아침 햇살, 커피 한 잔, 단골 술집 같은 일상의 모든 일들이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 일인지 몇 번이고 말한다. 책은 자동차 사고 이후 사요코에게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의 발단과 해결을 다루기보다는 사요코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세상의 묘사에 중심을 두고 있다. 애정을 머금고 세상의 작은 일 하나하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따뜻함은, 읽는 이의 마음을 녹인다. 책에서 나오는 표현인 ‘한없이 따스한 햇살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만큼, 문체가 무척 온화하고 밝다.


책의 마지막에서 작가는 이 소설을 2011년 일본에서 일어난 대지진을 경험한 사람을 향해 썼다고 밝힌다. 사요코는 모든 생물은 태어나면 죽고, 천국이 있으면 언제든 같은 양만큼의 지옥이 숨겨져 있다고 말한다. 또한, 모든 것이 있는 이 거대한 지상에 잠시 머무르는 것은 사치스러운 일이라고 전한다. 책은 소설이지만 하나의 시집과 같으면서도 철학서처럼 삶의 본질을 전하고 있다.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며, 이따금 모든 일이 허무하게 느껴질 수 있다. <스위트 히어애프터>는 부드러운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한 줌의 따스함과 살아갈 용기를 전한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