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책] 액트 오브 킬링 - 학살을 재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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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책] 액트 오브 킬링 - 학살을 재연하다
  • 박지현 기자
  • 승인 2014.12.02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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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인간이 존엄하다고 배우며 이를 당연한 상식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반세기 전만 해도 이 ‘상식’을 깨는 대형 사건이 세계 각국에서 빈번하게 일어났었다. 인도네시아 역시 그런 나라 중 하나다. 1965년, 인도네시아에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고 권력을 잡은 군은 군사 독재에 반대하는 사람을 공산주의자로 매도해 학살했다. 인도네시아는 현재도 군이 정부를 장악하고 있고 100만 명 이상을 죽인 살인자들은 처벌받기는커녕 영웅으로 추대받고 있다. <액트 오브 킬링>은 이 학살 사건의 실제 살인자들에게 그들의 학살을 영화로 만들게 하고 그 제작 과정을 담아낸 다큐멘터리이다. 학살자는 고문, 살해, 집단 방화 등 다양한 상황을 연출하며 영화를 만든다.
<액트 오브 킬링>은 학살자이자 영화 제작자인 ‘안와르 콩고’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안와르 콩고는 자신의 ‘양심’에 따라 공산주의자들을 살해했다고 말한다. 영화 초반에 그는 영웅담을 말하듯이 자랑스럽게 살인을 추억한다. 고문과 구타 행위, 살해 행위와 시체 처리를 즐거운 듯이 재연하는 학살자의 모습에서 관객은 이제껏 알던 윤리 의식이 파괴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안와르 콩고는 친구와 낚시를 즐기고, 손자를 사랑하고, 해맑게 웃기도 하는 흔한 노인이다. 군부의 선동으로 평범한 사람이 일말의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액트 오브 킬링>은 이러한 인간 사회의 잔혹함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5년이 넘게 영상을 촬영하며 <액트 오브 킬링>의 제작진은 조심스레 그가 자신이 한 행위가 ‘죄’라고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제작진이 의도한 대로 안와르 콩고는 살인을 연기하는 다른 학살자를 제삼자가 되어 바라보고 살해당하는 입장을 직접 연기하며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끝내 영화 후반에 이르러서는 자신의 행위가 죄였는지 물음을 던진다.
이 영화는 인도네시아의 부패한 역사를 조명하고, 학살자에게 자신의 행위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영화에서 몇몇 학살자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자신의 폭력행위를 정당화한다. 그들은 자신을 스스로 승리자로 칭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누린다. 이런 현실은 인도네시아와 같이 군부 독재를 경험하고, 이때 권력을 잡은 기득권층이 아직 득세하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어 더욱 크게 와 닿는다.
<액트 오브 킬링>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과감하게 비추며 관객을 불편하게 만든다. 엔딩 크레딧에서 영화 스태프의 이름 대신 올라오는 ‘anonymous’는 영화가 허구가 아님을 상기시킨다. 장면이 함축하는 바를 추측하며 영화를 곱씹어보자. 영화를 파헤칠수록 불편해지지만 그만큼 ‘인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박지현 기자
pajihu311@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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