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작년 12월 하반기 2차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에서 김대환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 전 위원은 중운위가 지난 1년간 제 역할을 하지 못했으며 이를 반성하자는 취지로 사과문을 작성할 것을 현장 발의했다. 당시 전학대회에 참석한 대다수가 공동 발의했고 이 안건은 박수로서 사실상 의결되었다. 하지만 현재 사과문 작성 작업은 누구의 의지 하나 없이 흐지부지된 상태다. 중운위 내 사과문 작성 여론이 형성된 배경과 현재 사과문 작업이 왜 진행되지 않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중운위에게 지난 2014년은 다사다난한 해였다. 문지캠퍼스에 신입생이 입주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퍼졌고 연말에는 갑자기 교과과정 개편안에 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 전 중운위원은 지난 중운위가 이런 논란에 대한 대처가 미숙했다는 점을 학우들에게 사과하자는 취지로 사과문 게시 안건을 대표 발의했다. 김 전 중운위원은 “총학의 역량이 부족했던 것은 틀림없지만, 너무 많은 화살이 총학으로 돌아갔다고 생각한다”라며 “총학을 감시하고 피드백을 줘야 하는 것이 중운위의 역할인데 그것이 없었기에 사과문 게시를 제안했다”라고 설명했다.

 

중운위 어떤 문제 있나


현재 중운위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중운위를 포함한 학생사회 곳곳에 퍼져있는 학내정치에 대한 무관심이다. 원자력및양자공학과(이하 원양과) 권대호 전 과학생회장은 “학우들이 전반적으로 교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관심이 없다 보니 아래로부터의 목소리가 부족하다”라며 “많은 중운위원이 충분한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과학생회장을 맡게 되는 대다수의 2학년 과대표들이 과학생회장의 역할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의견 또한 제기되었다. 산업디자인학과 김찬욱 전 과학생회장은 지난 하반기 제2차 전학대회에서 “과학생회장이 되자마자 갑자기 정치에 참여하게 되면서 혼란이 오게 된다”라며 고충을 설명했다. 심지어 작년에는 LT(Leadership Training)마저 없어서 중운위원의 역할에 대한 교육이 부족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총학과 중운위에 업무가 지나치게 쏠려있어 업무 처리가 더욱 힘들다는 문제도 있다. 권 전 회장은 “학생사회의 전반적인 관심이 부족한 상태에서 감사위원회, 예산자치위원회 등 중대한 사안을 총학과 중운위가 모조리 처리한다”라며 “업무 집중도가 심각하다”라고 현실적인 문제를 털어놓았다.


중운위 자체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문제 또한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운위는 총학생회장단, 동아리연합회, 새내기학생회, 그리고 과학생회장과 상설위원회로 이루어진다. 대의성을 띄고 있는 다른 위원들과는 달리 상설위원회는 학우들을 대표할 수 있느냐는 의견이 예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왔다.(관련기사 본지 389호, <대의성 부족한 상설위, 학생들의 대표 자격 있나>) 김 전 중운위원은 “자신이 하는 사업을 자기가 의결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맞지 않다”라며 “상설위원회의 경우 참석은 하되 의결권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사과문 게시 발의안이 통과된지 2달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사과문은 발표되지 않고 있다. 김 전 중운위원은 “현재 사과문을 쓸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라며 사과문을 작성하지 않고 있음을 밝혔다. 지난해 열린 하반기 제2차 전학대회에서는 전체 22명의 중운위 위원들 중 1/3이나 되는 7명이 참석하지 않고 다른 학우가 대리 참석했다. 김 전 중운위원은 “중운위 전체의 뜻을 반영하는 사과문인데 다수를 배제하고 작성했다면 그것에 진정한 의미가 담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권 전 회장은 “전학대회 때 사실상 의결된 이야기인 만큼 모두의 동의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중운위가 바라는 중운위의 역할은


김 전 중운위원은 “자신의 역할에 대해 인지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권 전 회장은 “개인이 한 학과의 대표로 중운위에 참여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개인의 의견이 아닌 과의 대표로서의 의견을 전개했으면 좋겠다”라며 소망을 전했다.


한편, 학생회칙에 따르면 중앙운영위원은 자신이 소속된 기구의 의견을 수렴하고 표명해야 하며,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하고 회의에 성실히 참여해야 한다. 지난날 반성의 의미로 나오고자 했던 사과문이 흐지부지된 현재, 중운위는 진심으로 사과를 하려 했는지 의문이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