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원에서는 작년에 ‘후보 없음’으로 무산된 학부 총학생회 재선거가 한창입니다. 작년과 달리 후보도 있고, 선거본부가 준비한 공약도 있습니다. 공약도 처참하지는 않아서, 총학생회 선거가 성사만 된다면 올해도 그럭저럭 학생사회가 굴러갈 것 같긴 합니다. 정후보, 부후보가 학생사회에서 일한 경험이 많으니 실무에도 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많은 업무를 본인들이 직접 담당할 것이라는 발언도 있었으니까요.


재선거는 그나마 ‘후보 없음’으로 무산되지는 않았으니 아직은 안심입니다.  다만 이번 선거가 너무 다급해서 조금 안타깝습니다. 선거가 무산된 작년부터 준비할 시간은 충분했을 겁니다. 다른 선거와 달리 석 달이나 더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공약의 수준은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선본은 거의 확실히 불법 판결이 날 기성회계 문제에 (기성회계가 학생사회에 아주 큰 의미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학교 행정 본부가 처리해야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고, 핵심공약이라는 도서관 신설 기금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사회에 요청하면 언젠가 돈이 모일 것”이라는 아주 나이브한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논란과 걱정의 중심이 된 ‘한걸음 계승 문제’역시 썩 명쾌한 설명을 내놓지는 못했습니다. 지금도 ‘그들만의 리그’라고 비판받는 학생사회에서 계파를 만들겠다니. 계파를 만들면 계파에 반대하는 세력이 나타나 담론이 형성될 것이라는 주장이 과연 이상적으로 실현될지는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안타까운 건 또 있습니다. 학교가 너무 조용합니다. 이미 한 번 늦춰진 선거가 제대로 성사되려면 떠들썩하게 홍보라도 해야 할 텐데, 가끔 현수막이 눈에 들어올 뿐, 유세하는 학생이나 공약집을 나눠주는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학부 총학생회가 인원 부족을 겪었던 적이 없다”라고 말한 선거본부치고는 선거운동이 너무 소극적이지 않습니까.


이번 선거가 성사되어 비대위가 아닌 정식 총학생회가 출범할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보통 총학생회장단 선거는 학과학생회장단 선거와 함께 진행돼 학우가 총학생회 선거에 별 관심이 없더라도 학과학생회 선거에 투표하며 함께 투표해 그럭저럭 투표율이 나왔습니다. 이번 선거는 총학생회장단 선거 하나만 치루어지니 순탄히 투표율 50%를 넘길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올해 학생사회가 무탈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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