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신입생들의 학교생활 적응을 돕기 위한 새로배움터(이하 새터)가 열렸다. 새터 기획단과 선배단의 철저한 준비 덕분에 2박 3일 동안의 일정은 큰 사고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새터를 알차게 준비한 기획단과 선배단의 헌신적 노력에 신입생을 대신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러나 새터의 공식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과 달리 예년과 다름없이 신입생 음주 문제가 올해도 논란이 된 것은 못내 아쉽다.


새로운 구성원을 맞는 회식 자리에서 음주가 빠지지 않는 우리나라의 문화에서 ‘술 없는 새터’가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새터 뒤풀이 자리에 음주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는 논쟁거리가 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청소년보호법은 만 19세 되는 해 1월 1일 이전의 미성년자들에게 술과 담배를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미성년자들이 음주나 흡연을 한다고 처벌하지는 않지만, 법의 취지를 고려할 때, 그것을 범죄 행위로 간주하지는 않을 뿐 미성년자들의 음주나 흡연을 금지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새터는 우리 학교의 공식 행사다. 새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궁극적으로 학교의 책임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고등학교 조기 졸업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 학교 신입생 구성을 고려할 때, 새터에서 음주를 해도 문제될 것이 없는 신입생은 소수에 불과하다. 미성년자 여부를 확인해 어떤 신입생은 음주를 허용하고, 어떤 신입생은 음주하는 동료를 구경만 하게 할 것이 아니라면, 새터 뒤풀이 자리에 술이 있어서는 안 된다. 만일 선배들이 대학생 음주에 너그러운 한국 문화의 특수성을 주장하며 신입생들의 음주를 방기하거나 부추긴다면, 궁극적으로 학교가 불법을 묵인하거나 조장하는 것이 되고 만다.


지난해 우리는 기본에 충실하지 않아 일어난 비극적 사고를 여럿 목도했다. 사고가 벌어질 때마다 기본에 충실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재였다고 비난하고 탄식하지만, 정작 우리가 사회의 기본적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대학생의 음주를 막는 것이 불합리해 보일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해서 똑 같은 19세 미만의 미성년자인데, 대학에 다니면 음주를 허용하고, 고등학교에 다니면 음주를 금지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도 아니다.


법적으로 미성년자 음주 연령이 낮아지지 않는 한, ‘술 없는 새터’는 선택이 아니라 우리 학교의 선구적인 문화의 하나로 고착되어야 한다. 술을 대신하기 위해 올해는 야식과 보드게임이 제공되었다고 한다. 새터 기획단과 선배단은 올해 시행된 음주 대체 프로그램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철저히 분석해 내년에는 ‘술 없는 새터는 불가능하다’는 푸념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만큼 창의적이면서 지속가능한 뒤풀이 프로그램을 제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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