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책] 파리폴리 - 부부의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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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책] 파리폴리 - 부부의 재조명
  • 박지현 기자
  • 승인 2015.03.16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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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족’의 정의와 가치가 바뀌고 있다. 생존을 위해 가족이 꼭 필요했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약간의 수고를 하면 가족 없이도 혼자서 살 수 있다. 부모·형제 사이가 소원해지고, 부부간 사이가 삭막해지는 현실의 반작용이기라도 한 듯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작품이 근래 꾸준히 전광판에 오르고 있다. 그 중 <파리폴리>는 특히 갱년기에 접어든 부부의 변화, 갈등, 그리고 관계 회복을 그리고 있다.
남편 자비에와 아내 브리짓은 노르망디의 전원에서 목장을 운영하며 일평생을 함께해 온 부부다. 딸과 아들은 각각 출가했고, 목장 도우미와 이웃집 사람들과의 교류 말고는 대부분 시간을 둘이서 보낸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화로운 하루하루지만 브리짓은 이러한 일상에 서서히 권태를 느낀다. 하지만 변화를 바라는 마음을 표시해봐도 남편 자비에는 묵묵부답일 뿐이다. 두 사람은 어긋난 마음을 굳이 건드리지 않고 모르는 척한다. 하지만 이웃집에서 파티가 열리는 날, 변화는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는 듯이 찾아온다.
파티에 놀러 온 청년 ‘스탄’은 브리짓에게 관심을 보이며 말을 건다. 브리짓은 그에게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고, 스탄이 돌아가자 피부병을 파리의 의사에게 진찰받으러 간다며 자비에에게 거짓을 말하고 3일간 파리로 떠난다.
길에서 열심히 호객하는 노점상 주인이나 하늘 높이 올라가는 관람차 등 시골에서 온 브리짓에게 도시는 새로움이 넘친다. 외부인의 시각으로 그려진 화면에는 에펠탑, 노트르담 대성당, 오르세 미술관 등 파리를 대표하는 건축물이 아름답게 담겨있다. 이런저런 구경을 하며 브리짓은 한껏 기분을 상기시키지만 이와 동시에 파리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이나 쾌락에 빠진 젊은이 등 생각하지 못한 도시의 이면을 보고 실망하기도 한다. 한편 자비에는 우연히 브리짓이 진찰을 받기 위해 파리로 간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리고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브리짓을 뒤따라 파리로 떠나며 영화는 아슬아슬한 절정을 향해 나아간다.
<파리폴리> 연출의 특징은 무심함과 섬세함이다. 이국적인 향취가 물씬 묻어나는 프랑스 목장의 푸른 전경과 아름다운 파리의 모습을 특별한 점이 없다는 듯이,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 이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브리짓과 자비에는 프랑스인이지만 그들에게서 우리나라의 터프한 ‘아주머니’, 어딘가 자신감 없어 보이는 ‘아저씨’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름다운 여성인 브리짓은 경찰에게 당돌하게 항의하고 자비에는 젊은 세대를 비판하지만 싸우기 꺼린다.
두 사람이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 역시 현실적이고 무게감 있다. 영화가 주는 힌트를 찬찬히 곱씹길 추천한다. 다른 가족과 달리 배우자는 이전까지 남이었던 사람을 자신이 가족으로 선택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서로를 이해하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부부’라는 관계는 더 애틋하고, 더 정이 가는지 모른다. 근래 친숙한 상대와 어긋남을 느낀다는 당신, <파리폴리>를 추천한다.


박지현 기자

pajihu311@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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