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랑] 55세부터 헬로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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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랑] 55세부터 헬로라이프
  • 박지현 기자
  • 승인 2015.03.03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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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에게 50·60대 장년의 삶은 와 닿지 않는다. 다만 ‘장년’하면 정적이고 여유로운 이미지를 떠올리며, 현재 자신의 상황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짐작한다. 하지만 장년의 삶을 그린 소설집, <55세부터 헬로라이프>를 보면 이런 짐작과 현실은 거리가 있어 보인다. 건강에는 붉은 등이 켜지고 금전적인 문제는 여전하다. 또한 청년이 취업에 도전하듯이, 기대 수명이 늘어나며 장년도 재취업 전선에 뛰어들 처지에 놓였다.
책은 한국보다 고령화가 일찍 진행 중인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한 5편의 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결혼상담소>에는 황혼 이혼한 여성이 등장한다. 이혼 후, 그녀는 결혼상담소를 통해 재혼 상대를 찾는다. 다양한 상대를 만나며 이 여성은 특별한 이유 없이 결혼하고, 그만큼 쉽게 이혼한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본다. 어느 순간 허무함을 마주한 그녀는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것은 ‘후회’라고 말한다. <캠핑카>에는 번듯한 직장에서 임원직을 맡고 퇴직했는데도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남성이 등장한다. 퇴직 후에 그는 아내와 캠핑카 여행을 가려 하지만 정작 아내의 반대에 부딪힌다. 그는 가족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느끼며 재취업에 도전하지만 냉혹한 취업 시장 앞에서 점점 자신감을 잃어간다.
이 외에도 30년 넘게 일한 직장에서 정리 해고된 남성의 이야기인 <하늘을 나는 꿈을 다시 한 번>을 비롯해 중년에 큰 기쁨을 준 시바견과 이별하는 <캣 로스>, 트럭운전사로 한평생을 살다가 새 출발을 결심하는 <여행 도우미>가 수록되어 있다. 이렇듯 각 소설에는 장년층을 대표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이들은 경제적, 정신적 불안을 공통으로 겪고 있으며 크고 작은 어려움과 조우하면서 변화를 맞이한다.
‘100세 시대’의 장년은 우울하다. 노동력은 떨어져 가는 반면 늘어난 기대 수명 탓에 ‘돈’의 존재감은 좀체 줄지 않는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작가는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하지만 책의 말미에는 어김없이 작은 등불을 밝혀둔다. 이 등불은 작가 자신이 중년을 살며 얻은, 힘들어도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어야 한다는 깨달음에서 나왔을 것이다. 청년, 장년 가리지 않고 이 시대를 사는 모두에게는 희망과 여유가 필요하다. 잠시 눈앞의 문제에서 벗어나 중년의 삶을 접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그리고 힘들어도 ‘나잇값’에 내색하기 어려운 그들을 한 번 이해하려 해보자.

박지현 기자

pajihu311@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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