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에서 미래학을 연구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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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에서 미래학을 연구한다는 것
  • 카이스트신문
  • 승인 2014.12.0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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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전략대학원 양수영 원우 기고
미래학이 가설을 던질 때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영향력을 미칠 질문을 던지는 학문이 있습니다. 이때의 영향력이라 함은 인류와 세계를 지속 가능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미래학적 고찰과 이를 바탕으로 마련된 대안에 대한 뜻을 포함합니다. 저는 이 글을 통해 제가 생각하는 미래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논하고자 합니다. 한 가지 비유를 들며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세상이 다시 밝아올 때까지 해진 곳과 해 뜰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들이 미래학자를 매우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해가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를 사유하고 내일의 해를 전망하는 일. 지금 이 순간은 흘러가지만, 그것은 우리의 삶과 사회에 많은 것들을 남기며 흘러갑니다. 
패러다임은 해가 뜨고 지듯 변하고 그것이 어떻게 총체적으로 진화하는지 오늘 남겨진 한 점의 노을을 추적해 내일 떠오를 해의 의미를 찾아 나서는 것. 그리고 이 글의 결론부터 먼저 말씀드리자면, 미래학은 인간이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과신’하는 과학이 아닙니다. 미래학은 미래를 향해 우리가 현재에서 반드시 던지고 가야 할 질문을 던지고 가는 학문일 것입니다. 질문에 대한 답이 30년 후, 100년 후에 올지도 모르는 학문입니다. 그럼에도 가설을 던지는 것에서부터 미래학은 출발합니다.

입증의 미래 
과학은 가설을 던지고 실험하고 입증해냅니다. 즉, 가설을 던진 후 그것이 맞는지 증명해내는 지난한 과정을 우리는 ‘과학적 방법론에 입각한 과학’이라 불러왔습니다. 미래학도 과학적 방법론을 갖고 있습니다. 미래가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에 대한 가설을 던지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미국이 추출 공법을 개발하면서 셰일 가스 혁명이라 불릴 정도로 공격적인 생산을 시작한 ‘셰일 가스’. 이 천연자원이 한국의 석유 화학 산업의 미래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에 관한 미래 연구를 풀어야 하는 어느 미래학 연구자가 있습니다. 이 연구자는 한국의 석유 시장에 대해 분석한 후, 전체 석유 수입량에서 30% 이상을 다시 석유 화학 제품으로 만들어 수출하는 한국 시장이 셰일 가스 생산국들로 인해 큰 타격을 얻게 될 것이라는 분석을 도출합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안이자 몇 가지 가설들을 제시합니다. 한국이 석유 화학 공정에서의 원천 기술 개발에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하지 않을까? 독도 인근 해저에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있는 6조 톤 이상의 ‘메탄하이드레이트’ 연구 개발이 에너지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미래학자는 현상과 그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시장과 환경을 분석하고 예상되는 리스크 분석부터 그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이끌 수 있는 다양한 전략들을 구상해내기 시작합니다. 미래학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다가서서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에 대한 질문을 끝없이 펼쳐 나가는 학문입니다. 미래에 대한 질문의 답은 잘못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질문이란 없습니다. 질문이 잘못됐다면 그것은 애초부터 질문일 수 없으니까요. 미래에 대한 가능하고 타당하고 확률적이고 타당한 질문들을 ‘long term’을 향해서 던지는 학문으로서의 미래학. 다만 질문에 대한 입증이 세계와 인류의 ‘미래’에 가서야 입증되는 학문. 미래학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 바로 이러한 ‘입증의 미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인류에게는 도전해야 할 미래의 미션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인류는 비선형적이고 불확실한 미래에 맞서야 합니다. 복잡성과 불확실성과 불확정성이 폭발하는 미래의 매트릭스를 그려나갑니다. 미래를 연구한다는 것은 그러한 불확실성에 맞서 과학적 예측이 가능성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질문으로부터 출발합니다. 그러한 미래 연구는 시공간적 범위의 매트릭스 안에서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가능한 미래(possible future), 타당한 미래(plausible future), 확률적인 미래(probable future), 마지막으로 선호하는 미래(preferable future)로 말입니다. 그렇게 미래를 크게 네 가지 범위로 나누어 현재로부터 20년에서부터 50년, 100년까지의 시계를 돌려보는 것입니다. 이 시계를 돌리고 미래의 매트릭스로 향하는 것. 그 여정을 돕는 미래학의 기법들과 방법론들이 각국의 정부와 대학, 연구소들을 통해 전 세계에 개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만이 우리가 미래를 연구할 수 있도록 만드는 요소는 분명 아니라는 지점에 있을 것입니다. 어떤 문제가 속해 있는 총체적인 환경을 두루 살펴보는 스캐닝 기법, 현재 주류가 된 트렌드와 앞으로 떠오를 이머징 이슈를 분석하는 기법,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통한 델파이 기법,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미래의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플래닝 기법 등 미래 연구를 위한 여러 가지 방법론들은 다양한 방식과 층위에서 미래의 변화를 탐색하고 분석해냅니다. 그러나 그것만이 전부일까요. 

