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부터 오는 7일까지 3주에 걸쳐 부산에서 ITU(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국제전기통신연합) 전권회의가 개최된다. 내년으로 설립 150주년을 맞는 ITU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제기관이다. ITU는 세계 ICT의 발전과 확산을 주도하는 UN 산하 기관으로, 우리나라는 1952년에 ITU에 가입했다. ITU와 우리나라의 인연과 올해 ITU 의제를 정리해보았다

ICT가 나아갈 길을 정하는 ITU 전권회의

ITU는 “세계 각국의 모든 사람을 잇는다”를 모토로 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제기관이다. 1865년 유럽에서 국제협력을 위해 만들어진 ITU는 1947년 UN의 ICT 전문기관으로 선정되었다. 인류의 거의 모든 활동에 필요한 ICT를 담당하는 기구인 만큼 ITU에는 세계정보통신개발총회, 전파통신총회 등 크고 작은 다양한 회의가 있다. 이런 모든 산하 회의의 결과를 보고받고 세계 ICT의 방향을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 회의를 ITU 전권회의(Plenipotentiary Conference)라고 한다. 
ITU의 대표적인 업무는 전파자원 관리, 인공위성 궤도 관리, ICT 국제 표준 제정 등이 있다. 먼저, 주파수는 의료, 통신, 군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되는데, 이때 서로 겹치는 주파수를 쓴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산업별 주파수 합의가 필요하다. 또, 물리적으로 한정된 자원인 주파수를 수요에 맞게 할당하는 것 역시 중요한데, 이러한 합의를 ITU 회의에서 의결한다. 인공위성 궤도 역시 한정된 자원인 만큼 강대국과 약소국에 공평하게 분배해 ICT의 혜택을 고루 누릴 수 있게 정하는 것 역시 ITU다. 마지막으로,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에 들어가는 표준기술 역시 ITU에서 제정한다. 각종 산업계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서비스와 물품을 생산하면 큰 혼란이 올 수 있어 국제 표준을 합의해 이를 방지하고, 표준을 공표함으로써 안정적인 기술 발전을 도모한다.

ITU 지원 대상 개발도상국에서 ITU 전권회의 유치국으로

우리나라는 냉전이 한창이던 1949년 처음으로 ITU에 가입 신청을 했으나 ITU 회원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가입에 실패했다. 다음 해인 1950년에 가입 승인을 받았지만 한국 전쟁 발발로 정식 가입을 미루다 1952년 ITU의 정식 회원국이 되었다. 당시 한국은 한국 전쟁 때문에 대부분의 방송 통신시설이 황폐해져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했는데, 통신 인프라의 재건에 ITU가 큰 도움을 주었다. 이후 한국은 미국을 이어 두 번째로 인터넷을 도입하고 올해 우리 학교 이재섭 연구위원이 ITU 표준화 총국장으로 선출되는 등 명실상부한 세계 ICT 선도 국가가 되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견해차, 원만히 조정될까

이번 전권회의는 폭넓은 주제를 다룬다. 첨예한 대립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표적인 주제는 ITU가 인터넷 관리(Internet governance)와 인터넷 보안에 얼마나 개입해야 하는 지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견해 차이는 뚜렷하다. 선진국은 지금껏 해온 것처럼 ITU가 적극적인 개입을 할 필요 없이 민간 관리로 충분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면, 개도국과 아랍권 국가들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이 인터넷을 과도하게 통제, 감청하고 있다며 국제기구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한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IP주소인 IPv4를 IPv6으로 좀 더 일찍 전환하자는 의제도 눈에 띈다. 인터넷 도입 초기에 사용된 IPv4는 주소가 거의 고갈되었는데, 대부분 주소를 인터넷 선진국이 차지해 불평등이 일어난다는 이유 때문이다. IPv6는 IPv4보다 1028배 많아 불평등을 해소할 수는 있지만, 인터넷 감시가 더 쉬워지고 기반 환경 구축 비용이 커 천천히 충분한 준비를 한 뒤 전환하자는 의견도 있다.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제안한 의제는 ICT 융합과 사물인터넷(IoT)이다. 현재 ITU는 전기, 정보, 통신의 좁은 범주의 융합만을 논의하는데 이를 넓혀 의료, 교육 등 현실에서 ICT가 활발히 활용되고 있는 산업의 범주까지 논의를 넓히자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ICT 융합 의제다. 사물인터넷은 생활 속 사물을 인터넷에 연결해 생활과 인터넷을 밀접하게 관련시키는 개념이다. 한국이 발의한 의제는 사물인터넷에 관련된 규약, 표준 등을 미리 제정해 곧 다가올 사물인터넷 시대를 준비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ICT 개도국에서는 아직 먼 이야기인 만큼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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