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이지 않은 테라헤르츠파용 실리콘 렌즈의 성능을 개선하고, 화학적 방법으로 구멍을 뚫어 렌즈 제작 효율이 높아져

우리가 물체를 눈으로 인식하려면 빛이 필요하다. 이때 눈이 인식할 수 있는 빛은 가시광선이다. 그렇다면 물체를 인식할 때 가시광선이 아닌 전자기파도 사용할 수 있을까?
실제로, 우리 학교 바이오및뇌공학과 정기훈 교수와 물리학과 안재욱 교수 공동 연구팀이 테라헤르츠파로 물체를 인식하기 위한 렌즈를 개발해 화제가 되었다. 이 연구는 지난해 9월자 <어플라이드 피직스 레터(Applied Physics Letter)> 특집 논문 및 표지 논문으로 게재되었다.

광학계의 블루 오션, 테라헤르츠파
테라헤르츠파는 주파수가 0.1 THz에서 30THz 정도인 전자기파다. 이는 적외선보다는 낮고 전파보다는 높은 수치다. 이 때문에 테라헤르츠파는 빛의 성질과 전파의 특성을 동시에 가져 현재 광학계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렌즈에 적합한 물질을 찾기 힘들어
렌즈는 광학 연구에 사용되는 기본적인 장치다. 렌즈가 빛의 진행 방향을 적절히 조절한 뒤 투과시켜야 상(image)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구에 적합한 렌즈를 만드는 것이 광학 연구의 출발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일반적으로 가시광선을 연구할 때 렌즈 재료로 유리를 사용한다. 유리가 가시광선을 잘 통과시키고 가공이 쉽기 때문이다. 이처럼 렌즈는 사용하는 빛에 대해 투명하고 가공이 쉬운 재료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여태까지 테라헤르츠파 연구에 적합한 렌즈를 개발하지 못해 연구가 난관에 빠져있었다. 기존에 사용하던 실리콘은 테라헤르츠파가 잘 투과할 수 있지만, 굴절률이 높아 전자기파가 잘 반사되어 손실이 컸다. 또한, 실리콘은 결정형 물질이어서 작은 틈만 생겨도 잘 깨져 가공이 어렵다.

물질의 비율로 결정되는 유효 굴절률
정 교수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효 굴절률(effective index)에 주목했다. 구멍이 뚫려있는 물체 A를 생각해보자. 이때 구멍의 지름이 빛의 파장보다 길면 빛은 구멍에서는 공기를 통과하고, 다른 곳에서는 A를 통과한다. 즉, 빛이 공기와 물질을 각각 통과한다. 하지만 지름이 빛의 파장보다 짧으면 빛은 물체가 마치 하나의 물질로 이뤄진 것처럼 통과한다. 이때 빛은 특정 굴절률을 가지는 어떤 물질을 통과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 굴절률을 유효 굴절률이라고 부른다.

굴절률을 조정해 빛의 경로를 비틀어
정 교수 연구팀은 유효 굴절률을 이용해 테라헤르츠파용 렌즈를 제작했다. 렌즈의 가장자리로 갈수록 지름이 큰 구멍을 뚫어 공기의 비율을 조절한 것이다. 그러면 렌즈의 가장자리에는 공기의 비율이 높아진다. 공기는 실리콘보다 굴절률이 낮으므로, 공기의 비율이 높아지면 유효 굴절률은 낮아진다. 빛은 굴절률이 변하는 곳을 통과할 때 굴절률이 높은 쪽으로 휘므로, 렌즈를 통과하는 빛은 중앙의 한 점으로 모이게 된다.

 


실리콘을 깎는 기체의 화학 반응
실리콘은 기계적 방법으로 구멍을 뚫으면 깨지기 쉽다. 그래서 정 교수 연구팀은 화학적 방법으로 렌즈를 제작했다. 먼저 실리콘 판에 자외선과 반응하는 광감응성 폴리머(photoresist polymer)를 올린다. 그 위에 구멍이 뚫린 마스크를 부착한 뒤 위에서 자외선을 비추면 자외선은 구멍이 뚫린 부분에서 폴리머와 반응한다. 반응한 폴리머는 시약으로 제거할 수 있으므로, 이를 통해 만들려는 렌즈와 똑같은 폴리머를 만들 수 있다. 끝으로 폴리머를 부착한 실리콘을 반응성 이온 식각(reactive ion etching) 처리해 가스로 깎으면 렌즈를 얻을 수 있다.
이 연구는 중적외선 분야처럼 렌즈를 제작하지 못해 난항을 겪던 다른 분야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논문 제1 저자 박상길 박사 과정 대학원생은 “이 연구는 유효 굴절률로 굴절률을 조절할 방법을 제안했고, 그것을 실현한 것에 의의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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