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미술과 기록으로 읽는 우주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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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술과 기록으로 읽는 우주생활
  • 김하정 기자
  • 승인 2015.05.05 2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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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人間 달에 섰다’

1969년 7월 21일 동아일보 첫 면 기사의 제목이다. 20세기의 키워드는 단연 ‘우주’였다. 사람이 달에 갔다는 사실에 세계는 열광했다. 신화 속 달은 정복 가능한 땅이 되었고, 달을 밟은 우주인의 첫마디는 명언이 되어 수많은 어린이에게 과학의 꿈을 심어주었다. 냉전이 끝나고 21세기를 맞으며 우주 탐사 계획은 점차 축소되었다. 하지만 밤하늘 너머의 우주가 지금까지 과학의 진보를 이끌고, 인류의 지향점 그 자체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일민미술관에서 <우주생활(SPACE LIFE)>전을 진행 중이다. <우주생활>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서 시도했던 우주 탐사를 기록한 사진과 우주 탐사를 주제로 한 현대 미술 작품을 함께 전시 중이다.

 

 

 

‘우주생활’을 구성하는 사람은 크게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우주 생활을 준비하는 사람, 우주생활을 겪는 사람, 그리고 우주생활을 바라보는 사람이다.

 

 

우주생활을 준비하는 사람은 우주선에 쓰일 엔진을 만들고, 성공적인 우주생활을 위해 실험을 반복했다. 그들은 발사 준비 보고서와 설 계도, 새로운 기술을 남겼다. 우주생활을 직접 겪는 사람은 자신의 몸에 맞는 의자를 만드는 일에서부터 월면 보행 연습, 사막 생존훈 련까지 거쳐 우주로 떠났다. 그들은 인류의 발자국을 달에 남겼고, ‘달을 걷는 사람’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우주생활을 바라보는 사람은 우주선 발사를 구경하기 위해 발사 장소를 직접 찾아갔고, 텔레비전 앞에 옹기종기 모여 인간이 달에 첫발을 내딛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신문과 영상으로, 예술작품으로 인류의 우주생활을 기록했다.

 

<우주생활>전에서는 이렇듯 우주 생활에 다양하게 얽혀있는 시선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또, 김상길과 정재호를 비롯한 7팀의 현대 미술가가 각자의 방식으로 만들어낸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우주생활을 그대로 담은 기록과 그 위에 새로운 의미를 품고 만들어진 작품 사이에서 관람객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저마다의 의미를 찾아낸다.

 

NASA의 초음속 실험용 비행기 X-15 앞에서 조종사들이 익살스러운 포즈를 하고 있는 사진과 함께 정재호 작가의 <청춘>이라는 작품이 전시되어있다. 낡고 오래된 아파트를 담은 연작으로 주목 받았던 정재호 작가는 과거의 사건을 독특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담아내기 로 유명하다. <청춘>의 우주인들은 X-15의 조종사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청춘’이라는 제목을 달고 유쾌한 자세를 취한 채 우주를 향해 서 있는 우주인들의 뒷모습과 1966년 NASA 조종사들의 뒷모습 사이에서 시대를 넘어서는 묘한 공통점을 찾아낼 수 있다.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 듀오가 만든 <헨릭입센위성>은 인공위성과 똑같이 생긴 나무 인공위성이다. <헨릭입센위성>은 인공위성과 같은 모습을 하지만, 인공위성의 기능은 하나도 하지 못한다. 목적이 사라지고 ‘이미지’만 남아버린 인류의 우주생활을 비꼬는 듯하다.

 

무작위 하게 구겨진 종이와 종이를 구기기 위한 설계도를 함께 전시한 김홍석의 연작과 <불가능 한 완성을 위한 정교한 도면> 연작도 인상적이다. 우연한 현상을 필연적인 일인 듯 하나하나 측정해 분석하는 인간의 모습을 비판하는 작품으로도, 열심히 계획하고 실행한 것이 결국에는 모두 무의미함을 꼬집는 작품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우주생활> 전시를 찾은 관람객은 우주생활을 기록한 문서와 사진부터 현대 미술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시품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우주를 바라보는 다채로운 시선에 자신만의 시선이 더해지면, 전시장을 나올 무렵 관람객에게 ‘우주’는 새로운 의미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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