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다양한 기준으로 분류할 수 있다. 몇몇 기억은 서로 깊은 연관이 있기도 하지만, 일부는 뇌의 각기 다른 부분에서 병렬적으로 처리한다.

지속시간에 따른 기억의 분류
전통적으로 기억은 그 지속시간에 따라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으로 나뉜다. 1960년대부터는 수 ㎳ 동안 지각한 내용의 잔상을 포착하는 감각기억이라는 개념이 더해졌다. 단기기억의 특징은 작은 용량과 짧은 지속시간이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사람의 뇌는 인지한 모든 것을 기억하지는 못하며, 기억할 것이 무엇인지 선택해야 한다. 이처럼 단기기억이 되는 정보의 양은 한정되어 있다. 이에 과학자들은 단기기억을 작업기억(working memory)으로 명명했다. 기억에 대한 연구 초기에는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재는 작업기억과 장기기억을 처리하는 과정은 큰 관련이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축적된 경험은 무엇이 단기적으로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결정하게 한다. 이처럼 작업기억과 장기기억이 상호작용하는 것을 작업기억모형이라고 부른다.

다른 기억, 다른 장소
기억은 종류에 따라 다양한 장소에 저장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영역은 해마(hippocampus)다. 해마는 기억의 부호화, 응고화 및 인출 단계 모두에 관여한다. 또한, 해마에 손상을 입으면 장기기억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해마가 손상을 입어도 단기기억은 정상적으로 유지된다. 단기기억의 생성과 처리에는 측두엽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공간 기억의 경우, 단기 공간기억을 저장할 때는 전두엽이, 장기 공간기억을 저장할 때는 우반구 측두엽과 해마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장기기억에도 다양한 종류가 존재해
장기기억을 분류하는 방식은 무척 다양하다. 장기기억은 주로 기억의 특징이나 기억을 담당하는 장소에 따라 분류된다. 장기기억에 다양한 종류가 존재한다는 것은 기억상실증 환자에서 일부 기억은 손상되어도 일부 기억은 남아있는 현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장기기억을 서술기억과 절차기억으로 분류할 수 있다.

사건과 사실에 대한 서술기억
서술기억은 해마가 담당하는 장기기억으로, 기억상실증 환자가 잃어버리는 기억이다. 서술기억은 지각을 통해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전두엽에서 불러낼 수 있는 의식적인 기억이다. 서술기억도 특징에 따라 나눌 수 있다. 서술기억에는 사건에 대한 기억인 일화기억(episodic memory)과 사실에 대한 기억인 의미기억(se -mantic memory)이 있다.

절차기억은 반복 학습으로 만들어져
절차기억은 해마에 의존하지 않는 장기기억으로, 기억상실증 환자도 잃어버리지 않는다. 무의식적인 기억인 절차기억은 자극을 받으면 작동한다. 절차기억은 운동능력, 반복된 경험, 타자와 같은 기계적인 능력의 습득과 표현에 관여한다. 여러 차례 반복되는 사건이나 경험이 절차기억의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절차기억의 예시로 ‘고양이가 야옹 하고 운다’와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이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크게 의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고양이가 개굴거리는 것처럼 인식한 것이 알고 있던 지식과 다를 때 절차기억을 지각할 수 있다.


해마와 깊은 연관을 가지는 장기기억
경험과 관련된 장기기억은 여러 피질 처리 영역에서 담당한다. 즉, 시각에 대한 정보는 시각처리 영역에, 청각에 대한 정보는 청각처리 영역에, 언어나 공간에 대한 정보는 언어 및 공간처리 영역에서 다룬다. 이렇듯 경험에 대한 기억은 대뇌 피질 영역 전체에 걸쳐 저장되며, 해마가 이를 한꺼번에 관리한다. 그에 비해 절차기억은 해마가 필요하지 않다. 반복을 통한 학습기억, 운동기억 등은 그 기억만 다루는 처리 영역에 저장된다.

이처럼 기억의 분류는 기억과 관계된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치료 혹은 뇌에 관한 연구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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