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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리스 로드, 그 세 번째 이야기
[401호] 2015년 02월 17일 (화) 박건희, 정한빛 기자 toonivas@kaist.ac.kr

 예술가들을 캠퍼스 내에 상주시키며 우리 학교 구성원들과 교류하도록 도와주는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 '엔드리스 로드'가 어느덧 3기 작가들을 맞아들였다. '엄마 배터리', '슈퍼 아이돌 오두리' 등의 작품을 집필한 아동 청소년 소설 작가 이송현 작가, 영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의 원작 소설을 집필하고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로 참여한 홍부용 작가, Daum 만화 속 세상에 웹툰 '곱게 자란 자식'을 연재한 이재철 작가가 그들이다. 예년과는 달리 과학기술보다 학생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싶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송현 소설 작가(‘슈퍼 아이돌 오두리’, '엄마 배터리' 집필)
   
▲ ▲이송현 작가/이송현 작가 제공
엔드리스 로드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한 후배의 추천으로 지원하게 되었어요. 원래는 강원도에 있는 토지 문학관에 함께 가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후배가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신세계가 있다”라며 엔드리스 로드 프로그램을 추천했어요. 그 신세계의 정체가 KAIST인 것을 알기 전에는 과연 작가가 모르는 신세계가 실재할지 의구심을 가졌지만, 알고 난 후에는 정말 재밌는 곳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주변에 이공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일부 공과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이곳은 이공계 안에서 다채로운 분야가 공존한다고 느꼈거든요. 하지만 정작 그 후배는 지원기간을 놓쳐 지원하지 못했어요.
 
청소년 소설 작가이신데, 대학생들이 생활하는 KAIST에서 얻고자 한 것은
저는 KAIST 학생들이 우리나라의 상위 0.1% 안에 드는 우등생들이라고 생각해요. 청소년 소설은 대체로 대부분의 청소년이 갖는 고민이나 아픔을 담곤 하죠. 주변에서 우등생들의 고민과 아픔은 공감 받지 못하고, 오히려 ‘대체 왜 저런 고민을 하지?’라는 시선을 받는 것을 자주 봤어요. 하지만 저는 그들도 나름대로 그들만의 고민과 아픔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저는 KAIST 학생들이 학창시절에 가졌던 고민과 아픔을 담아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청소년 소설을 쓰고있어요. 때문에 엔드리스 로드 프로그램을 통해서 ‘이공계 분야’, ‘과학 기술의 발전’과 같은 학구적인 정보보다는, 학생들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전달받고 싶어요.
또한, 저는 한국판 ‘헝거게임’과 같은 판타지 장르의 소설도 준비하고 있어요. KAIST의 이공계적인 분위기가 판타지 소설의 설정과 등장인물을 기획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해요.

소수의 이야기를 대중에게 어떻게 전달할 생각인지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내용보단, 재밌는 장면과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책을 다 읽고나면 기억에 남는 것은 줄거리보다는 특정 장면이고 등장인물의 성격 또한 독자의 뇌리에 깊게 남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우등생의 이야기를 대중적인 캐릭터에 녹여내 공감을 얻어내려고 해요.
 
프로그램에서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계시는지
위에서 말했듯이 학생들을 최대한 많이 만나볼 생각이에요. 수업이나 세미나에도 참석해보라고 권유를 받긴 했지만, 사실 많이 부담돼요. 저도 제 작업 중에 누군가 끼어들면 굉장히 부담스럽거든요. 수업과 세미나 역시 교수와 학생들의 일인데, 제가 그런 것처럼 방해받을 것 같아요.


홍부용 영화 작가(영화‘아빠를 빌려드립니다’ 원작 소설 및 시나리오 집필)
   
▲ ▲홍부용 작가/ⓒ김성배 기자
KAIST에서 어떤 일을 하면서 지냈는지
대부분 개인 작업을 하면서 지냈어요. 지난달 29일에는 ‘글로 쓰는 초상화’를 그려주는 행사도 진행했어요. 프로그램에 참여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방학 중인지라 많은 활동을 하지는 못했어요.

