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과 마스크로 이미지 분광해서 가시영역 밖 정보 저장해… 의학, 엔터테인먼트 등 산업계에서 폭넓은 활용 기대

우리가 눈을 통해 관찰하는 세상은 있는 그대로의 물리학적 세상과 많이 다르다. 인간의 눈으로는 흔히 R/G/B로 대변되는 빨강, 초록, 파랑의 삼원색으로 표현될 수 있는 영역만 관찰할 수 있다. 또,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카메라는 3차원 세상을 2차원으로 담아내기 때문에 물리학적 차원을 한 단계 낮춰 기록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 학교 전산학과 김민혁 교수는 이 두 가지 한계를 극복해 온전한 물리학적 개체를 디지털화하는 연구를 발표해 <ACM Tra-nsactions on Graphics>, <IEE E Computer Graphics and Applications>등에 게재했다.

인간의 눈에 가까웠던 기존의 기록 기술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카메라는 가시 영역의 R/G/B 삼원색만을 저장한다. 이 정보는 인간의 눈에는 현실을 재현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이지만, 인간과 가시 영역이 다른 동물에게는 상황이 다르다. 조류를 예로 들면, 조류는 UV/R/G /B로 대변되는 자외선, 빨강, 초록, 파랑의 사원색을 인식한다. 마치 2색형 색각이상인 사람이 신호등의 색깔을 구별하기 힘든 것처럼, 사람을 위한 카메라로 보는 컬러 세상은 형태만 비슷할 뿐, 조류들이 바라보는 세상과는 다른 세상이 된다.
일반적인 카메라는 빛에서 R/G /B 값만을 선별해서 저장한다.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은 색 필터를 거쳐 400nm~500nm, 500nm~6 00nm, 600nm~700nm 구간의 빛으로 나누어진다. 이후 빛의 세기를 센서로 측정한 후 2×2 행렬에 기록한다. 한 픽셀에 R/G/B 세 개의 값이 필요해 2×2 행렬의 세 칸에 R/G/B의 세기가 기록되고, 나머지 한 칸에는 부차적인 정보가 기록된다. 이처럼 기계적 구조부터 인간의 눈에 맞춰진 카메라는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을 보여줄 뿐,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은 보여주지 못한다.

깊이 정보 측정 힘들었던 분광기
반면, 자연과학 실험실에서는 흔히 쓰이는 분광기는 다양한 파장대의 정보를 기록할 수 있다. 거의 모든 파장대의 빛을 분석해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변화도 분광기로는 포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분광기는 매우 작은 영역이나 물체에서 나오는 파장만을 측정할 수 있어 3차원 물체 전체를 측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새의 깃털을 새가 보는 모양 그대로 3차원으로 출력해 보여주고 싶다면 새의 깃털을 3차원으로 분광해야 하는데, 기존 기기로는 이를 하기 몹시 어려웠다.

기존 한계 극복한 초분광 3차원 영상 측정 시스템
김 교수는 세계 최초로 이 두 가지 한계를 동시에 극복한 시스템을 개발했다. 김 교수의 시스템은 가시 영역이 아닌 자외선과 근적외선을 포함한 광대역의 파장대의 정보를 기록할 수 있고, 2차원이 아닌 3차원으로 이 정보를 담아낼 수 있다.
삼원색뿐만 아니라 모든 파장대별 빛의 세기를 기록하기 위해 김 교수는 분광기에서 쓰이는 프리즘을 사용했다. 프리즘을 통과한 빛은 파장에 따라 서로 다른 정도로 밀려나 분리되어 파장대별 빛의 세기를 측정하기 쉬워진다. 하지만 분광된 빛은 이산적으로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정도로 밀려 분광된 빛 중 한 곳의 빛의 세기가 어느 파장대의 세기를 나타내는지 정확히 역산하기 힘들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프리즘을 통과하기 전 빛에 마치 QR코드처럼 생긴 고해상도의 마스크를 통과하게 한다. 마스크를 통과한 빛은 지문이 새겨진 것처럼 특징을 띠게 되어 겹쳐지더라도 수학적 계산을 통해 원래 빛의 세기를 역산할 수 있게 된다.

이 시스템은 제논과 자외선 광원을 사용해 물체가 반사하는 빛과 물체가 내는 빛을 측정하고, 레이저로 만들어진 구조광원을 이용하며 삼차원 표면 형상을 기록할 수 있다. 이 정보를 컴퓨터로 처리하면 의미 있는 파장대의 정보를 모두 기록한 3차원 분광 영상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초분광 3차원 영상시스템은 의과학, 군사,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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