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이 만화 시장을 점령했다. 밤 11시, 네이버 웹툰 업로드 시간이 되면 도서관과 카페에서 공부하던 사람들은 잠시 연필을 놓고 스마트폰을 꺼내 든다. 청소년부터 직장인까지, 남녀노소 모두 웹툰의 재미에 흠뻑 빠져든다. 본지도 네이버웹툰 10주년을 맞아 웹툰에 대해 다뤘다.

필자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만화는 금지 품목이었다. 만화책을 빌리면 교과나 참고서 사이에 숨겨놓고 읽곤 했다. 교과서적인 지식이 가득한 학습 만화만이 허락되었다. 만화는 으레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치부되었다. 문화라기보단 심심풀이 수단에 가까웠다. 그래서일까, 최근 SNS에서 드라마로도 방영되고 있는 웹툰 <미생> 단행본을 부장님이 법인카드로 사 나눠주더라는 일화를 읽고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비주류에 불과했던 만화가 웹툰에 이르러서 드디어 주류가 되었다. 만화가 당당히 문화의 한 자락으로 자리 잡게 된 건 웹툰이라는 혁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전의 만화 시장은 불법 스캔본과 만화 대여점 때문에 아사 직전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이라는 접근성 높은 매체에 무료로 만화를 제공하고, 일일 방문자 수가 높은 포탈 사이트를 통해 홍보했다. 도전 만화가라는 채널이 생겨 미리 시장성을 가늠해보고 실력 있는 작가를 골라낼 수 있게 되었다.무료로 시작한 사업이지만 단행본, 영화 및 드라마화, 캐릭터 사업 등으로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해냈다. 

만화가 주류로 부상할 동안 오히려 비주류로 전락한 곳이 있다. 소위 말하는 학생 사회다. 몇 주 전, 학우들은 수강신청제도가 변경되었다는 소식을 교수님의 페이스북을 통해 먼저 접해야 했다. 중앙운영위원회 속기록에 따르면 총학은 대학우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수강신청제도 변경을 진행했다고 한다. 하지만 학내 커뮤니티 ARA에 공개된 이번 해와 지난해 대학우 설문조사 결과에는 수강신청제도에 관한 문항이 아예 없었다. 설상가상, 집행기구를 감시해야 할 감사위원회는 지원자 부족으로 꾸려지지 못하고 있다.

이제 우리에겐 혁신이 필요하다. 조금 더 투명하게, 조금 더 삶의 구석구석에서 학우들에게 다가올 필요가 있다. 그 시작은 지금 당장 닥쳐올 변화가 무엇인지 면밀하게 알리고 학우들의 목소리를 듣는 데에서부터이지 않을까. 지난달 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꾸려졌고, 곧 총선거가 시행될 것이다. 다음 호에 실리게 될 선본 소통 공약에서 ‘혁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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