글로 쓰는 초상화란 무엇인지
글로 쓰는 초상화는 간단한 인터뷰를 통해 그 사람을 글로 표현하는 작품이에요. 여러 작가님들과 함께 초상화를 그려주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작가라는 직업이 골방에 틀어박혀서 글만 쓴다는 이미지가 강해서 이를 탈피해보고자 시도하게 되었어요. 이곳저곳 돌아다니기도 하고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인터뷰도 하는 거죠. 인터뷰하는 사람의 하고 싶은 말도 들어주고, 우리도 그 안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찾을 수 있어서 매우 좋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해요. 주로 ‘좋아하는 색깔은 무엇인지’, ‘좋아하는 숫자는 무엇인지’와 같은 단순하고 간결한 질문으로 시작해요. 하지만 이 질문에 답변을 하면서 그 사람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이야기와 그 사람만의 역사가 쏟아져 나와요.

어떤 작품을 구상하고 있는지
조선시대 과학자 장영실이 KAIST에 찾아오는 소설을 구상하고 있어요. 제가 원래 장영실을 좋아해서 장영실이 등장하는 소설을 생각하고 있던 도중에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돼서 그러한 설정을 계획하게 되었지요.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팟캐스트 ‘과학 정책 읽어주는 남자’에서 소개된 ‘딴 짓 하는 과학자’를 본 따서 만들었어요.


이재철 웹툰 작가(Daum 웹툰 ‘곱게 자란 자식’ 연재)
   
▲ ▲이재철 작가/이재철 작가 제공
이무기라는 별명을 쓰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무기라는 별명은 만화를 처음 준비할 당시부터 쓰던 별명이에요. 이무기라는 동물은 여의주를 품으면 용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 아무것도 될 수 없어요. 만화를 시작 해볼까 고민하던 당시, 제가 성공 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지은 별명이에요.

지원한 계기는
10여 년 동안 집안에서만 작업하다 보니 혼자만의 공간에서 스스로 감금해 올드보이처럼 작업하고 싶다는 로맨스가 있었어요. 그 점에 있어서 엔드리스 로드 프로그램은 로맨스를 현실로 충족시켜 주었던 프로그램이었어요. 주위의 아무런 구속과 방해가 없기 때문에 만화에 나오는 시간과 정신의 방에서 수련하는 기분이에요. 막상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니 집중을 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최상의 조건이지만 너무 집중이 잘 되다 보니 하루가 금방 끝나서 전체적으로는 능률이 안 오른다는 웃지 못할 단점도 있어요.

사람들과 어떻게 친분을 쌓았는지
아쉽게도 이곳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KAIST 구성원들과는 아직 많은 친분을 쌓지 못했어요. 주말도 원고를 마감해야 하고 평일에 쉬는 직업 특성상 제 주변에는 만화가들만 남게 되었거든요. 지금은 네이버, 다음과 같은 포탈에 연재하는 형, 동생 들과 마음이 맞아 '매운맛'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친분을 유지하고 있어요. 남은 기간에는 여러 방법을 통해서 KAIST 구성원들과도 많은 친분을 쌓았으면 좋겠어요. 교수님, 연구원들을 만나서 여러 가지 소재를 얻고 싶은 마음이 많아요.

작가가 보는 우리 학교의 모습은
KAIST에 대해서는 소문으로만 종종 접해봤지, 실제로 겪어볼 기회가 전혀 없었어요. 책을 옆구리에 낀 로봇이 캠퍼스를 아무렇지 않게 활보한다던가, 외국인 교수 아파트가 3단 변신하는 모습을 상상했지만 실제로 그런 모습이 존재하지 않아서 아쉬웠어요. 일단 학교가 너무 커서 다 돌아보지는 못했어요. 마치 작은 도시를 걸어 다니는 기분이에요. 가장 인상 깊었던 음식은 북측 학사식당의 메이루에서 기대 없이 먹었던 짬뽕이었는데 무척 맛있었어요. 아주 맛있다고 하니까 직원분이 그날그날 맛이 바뀐다고 하더라고요. 아마도 이곳에서 지냈던 기간은 훗날 주위 사람들에게 있는 척하며 자랑거리가 될 것 같아요.
 
계획 중인 만화의 장르는
다음날이 되면 까먹기는 하지만 눕기 전 항상 여러 장르로 차기작을 구상 중이에요. 작품에 대한 뚜렷한 철학은 없어, 단지 재미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재미 보장만 된다면 과학과 관련한 소재로도 당연히 하고 싶어요. 하지만 산수도 못 하는 놈에게 과학이란 엄두도 못 낼 벽이더라고요. 혹시 이 기사를 보는 교수님이나 학생 중 좋은 아이템이 있다면 연락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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