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같이 재난 소식을 들을 때마다 우리는 타인의 불행에 마음 아파하지만, 속으로는 본인이 피해자가 아니라는 사실로 자위한다. 소설가 구병모의 단편소설 8편을 엮은 <그것은 나만이 아니기를>에서는 재난을 겪은 자들의 아픔과 타인을 외면하는 보통 사람을 그렸다.
소설 속의 재난은 현실에서 접할 수 있는 일부터 비현실적인 이야기까지 각양각색이다. 가난 때문에 꿈을 포기하고 일용직으로 연명하는 삶을 이야기하는 <관통>, 아동학대를 다룬 <이창>에서는 우리 주위에 있을법한 이야기를 하지만, 사람을 녹이는 산성비에 대한 <식우>와 사람이 거대한 가시덩굴로 변하는 질병이 창궐하는 <덩굴손 증후군의 내력>에서는 작가의 상상 속 이야기가 펼쳐진다. 환상과 현실이 교묘하게 섞여 있는 소설 속에서조차 인물들은 살아남기에 급급해 남을 돌아보지 못한다.
그럼에도 작가는 끊임없이 조력자를 양성한다. <여기 말고 저기, 그래 어쩌면 거기>에서 교수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나’는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하이’에게 위안을 얻고, <어디까지를 묻다>의 ‘나’는 안면부지의 택시기사에게 텔레마케터의 고충을 털어놓는다. 생존을 위해 다른 사람을 외면하는 <식우>에서조차 ‘니은’은 ‘몰티즈’ 강아지를 품어 안는다. 돌봄이 실패하고, 결핍되는 사회에서 돌봄을 갈구하는 것은 자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상당수의 등장인물이 일용직이나 단기 계약직 등 비정규직에 종사하는 모습에서 살아가는 것이 곧 재해라는 작가의 생각이 드러난다. <덩굴손 증후군의 내력>에서 이는 더욱 심화된다. 사회에서 도태된 ‘을(乙)’들이 하나하나 두꺼운 가시덩굴로 변한다. 사람들은 통행을 위해 누군가의 팔과 다리였을 덩굴을 무자비하게 베어낸다. 작가는 을이 될 수밖에 없었던 개인의 삶을 처절하게 묘사한다. 그러나 이들은 책 속의 인물일 뿐이다. 그의 직업이 무엇이며, 아내가 시달리는 질병이 유방암인지 갑상선암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러한 자조는 현실의 사람을 보살피지 못하는 독자 또한 한 사람의 을로 비춰낸다.
신화와 동화, 수많은 참고 서적이 버무려져 숨 쉴 틈 없이 환상세계로 이끈다. 환상인 듯 지독하게 현실적인, 비정한 삶의 중심에서 묻는다. 당신은 그들을 외면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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