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책] 카트 - 타인이 내가 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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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책] 카트 - 타인이 내가 되는 순간
  • 김하정 기자
  • 승인 2014.11.17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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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영화 최초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다룬 영화 <카트>가 개봉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카트>는 <인터스텔라>가 스크린을 점령한 상황에서 예매율 2위를 기록하며 관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형마트인 ‘더 마트’에서 계산원으로 근무하는 ‘선희’는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선희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연장근무도 마다치 않고, 남들보다 더 일하면서 악착같이 일한다. ‘우수사원이니 곧 정직원으로 승진시켜주겠다’라는 회사의 말을 믿으며 하루하루를 버티던 선희는 갑자기 해고 통지를 받는다. 해고 통지를 받은 사람은 선희뿐만이 아니었다. 모든 계약직 사원을 갑자기 해고한 회사의 결정에 사원들은 분노한다. 노동조합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묵묵히 시키는 일만 하다 한순간에 잘리게 된 사원들은 회사에 대항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대화를 시도한다. 하지만 대화는 성사조차 실패하고, 선희와 동료들은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저항을 시작한다. 
선희와 같은 비정규직 직원의 근무 환경은 열악하다. 쉬는 시간에 제대로 쉴 공간이 없어 좁은 공간에 둘러앉아 쉬고, 탈의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보일러실 옆에 임시로 만들어 놓은 공간에서 옷을 갈아입는다. 고객의 비상식적인 요구에 무릎을 꿇고, 회사의 비상식적인 처사에 속절없이 당한다. 하지만 그들은 뭉치고, 강해진다. ‘낙숫물은 바위를 뚫는다’라는 문구가 적힌 조끼를 입고, 회사와 싸운다. 
‘타인의 불행 아직 오지 않은 고통은 내 것이 아니니까 아랑곳하지 않지’ 밴드 자우림의 노래 EV1의 가사 중 일부다. 우리는 타인의 불행을 제대로 듣지 못한다. 아무리 다큐멘터리로, 뉴스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야기를 들어도 우리는 그것을 ‘그들의 세계’라고 생각하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영화 <카트>는 선희의 일이 결코 선희만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과정을 통해 그것이 곧 우리의 일임을 일깨워 준다. 선희가 처음 노동조합을 결성할 때, 정직원이던 동준은 회사의 편에 서서 그들의 시위를 묵인한다. 하지만 그 자신의 계약이 불공정해지는 순간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찾아간다. 선희의 아들인 태영도 마찬가지다.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 상황에서 파업하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던 태영은, 아르바이트 급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선희의 이야기가 자신의 이야기가 되자 비로소 엄마를 이해한다. 
<카트>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우리를 끌어당기지도 않고, 화려한 영상미로 눈을 즐겁게 하는 영화도 아니다. 그저 우리 주위에서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영화다. <카트>를 보고, 미처 생각치 못 했던 것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김하정 기자
hajung0206@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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