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카이스트 문학상] 수필평론 부문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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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카이스트 문학상] 수필평론 부문 심사평
  • 카이스트신문
  • 승인 2015.02.1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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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지만 진정성이 담긴 글을 읽는 즐거움

 

인문사회과학과 교수 이상경

 

카이스트 문학상 수필 평론분야에 올해는 26명이 33편의 글을 보내왔다. 예년보다 많은 학생이 참여한 것이 우선 반가웠다. 수필 평론 부문만이 아니라 카이스트 문학상의 모든 부문에서 참여 학생과 응모 편수가 늘었다고 한다. 우리 카이스트 학생들이 자기를 돌아보고 글쓰기를 하고 싶다는 열망이 높아진 것인지, 그 열망을 실현할 수 있는 심적 여유를 가지게 된 것인지, 아마 둘 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블로그나 각종 SNS, 그리고 어디서나 요구하는 자기소개서 등 길고 짧은 글을 쓸 기회가 더 많이 생긴 것도 한몫 했을 터인데, 실제 응모된 글들이 상당히 고른 수준을 보인다는 점에서 카이스트 문학상의 저변이 점점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한다.

우선 평론으로 응모한 글 4편은 모두 영화 평론이었다. 그만큼 영상 매체에 학생들이 많이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리라. 평론인 경우 글의 출발지점에서 왜 그 평론을 쓰는지 분명한 주제의식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대상이 된 영화 작품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글이 나와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글들이 미처 챙기지 못한 지점을 집어낸다든지 아니면 그 영화의 수용자인 필자 자신에게 절실하게 다가온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것이 평론 쓰기의 출발이자 목적이 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강광수의 [첫 만남]은 세 편의 영화를 통해 사랑과 기억, 시간의 문제를 다루고자 한 야심만만함이 돋보였으나 너무 급작스럽게 결론으로 가서 완성도가 떨어진 것이 아쉬웠다. 문제를 설정하고 그에 걸맞는 형식을 갖추는 훈련을 계속한다면 좋은 평론을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수필 부문 응모작은 일상 생활에 대한 짧은 메모 같은 것에서부터 특정 개념에 대한 성찰을 담은 설명문 같은 글까지 다양했지만 그 중에서 토막생각만 있는 너무 짧은 글은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주제의식이 분명하고 문장도 정돈되어 있어 읽는 맛이 있었다. 양이 질을 결정한다는 문제가 아니라, 짧으면 짧은 대로 생각이 응축되어야 하는데 그러러면 정말 긴 시간 삶을 성찰한 끝에 나오는 한 마디, 혹은 한 가지 일화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카이스트 학생들이 아직 그런 경지에 가기는 쉽지 않기에 자기 생각의 선후를 정리하여 차분하게 풀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도준엽의 [고독예찬]은 보통 조화로운 상태라고 말해지는 숲의 생태계에 대한 시선을 뒤집어 인간의 경쟁사회에 비유한 발상의 전환과 이미 카이스트 문학상의 여러 부문에 도전하고 수상한 경력도 있는 만큼 단어를 가려쓰는 것이나 적절한 비유와 대조를 사용하는 문장의 탄탄함이 눈길을 끌었다. 다만 너무 계산된 짜임새가 오히려 독자에게 좀 답답한 느낌을 주어서 가작으로 올렸다.

김채은의 [피어난 꽃이 아름다운 것은]은 문득 접한 시 한 구절로부터 자기 성찰로 들어가는 과정이 호들갑스러운 과장이나 현란한 관념의 유희 없이 순편하게 전개된 글이다. 생각이 집중되고 문장이 정돈된 깔끔한 글로서 소박한 형식에 삶의 진실을 담는다는 수필의 한 전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역시 가작으로 올렸다.

그동안 수필 평론 부문에서는 당선작이라는 이름에 값하는 무게를 가진 작품을 찾지 못하여 가작만을 배출했는데 이번에는 당선작을 내게 된 것은 기쁜 일이다. 이번의 당선작 [옮긴 이의 말]은 실제 번역 작업을 하면서 느낀 작은 문제로부터 ‘존재’와 ‘상호 소통’의 문제로 생각을 넓혀나가면서도 구체성과 진정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을 높이 샀다.

이번의 수상작들을 보면서 카이스트 학생들이 좀 더 편안하게 글쓰기를 시도하고 또한 문학상에도 도전해 보는 용기를 얻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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