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 때 반드시 해야 하는 ‘리팩토링(refactoring)’이라는 작업이 있습니다. 리팩토링은 ‘프로그램의 결과에 변화를 주지 않고 프로그램 내부의 구조를 뜯어 고치는 작업’을 일컫습니다. 리팩토링을 거치면 프로그램의 확장성이 높아지고 다른 프로그래머가 프로그램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일단 작동하게만’ 만들어놓은 프로그램을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있게, 또 나중에 다시 사용할 때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런데 이 리팩토링은 참 고되고 하기 싫은 작업입니다. 안해도 프로그램은 잘 돌아가고, 또 기껏 열심히 해도 사용자 입장에서는 변화를 체감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팩토링을 하는 건, 리팩토링을 거치지 않은 프로그램의 내부 구조는 다른 프로그래머들이 이해하기 어려워 장기적인 유지보수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오래 달리기 위해 중간에 숨을 고르고 몸을 천천히 점검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학생 사회도 이와 같은 ‘숨 고르기’가 필요합니다. 학부총학생회 등 학생 단체는 적은 인력으로 과중한 업무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학우를 위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고 학교와 꾸준히 소통하는 것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존속과 발전을 위해서는 계속해서 내부 구조를 개선하고 업무를 분리, 통합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최근 있었던 크고 작은 사건들도 점검의 미비 때문에 일어났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주의를 기울였다면 산디과 선거문제는 산디과에서 직접 사과문을 올리기 전에 해결될 수 있었을 겁니다. 감사위원회 설립 문제 역시 시간을 조금 들여 관련 세칙을 검토하거나 현실에 맞게 개선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겁니다.


학생 사회를 알리는 ‘학생사회 바로알기 세미나’와 새터의 ‘학생사회 소개’ 같은 행사가 연중 꾸준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 업무를 시작하는 사람이 크고 작은 업무를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인수인계와 문서화 작업 역시 활발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활발한 관심과 참여를 위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학생 단체, 누구나 쉽게 일을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학생 단체가 되어야 합니다. 이제는 우리 곁에 없는 단체가 ‘성과가 없어서’ 사라진 게 아닌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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