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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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대표다
  • 윤영도 KAIST 물리학과 13학번
  • 승인 2015.03.17 0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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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학교를 잠시 떠나 해병대에서 복무하고 있습니다. 군대에서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고등학생 때까지 축구선수를 하던 사람, KBS 소품실에서 일하던 사람, 호주에서 유학하다 온 사람, 삼수 끝에 결국 실패한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카이스트에서 공부를 하다 온 저도 그들 눈에는 특이한 편에 속합니다. 군대라는 이런 특이한 환경에서 느낀 것이 있어 여러분과 나누고자 글을 쓰게 됐습니다.

먼저 카이스트 학생이 군대에 흔치 않기에 사람들이 곧잘 저한테 “내 친구 중에 카이스트 다니는데 김XX라고 알아?”와 같은 질문을 많이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제가 정말 모르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대답을 드리지 못하는데, 한 번 제가 아는 학생의 이름을 말한 분이 있었습니다. 분명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아 계속 대화를 이어가보니 제가 아는 분과 인적사항이 같았습니다. 그분은 그 학생과 고등학교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는데 졸업하고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제가 연결고리가 되어 결국 두 분은 만나게 되었습니다.

흔히 우리는 카이스트 내 사회가 굉장히 좁다고 이야기들 합니다. 한두 단계만 넘어가도 모든 사람과 연결된다고요. 그런데 사회라고 크게 다른 것은 없습니다. 케빈 베이커의 법칙이라고, 지구의 모든 사람은 많아야 여섯 단계면 다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어디서 어떤 사람을 만날 지 모르는 법입니다.

또, 대대장님께 휴가 신고를 드릴 때 항상 하는 말씀이 있습니다. 바로 “너희가 해병대의 대표다.”라는 말이죠. 실제로 인근 부대에서 지하철 선로에 뛰어내린 취객을 구한 대원이 있었는데 사령부에서 9박 10일 포상휴가를 받았습니다. 이유는 해병대의 긍정적 이미지 형성에 기여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한 명의 해병이 사회에서는 해병대의 대표이듯, 부대 안에서는 제가 카이스트의 대표입니다. 제가 그들이 아는 유일한 카이스트 구성원이기 때문입니다. 한 명의 학생일 뿐인 제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그들에게는 카이스트 전체의 이미지가 됩니다. 가끔 제가 허당 같은 행동을 하면 카이스트 학생들 전체가 그렇게 저와 같냐고 물어보고, 또 가끔 제가 똑 부러지는 행동을 하면 카이스트 학생은 역시 다르다는 말을 듣습니다.

요약하자면 우리는 우리가 속한 단체를 대표한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합니다. 이런 사실을 생각하고 느끼게 되면 모든 인간관계, 활동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열심히 살게 됩니다. 좀 더 신중해지는 거죠. 세상은 여섯 단계면 모두 연결되기 때문에 정보의 전달 속도가 여러분의 생각보다 훨씬 빠릅니다. 나와 내가 속한 단체를 아는 사람이 지인에게, 그 지인이 또 다른 지인에게, 이렇게 넘어가다 보면 여러분이 속한 집단의 이미지는 의외로 빠르게, 또 가볍게 규정됩니다.

우리는 카이스트의 대표가 될 수도, 각자의 동아리 대표가 될 수도, 아니면 이공계 전체의 대표가 되거나 전혀 생뚱맞은 단체의 대표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서든 항상 열심히, 뜨겁게 살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남의 시선을 항상 의식하고 조심하자는 말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대표로서 신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저도 군대에서 제 행동 하나하나가 카이스트의 이미지를 규정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조심스러워지게 됩니다.

저는 휴가 중에 학교에서 뜨겁게 살아가는 카이스트 사람들을 보면서 카이스트의 대표인 여러분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을 믿고 다시 복귀해서 나라를 지키는데 힘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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