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19.7.15 월 23:40
시작페이지로 설정즐겨찾기 추가
> 뉴스 > 학술·연구 | 학술
     
꿈의 소재 탄소나노튜브, 실체가 드러나다
[399호] 2014년 11월 18일 (화) 권민성 기자 bnt2080@kaist.ac.kr

모든 생명체의 구성 원소인 탄소는 많은 동소체를 갖고 있다. 탄소 동소체에는 흑연, 다이아몬드, 풀러렌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탄소로만 이뤄져 있지만, 탄소 간의 결합 상태가 모두 달라 각자 다른 성질을 갖고 있다. 학계의 관심이 높은 탄소나노튜브도 탄소의 동소체 중 하나로, 전도성이 우수하고 강도가 높아 산업계에서 신소재로 활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지난 5월 16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계면제어연구센터 이재갑 박사와 국제 연구팀은 탄소나노튜브의 구조가 기존에 예상했던 구조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는 탄소나노튜브의 성질이 기대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며, 탄소나노튜브를 활용하려는 분야에 여파가 크다


탄소나노튜브를 발견하다
지난 1991년, 탄소나노튜브를 처음 발견했을 때 일본의 이지마 스미오 박사 연구팀은 탄소나노튜브가 그래핀이 성장해 만들어진 원통형 구조물이라고 결론 내렸다. 발견 당시에는 나노 구조를 분석할 수 있는 장치가 세계적으로 많지 않아 탄소나노튜브의 분자적 구조에 대한 정확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2000년도 이후 이를 분석할만한 성능을 가진 장치들이 대거 등장했지만, 탄소나노튜브에 대한 분석은 이미 끝난 것으로 판단해 탄소나노튜브의 구조를 다시 조사하기보다는 실생활에 응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졌다.

우수한 강도와 전도성에 대한 기대
만약 탄소나노튜브가 기존 예상대로 결함이 존재하지 않는 완전한 원통형 구조라면 높은 전기 전도성과 우수한 강도를 가진다. 이 경우 모든 탄소 원자가 sp2 혼성 오비탈을 가지므로 단일 결합을 할 때보다 결합 차수가 높아 단단하고, 비편재화 오비탈(delocalized orbital)이 생기므로 전자가 탄소나노튜브 위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탄소나노튜브는 반도체 산업이나 복합재료 등 여러 방면의 산업과 연구에 신소재로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한동안 탄소나노튜브를 신소재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빛을 보지 못했다. 계속된 연구에도 불구하고 예상했던 것보다 탄소나노튜브의 강도가 약하고, 탄소나노튜브가 반도체적인 성질을 잘 띠지 않았기 때문이다.

탄소나노튜브의
결함이 있는 나선형 구조를 발견해
이 박사 연구팀은 우연히 그래핀이 기존에 알려졌던 것과 다른 층상 구조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기존에는 그래핀이 AB 적층 구조로만 층을 이룰 수 있다고 알려졌었는데, 이재갑 박사 연구팀은 그래핀이 AA'적층 구조도 형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탄소나노튜브는 그래핀이 성장해서 만들어진 구조물이므로, 이 연구 결과는 탄소나노튜브의 구조가 기존에 알려졌던 것과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그 후 이재갑 박사 연구팀은 탄소나노튜브의 구조를 다시 조사하게 되고 그 결과, 탄소나노튜브는 그래핀이 원통형으로 성장한 것이 아니라 나선형으로 성장한 물질임이 밝혀졌다.

