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학문과 산업의 징검다리, 출연연 연구원

본격 직업 탐구의 첫번째 순서인 연구 분야. 지난 호의 교수에 이어서 이번에는 정부출연연구소(이하 출연연)의 연구원에 대해 알아보았다. 출연연 연구원은 고소득 직종은 아니지만 안정적이기 때문에 많은 학우가 희망하는 직업이다. 우리 학교를 졸업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질량분석연구부의 김영혜 박사와 국가핵융합연구소 KSTAR 운영사업단의 권재민 박사를 만나 정부출연연구소의 연구원은 무엇을 하는지, 필요한 능력과 태도는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문과 산업을 아우르는 연구
일반적으로 출연연에서 이루어지는 연구는 학문의 발전을 위한 연구와 산업에 바로 적용하기 위한 연구로 나눌 수 있다. 출연연에서 하는 연구는 학계와 산업계의 중간에 있다. 원천기술이나 그에 필요한 제반 기술 개발을 통해 산업화에 도움을 주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거나 개개의 실험실에서 하기 어려운 대규모의 융합 연구 등을 수행한다.
물론, 각각의 연구소마다 고유의 세부적인 역할은 다르다. 국가핵융합연구소에서 KSTAR 관련 핵융합 연구를 하는 권 박사는 “핵융합 플라스마 시뮬레이션을 위한 코드 개발, KSTAR 실험을 위한 플라스마 운전 시나리오 디자인, 실험 자료를 해석하는 일 등이 주된 임무다”라고 설명했다.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
연구원은 국내외 여러 연구원과 교수를 만나 서로 수행한 연구를 발표, 토의, 평가하는 등의 교류 시간을 자주 갖는다. 또한, 어린이, 청소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이나 강좌 등을 열어 과학의 이해를 돕고 대중화에 힘쓰기도 한다. 김 박사는 “연구소도 조직이다 보니 운영을 위한 행정  업무가 많다. 그래서 연구원들은 연구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행정 업무에 쏟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줄이는 등 시간 투자 비중을 조절한다”라고 말했다.

전문적이고 창의적인 연구 가능해
연구원이라는 직업의 장점은 정년이 보장되어 있어 다른 직업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이면서 공무원 사회보다 직장 내의 위계질서가 엄격하지 않고 개개인 모두를 각 분야의 전문가로 존중해준다는 것이다. 또한, 의사, 변호사 등의 전문직에 비해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다. 김 박사는 “직접 프로젝트를 위해 뛰어다니고 인재양성에도 힘을 기울여야 하는 교수에 비해 연구원은 연구만 하면 되기 때문에 부담이 적다. 또한, 연구원은 조직적으로 일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아서 실험실을 단독으로 꾸려나가야 하는 교수보다 일이 분산되어 줄어들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출연연 연구원은 연구 및 근무시간 관리가 비교적 자유롭다. 그에 따라 개인 생활의 방식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본인이 노력하는 정도가 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연구원들이 밤늦게까지 또는 주말까지 일하기도 한다.
노력에 비해 보수 적어
연구원도 결국은 조직에 속해 있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주제만을 연구할 수 없고 조직의 역할에 따라 주제를 바꿔야 하는 경우가 많다. 눈에 보이는 성과를 좇아 연구를 수행할 때도 많아서 교수보다는 자율성이 떨어지기도 한다. 김 박사는 “우리나라의 출연연은 외국의 국가연구소와는 달리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연구소의 운영 방향이 수정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권 박사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많은 연구원이 일반적인 회사원에 비해 보수가 적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출연연 연구원은 기업의 연구원보다 안정적이지만 필요한 노력에 비하면 경제적인 보수가 체감상 높은 편은 아니라고 한다. 오랜 기간 실력을 쌓은 후 연구원으로 채용되어도 계속 공부하며 연구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노력을 생각하면, 다른 전문직에 비해 연봉이 높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연구원 대부분은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인이라는 자부심으로 연구를 지속한다.

연구능력 외에도 문제 해결 능력 필요
석사학위를 취득한 연구원을 채용할 때는 주로 석사 과정 동안 전문 분야의 지식이나 실험 기술을 잘 습득한 사람을 뽑는다. 다방면으로 지식과 실험 기술을 익혀온 사람 중에서 앞으로 주어질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고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박사학위를 마치고 연구원이 될 때는 스스로 창의적이면서도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는 연구 주제를 잡고 팀원을 이끌어 과제를 수행하면서 직면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연구소에서는 연구에 필요한 전문 분야를 전공한 사람을 원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스스로 과제 운영을 통해 실력을 쌓는 박사 후 과정을 거친 사람 중 위와 같은 자질을 갖춘 사람을 뽑는 편이다.

끈기를 갖고 결과를 이끌어내야
연구계에서 전공 분야의 전문성은 곧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전공 분야에 대해 밤을 새워 공부하고 실험하는 등 끊임없는 노력은 물론 문제에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창의적 사고방식도 필요하다. 김 박사는 “훌륭한 연구를 위해서는 천재적인 능력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정답을 모르는 연구의 길을 걸으면서 직면하는 여러 문제를 최대한 합리적으로 해결해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라며 연구 과정에서의 끈기를 연구자의 중요한 자질로 꼽았다. 상상과 추론에서 문제를 도출하고 증명하는 과정이 연구이기 때문에 끈질긴 집념으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끈기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박사는 “틀에 박히고 반복적인 업무보다는 창의적이고 자율적이면서 노력한 대가에 대해 보다 정직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일까를 고려했었다. 그리고 그에 해당하는 직업 중 연구원이 가장 적합했다”라고 연구원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언어 능력과 소통 능력도 중요해
일반적으로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이 연구원으로서도 우수할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의 사람은 기본적인 학업 지식에 끈기와 창의력이 동반될 때 뛰어난 연구 성과를 얻는다. 김 박사는 “학생일 때는 이해와 습득만 잘해도 우등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연구를 하려면 스스로 미지의 것에 대해 탐구해야 하기 때문에,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하면 문제가 개선될 수 있는지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권 박사는 “연구소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연구는 기본적으로 팀워크가 필요하기 때문에 동료들과 소통하고 이견을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그 밖에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정립하고 연구 결과를 정리해 표현할 수 있는 언어 능력도 연구원에게 중요한 능력 중 하나다. 김 박사는 “연구 성과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논문이나 보고서와 프레젠테이션이기 때문에 말하고 글을 쓰는 능력이 도움될 것이다”라며 언어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박사는 “연구원이 되고 싶다면 학사 과정동안 장기간 진행되는 실험에 참여해 보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이론 연구에 더 적합한지, 실험에 재미를 느끼는지 미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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