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문학상에 응모한 시나리오는 총 4편이다. 정승원의 <안경>, 김수지의 <스타카토>, 박영진외 9인의 <백설을 위한 진혼곡>, 권호창의 <무너짐>이 그것이다. 네 작품 모두 소재는 매우 다양했다. 정승원의 <안경>은 2003년에 일어난 카이스트 풍동 실험실 사고를 소재로 하여 실험실 안전사고와 관련한 이야기다. 김수지의 <스타카토>는 회사원 인영과 도원이 겪는 사랑 이야기를 과거와 현재를 축으로 풀어나간 이야기다. 박영진외 9인의 <백설을 위한 진혼곡>은 백설공주 이야기를 뮤지컬 형식에 맞게 패러디한 것이고, 권호창의 <무너짐>은 용산철거민 사건을 소재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갈등을 그린 이야기다.

이 가운데 심사자가 주목한 것은 권호창의 <무너짐>과 김수지의 <스타카토>이다. 박영진외의 <백설을 위한 진혼곡>은 백성공주 이야기를 뮤지컬 형식으로 각색했다는 점이 참신하지만, 이야기의 구성이나 전개 방식면에서는 기존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아 시나리오적 측면에서는 그리 높은 점수를 주지 못했다. 정승원의 <안경>은 소재가 참신하고 이야기 전개의 과감성은 높이 사줄 만하지만, 경험이 부족해서인지 묘사가 부자연스럽고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너무 분명하여 이야기의 내적 구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김수지의 <스타카토>는 시간의 이중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참신했다. 특히 매끄럽게 묘사할 줄 아는 힘과 사건 전개에서 긴밀감을 유도해 내는 힘이 느껴져 좋았다. 다만, 소재가 일반적이고 이야기의 구성이 느슨하여 이야기에 몰입하기가 어려웠으며, 마지막 극적 반전을 시도한 것이 전체 이야기 흐름에 잘 녹아들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으나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고려하여 가작으로 선정하였다.

권호창의 <무너짐>은 작품성에서 나머지 작품보다 더 탄탄함을 보였다. 특히 아들 진석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오버랩하면서 철거와 얽힌 이야기를 전개하고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이 매우 참신하였고 유려한 어휘사용과 이야기 전개의 수월함은 흥미를 유발하고 작품의 흡인력을 증가시켰다고 본다. 다만 간혹 등장인물의 역할이 모호한 부분이 눈에 띄는 점과 마지막 갈등을 풀어내는 방식이 좀 더 치밀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으나 전체적인 구성능력과 가능성을 고려하여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소재를 발굴하고 더 참신한 시도를 해본다면 작품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 생각하며, 내년에는 더 많은 작품을 만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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