전기 소자로 사용할 수 없는
탄소나노튜브
그래핀이 나선형으로 성장하면 외양은 원기둥처럼 보일지 몰라도, 전체적으로 옆면에 결함이 생기기 때문에 원통 구조와 완전히 다른 성질을 띠게 된다. 실제로 탄소나노튜브는 완전한 원통형 구조로 성장했을 때 갖췄을 유용한 성질들을 갖지 않아 과학자들은 이를 활용할 수 없게 되었다.
먼저 탄소나노튜브는 학계에서 예상했던 것 처럼 반도체가 아니라 도체다. 이전에 진행되었던 실험에서는 탄소나노튜브에 일정 크기 이상의 에너지를 가하면 전기가 흐르는 등 반도체와 비슷한 성질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학계의 연구 결과 탄소나노튜브 옆면을 따라 생긴 분자적 결함이 전자의 이동을 방해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실제로 반지름이 서로 다른 탄소나노튜브를 여러 개 합성해서 만든 다중벽탄소나노튜브(Multi wal-led carbon nanotube)는 반도체적인 특성이 없어 실제로 탄소나노튜브가 반도체가 아닌 도체라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게다가 탄소나노튜브는 전기 전도성도 일반적인 금속보다 우수하지 않으며, 전기적 특성을 하나하나 모두 제어하기도 어려워 사실상 반도체 등의 전기 소자로 사용할 수 없다.

구조에 결함이 있어
약한 강도를 보이는 탄소나노튜브
또한, 탄소나노튜브의 강도는 원래 예상했던 기대치에도 훨씬 못 미친다. 얼마 전까지 탄소나노튜브는 구성 원자 사이의 결합이 강해 강도가 이론적으로 강철보다 100배 이상 강할 것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한때는 탄소나노튜브의 긴 길이와 단단한 성질을 이용해 새로운 복합재료로 활용하려는 연구 또한 활발하게 이뤄졌다.
하지만 연구 결과로 밝혀진 탄소나노튜브는 결함이 존재하는 일종의 나선형 흑연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예상보다 훨씬 낮은 강도를 가지게 된다. 특히 탄소나노튜브는 유리처럼 잘 깨지는 성질인 ‘메짐성’이 있어 강한 충격을 잘 견디지도 못한다. 이는 기존에 진행되었던 연구에서도 보고된 사례로, 탄소나노튜브의 진짜 구조가 나선형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신축성이 우수하고
그래핀 제작에 활용 가능해
지난 20여 년 동안 반도체, 디스플레이, 에너지, 환경, 복합재료 분야 등에 탄소나노튜브를 활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는 터치스크린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는 데 그쳤으며, 탄소나노튜브를 상용화하는 단계까지 가지 못했다.
이는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탄소나노튜브가 처음 예상했던 원통형 구조가 아닌 나선형 구조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새롭게 구조를 밝힌 탄소나노튜브는 어떤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까?
우선 이전 연구에서도 알려졌듯이, 탄소나노튜브는 주위 환경을 적절하게 조절하면 반지름과 길이를 조절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해 탄소나노튜브의 구조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 신축성 있는 소재가 필요한 분야에 사용될 수 있다.
그 외에도 탄소나노튜브는 수많은 그래핀을 한꺼번에 생산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새끼줄을 짧게 잘랐을 때 지푸라기로 분해되는 것과 같은 원리로, 탄소나노튜브를 여러 개 겹쳐서 만든 다중벽탄소나노튜브를 기계적으로 분해하면 이를 구성하고 있는 다량의 그래핀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다중벽탄소나노튜브는 생산하기 위한 비용이 비교적 많이 들어, 다른 소재와의 경쟁력을 비교해 활용해야 할 것이다.

탄소나노튜브의 진짜 구조를 밝힌 이재갑 박사는 “탄소나노튜브가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주목받아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에서 연구를 해왔으나, 이 분야에서는 사용할 수 없어 이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국내외에서 탄소나노튜브를 활용하려는 연구의 규모를 확대했지만, 이제 탄소나노튜브의 실제 성질이 드러나 관련 연구나 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권민성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카이스트신문(http://times.kaist.ac.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신문사소개기사제보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대전 유성구 대학로 291 KAIST 교양분관 1층 카이스트신문사 | Tel 042-350-2243
발행인 신성철 | 주간 박현석 | 편집장 곽지호
Copyright 2010-2019 카이스트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kaisttime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