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8시, 우리 학교 학우들의, 학우들에 의해 만들어진 뮤지컬 ‘트로이’가 막을 올린다. 작곡부터 공연까지 학우들의 손으로 일궈낸 뮤지컬 ‘트로이’는 장장 3년의 험난한 길을 걸어왔다. ‘공돌이’라는 시선을 깨주고 싶다는 뮤지컬 ‘트로이’ 기획자 이웅기 학우(기계공학전공 12)에게 뮤지컬이 제작되기까지 뒷이야기를 들어보자
▲ 이웅기 학우/이웅기 학우 제공
어떻게 뮤지컬을 기획하게 되었는지
제가 1학년이었을 때 룸메이트였던 친구와 함께 처음 기획하게 되었어요. 그 친구는 고등학교 시절 뮤지컬을 기획해서 성공한 적이 있었고, 대학교에 와서도 다시 한 번 도전해보겠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새내기였던 재작년에 제안을 받아 시작하게 되었어요.

‘트로이 전쟁’이라는 소재를 선택한 이유는
저와 함께 기획한 친구가 개인적으로 호머의 소설 ‘일리아드’를 좋아했어요. 트로이 전쟁을 다룬 소설 일리아드는 사랑, 갈등, 질투, 모험 등의 다양한 이야기와 삶의 희노애락이 복합적으로 얽혀있어요. 일리아드에 나와 있는 삶의 ‘모든 것’을 뮤지컬에 담고 싶었고, 관객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었어요.
 
3년 가까이 준비했는데,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뮤지컬 ‘트로이’는 기존에 나와 있는 뮤지컬이 아닌, 저희가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낸 뮤지컬이에요. 호머의 일리아드를 읽고 시나리오를 짜는 것이 첫걸음이었어요. 저는 작곡을 담당해 각 장면에 맞는 노래를 만들었어요. 그 다음은 녹음 과정을 거쳤죠. 녹음한 노래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배우도 모집했어요.

뮤지컬 제작 자금을 구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예산을 구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어요. 대학생의 아이디어 공모를 받아 자금을 지원해주는 한 프로그램에서 처음 받은 돈을 종잣돈 삼아 본격적으로 제작을 할 수 있었죠.
하지만 갈수록 더 큰 예산이 필요했고, 그래서 찾아간 곳이 뮤지컬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기업이었어요. 그런데 기업은 하나같이 “너희들이 무엇을 하려는지 잘 모르겠다”라고 혹평할 뿐이었어요. 그래서 짧은 예고편 영상을 제작해 기업들에게 다시 보여줬지만 결국은 실패했어요.
 
제가 노영해 교수님의 Music & Music history 강의에서 뮤지컬 ‘트로이’의 노래 몇 개를 아카펠라로 편곡해 부른 적이 있었는데, 노 교수님께서 감명을 받으시고 연구비가 지원되는 URP로 뮤지컬을 제작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하셨어요. 하지만 그나마도 떨어졌지요.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이 우리 학교 학생지원팀과 E*5 창업지원 프로그램이었어요. 드디어 이곳에서 뮤지컬 제작을 시도하는데 충분히 도움 될 만한 자금을 얻을 수 있었어요.

학생들이 만든 뮤지컬이기에 겪은 어려움은
학업을 병행하는 학생들이 뮤지컬을 만들었기 때문에, 배우를 모집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어요. 지인들에게 수소문하고 포탈과 자보를 통해 홍보를 해, 40명 정원을 겨우 채웠지요. 하지만 40명의 배우들이 모두 함께 연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각자의 일정이 달라 모이기도 어려웠어요. 장소를 구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었어요. 넓은 장소를 필요로 하는데, 대강당을 쉽게 제공해주지 않더라고요. 최소한의 지출을 위해 소품과 의상도 신학관의 창작공방에서 저희가 직접 제작했어요.

최종 목표는 무엇인지
저희가 처음 뮤지컬을 처음 기획할 때 세웠던 목표 중 하나가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은 물론, 영어로 번역해서 해외까지 수출하는 것이었어요. 또한, 뮤지컬 ‘레 미제라블’처럼 영화로도 제작해 저희 뮤지컬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어요.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결국 트로이가 함락되는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트로이의 모든 왕족들과 영웅들이 죽는데, 그 장면의 노래가 정말 슬프거든요. 또한, ‘슬픔’이라는 감정을 가장 잘 담고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건담’머리 목마는 일부러 해학적으로 만든건지
우리 학교 문화과학기술대학원 석사 과정 원우께서 뮤지컬 홍보 포스터를 보고 자청해 목마를 제작해주셨어요. 프로젝션 맵핑이라고 하는 최신 기술로 목마를 만들 수 있다고 하시길래 의뢰를 하게 되었죠. 그런데 그분께서 “KAIST의 개성을 담고 싶다”라며 머리를 건담으로 만들었어요.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맘에 들지 않아요. 왜 건담이 우리 학교의 개성을 담는지도 모르겠고요. 저희 뮤지컬은 상당히 진지한 정극이기 때문에 얼굴을 가려버리거나 엉덩이만 보여주는 것도 고려하고 있어요.

지속적인 활동 계획이 있는지
즐거운 대학생활이나 신나는 대학생활 수업시간에 공연할 계획이 있어요. 예술의 전당에서 아마추어 뮤지컬을 공연할 기회를 제공하는데, 그곳에서도 공연하려고 해요.

학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외부 시선은 물론, 우리 학교 학우들은 스스로 ‘공돌이’라는 이미지를 박아놓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공계와는 거리가 먼 뮤지컬을 제작하는데 저희 기획단뿐만 아니라 많은 학우가 참여했어요. 안무, 작곡, 녹음과 같은 제작과정에 각 분야에 전문적인 동아리들이 큰 도움을 주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 뮤지컬을 보고 학우들은 물론, 외부인들도 ‘공돌이’라는 시선을 깨주셨으면 해요.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