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1일 교과과정 개편안이 발표되고, 같은 날 학부총학생회(이하 총학)에 관련 내용이 전달되었다. 그로부터 1주일 후인 지난 달 28일 개최된 간담회에서 박현욱 교무처장은 사흘 후 학사연구심의위원회(이하 학연심)에 관련 안건이 상정될 것이라고 발언했고, 지난 1일 열린 학연심에서 교과과정 개편 안이 통과되었다. 이달 중순 이사회 심의가 남아 있지만, 이 사회에서 교과과정과 관련된 사안이 보류된 적이 거의 없었음을 고려하면, 이변이 없는 한 새로운 교과과정은 당장 내년 2015년도 입학생부터 적용될 것이다.
 
새로운 교과과정에 따르면, 졸업에 필요한 최소 이수 학점은 130학점에서 136학점으로 늘어나고, 부전공, 복수전공, 심화전공 중 하나는 필수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전체 학점은 6학점 늘어나는 데 불과하지만, 전공 학점은 많게는 18학점까지 더 이수해야 한다. 지금도 전공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그것은 상당한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으며, 부전공, 복수전공을 이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필수’라는 단어에 강한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심화전공은 큰 틀에서 방향만 설정되었을 뿐이지 실제로 어떤 과목이 어떤 방식으로 개설?운영될 것인지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교과과정의 이수 요건은 교육기관에서 학생들에게 어떠한 교육을 제공할 것인지 밑그림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학생들의 승인이 필요한 사안은 아니다. 학교의 교육 철학에 따라 합리적으로 제정한다면 학생들이 반발할 근거도 없다. 하지만 그것이 학생들의 의사를 배제한 상태에서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교과과정 개편이 필요하다면, 현행 교과과정이 어떠한 문제를 안고 있으며, 왜 이 시점에서 개편이 필요한지, 새로운 개편안에 따라 교육의 질이 얼마나, 또 어떻게 높아질 수 있는지 학내 구성원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교과과정 개편은 학생들의 동의를 구해야 할 사안은 아니지만, 교무처에서는 학연심 10일 전 총학에 개편안을 전달함으로써 형식적으로 학생들과 소통하려는 시도는 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의견을 모으고 이에 대한 우려나 문제점을 들어 개편안에 반영하기에는 열흘이라는 시간이 너무나 촉박하다. 신입생입학 면접도 끝난 11월 말 교과과정 개편 안을 공개해 학내 여론을 수렴하고자 한 것은 소통 부재라고 학생들이 반발할 빌미를 제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 학교는 전임 총장 시절 소통 부재로 여러 가지 학내 갈등이 일어났던 아픈 기억이 있다. 새로운 교과과정이 2015년 신입생부터 과학 및 공학 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을지 없을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새로운 교과과정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고 이를 반영하기에는 일정이 지나치게 촉박하게 진행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현재 재학생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교육과정이라고 현재 재학생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교무처에서는 지금부터라도 학내 구성원들에게 교과과정 개편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고 수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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