지평선을 넘어서 
본래 지평선이라는 뜻이 있지만 ‘horizon scanning’은 잠재적인 미래 이슈를 탐색하는 미래 예측 방법론입니다. ‘time horizon’은 시간의 범위를 나타내는 시간 축이지만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시간의 지평선이 되어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지평선은 바다가 끝나는 곳처럼 보이지만 결코 바다의 끝은 아닙니다. 인류가 끝이며 한계라고 여기는 지점에서 새로운 이슈와 가설과 대안을 도출하기 위해 현상과 환경을 끝까지 주시하고 스캐닝하는 일, 거기서부터 다시 질문을 던지는 일. 그것은 지금 여기의 ‘fu-ture horizon’에서 미래학을 연구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의미를 주는 일입니다. 미래 전망에 대한 욕망, 미래를 표현하는 데 있어 지적 욕망과 호기심을 가진 인간 지성! 그것이 미래 연구를 가능하게 만드는 ‘driving force’입니다. 
저는 미래학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연구자로서 가져야 할 중요한 몇 가지 자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로부터 미래를 갈망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 끝없는 상상력, 미래를 예상하고 그에 대한 준비와 대응을 마련하기 위한 foresight가 바로 그것입니다. 
지식을 생산하는 사명을 가진 대학과 학문을 해나감의 근본적 목표는 결국 ‘진실 탐구’라고 믿고 있습니다. 인류 사회의 진실, 인류의 존재 이유 규명, 과학적 메커니즘으로 증명할 수 있는 진리에 대해 다가감은 모든 학문의 성취 목표일 것입니다. 또한, 모든 학문은 그 학문이 갖고 있는 방법론적 범주 안에서 미래를 예측하려는 시도들을 합니다. 다시 말해, 모든 학문이 미래에 다가가려고 시도합니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우리에게는 미래학이 과연 기존 학문과 다른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남게 되는 것입니다. 
미래는 아직 ‘존재’하지 않으며 미래학은 이러한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다룬다는 점에서 과학적 증명 기준(scientific proof)을 제시하기 상당히 어렵다는 취약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학적 증명이 어렵기 때문에 다양한 차원을 통해 두루 통시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탐구 방식을 고안한 것입니다. 그것은 과학이란 무엇이며 우리가 본질적에서 접근해야 할 이 인류 사회의 진실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또다시, 본론적으로, 어김없이 질문하게 합니다.

미래를 향한 지적 욕망을 갖고 미래를 향한 질문의 여정을 원하는 사람들은 미래학을 이미 출발한 사람들일 지도 모릅니다. 인류 역사에서 지금까지 불멸해왔던 미래를 향한 호기심. 지금 여기에서 미래학을 연구한다는 것은 그 역사와 대화하고 호기심과 질문들의 극단까지 올라가서 과거와 현재가 풀지 못했던 지점에서 답을 찾아가며 다시 질문을 던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지금 여기에서 거기 그곳을 향해 질문을 던지는 것. 지평선은 넘어가라고 있는 것일지 모릅니다. 얼마나 많은 발견과 인류 역사의 혁신이 바로 그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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