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시끌시끌합니다. 약 2년 동안 잠시 잊고 있었던 단어,‘ 불통’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별안간 모습을 드러내 교육과정 개편안 때문입니다.

또다시 학생과 학교 본부가 학교 운영 방안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공이수 학점을 크게 늘리려는 방침 자체가 불만일 수도 있고, 학생에겐 일언반구 말도 없이 의결만 남기고 모든 준비를 마쳐놓은 모양새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포함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설득의 부재’입니다. 교학기획팀이 배포한 교과과정 개편안에서는 지금 당장 전공이수학점을 늘여야 하는 설득력 있는 근거를 찾을 수 없습니다.

먼저, 학교 측은 교과과정 개편의 배경으로 ‘KAIST 졸업생의 전반적이 이공계 역량이 약화되어 간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KAIST 졸업생의 역량이 약화되었음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어디에도 설명해놓지 않았습니다. 설령 KAIST 졸업생의 경쟁력이 낮아진 것이 사실이라 해도, 그 원인을 왜 전공이수학점 수에서 찾아야 할까요. KAIST의 졸업이수요건이 140 학점에서 130 학점으로, 전공학점 이수요건이 50학점 이상에서 40학점 이상으로 변경된 것은 18년 전의 일입니다. 정말 전공학점 이수요건이 범인이라면, 18년 전에 입학한 선배님들이 졸업한 14년 전부터 경쟁력이 낮아졌어야합니다. ‘요즘’ 대학원 입시에서 문제가 보인다면, 그 원인은 18년 전에 개정된 제도가 아니라 5,6년 전에 개정된 제도에서 찾는 것이 더 올바른 추론방법이 아닐까요. 더군다나 학생들이 ‘쉬운 교과목을 선택하는 경향이 확산된다’는 우려도 어딘가 이상합니다. 학생들이 택할 수 있는 ‘쉬운’ 교과목이 우려가 될 만큼 많다면, 그러한 과목을 찾아내 내실있는 강의로 만드는 것이 먼저여야 합니다.

높은 효율, 많은 성과 자랑하는 조직에는 으레 뛰어난 리더십이 있기 마련입니다. 미국 유수대학의 뛰어난 경쟁력을 원한다면, 그들의 학사제도를 벤치마킹 하기 전에 그들의 리더십부터 벤치마킹 해야 합니다. 미국에서 명성을 떨치는 우수한 공과 대학교는 총장 선출 과정에 총학생회가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도 하며 이사회 직속 민원접수 기구가 마련되어 있는 곳도 있습니다.(관련기사 본지 365호<MIT, “학업스트레스는 좋은 유대감 형성의 기회”>) 구성원과의 끊임없는 대화와 설득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유명세가 있음을 반증하는 대목입니다.

설득과 대화가 없는 개혁의 현장에, 학우들은 또다시 망연자실해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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