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뉴욕에서 시민들의 사진을 찍으며 인터뷰를 하는 일명 ‘Humans of New York’이 유행했다. 그들은 벤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 길거리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 등 도시와 시민의 이야기를 담으며 큰 이슈가 되었다. 이와 유사하게, 우리 학교에서도 ‘Humans of KAIST’가 페이스북을 통해 첫 선을 보이며 학우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박광은(산업디자인학과 12), 박준동(산업디자인학과 08), 김성배(산업디자인학과 12), 하지윤(무학과 14) 학우는 캠퍼스 내 사람들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과 인터뷰를 게시하며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재미삼아 시작했지만 지금은 그들의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Humans of KAIST 팀을 만나보았다

▲ Humans of KAIST/ⓒ 박건희 기자
교내 구성원들의 이야기 담아 간접적인 소통의 장 마련해
Humans of KAIST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학우, 교직원, 외부 방문자 등 캠퍼스 내 사람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과 함께 짧은 인터뷰를 게시한다. 사람들은 지인의 인터뷰가 올라오면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며 환호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꼭 아는 사람의 인터뷰만 보는 것은 아니다. 모르는 사람의 모습과 이야기도 함께 보며 공감하고 소통한다. Humans of K AIST 팀은 사람들 사이에서 간접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싶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우리 학교 안에서 매일 다양한 사람들을 보지만 잘 모르는 사람은 다시 마주쳐도 모르는 채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로를 ‘공부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Humans of KAIST가 일궈내고자 하는 모습이다.

맨 땅에서 일궈낸 Humans of KAIST
처음 Humans of KAIST를 구상한 박광은 학우는 Humans of New York을 구독하며 우리 학교에서도 똑같이 시도해볼 생각을 했다고 한다. 박광은 학우가 룸메이트인 박준동 학우에게 이를 제안해 박준동 학우 아버지의 카메라를 가지고 시도한 것이 Humans of KAIST의 시작이다. 두 학우는 좀 더 나은 사진 기술을 배우기 위해 같은 과 학우이자 빛따라 회원인 김성배 학우를 영입했다. 또한, 외국인 학우들을 위해 인터뷰를 영어로 번역해 함께 게시하는 역할을 맡은 하지윤 학우가 합류하며 지금의 Humans of KAIST 팀이 꾸려지게 되었다.

쉽지만은 않았던 첫 걸음
Humans of KAIST 팀은 낯선 사람을 인터뷰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혹시 상대가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앞서 선뜻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때문에 팀원들끼리도 논의를 거치고 어떤 식으로 인터뷰했는지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시도한 인터뷰가 매번 성공하는 것도 아니었다. 처음 Humans of KA IST를 시작한 그들에게 차가운 인터뷰 거절은 상처로 다가왔다. 하지만, 인터뷰를 거절하는 것도 사람들의 모습 중 하나라고 말한다.
김성배 학우를 영입하기 전까지는 DSLR 사진기로 촬영하는 방법도 익숙하지 않아 크게 고생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각자의 카메라를 가지고 능숙하게 사진을 찍을 정도로 숙련되었다고 한다.

다양한 사람들의 깊은 이야기 듣고 싶어
처음 Humans of KAIST를 시작할 때는 우리 학교가 뉴욕과는 달리 협소한 공간에 비슷한 사람들이 많아 유사한 인터뷰 내용이 많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김성배 학우는 “우려와 달리 각자의 개성이 너무나도 달라 놀랐다”라고 한다. 특히,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한 대학원생을 인터뷰 했을 때, 우리 학교도 뉴욕 못지않게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박준동 학우는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으로 우리 학교를 자퇴한 한 학우를 꼽았다. 박준동 학우는 자신의 힘들었던 기억을 남에게 말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부터 그러한 이야기를 가감없이 들을 수 있어서 감명 깊었다고 전했다. 또한, 사람들의 아픔을 담는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팀원들이 생각하는 Human of KAIST의 방향은
학내 사람들의 개성이 다양하듯이 팀원들이 생각하는 Humans of KAIST의 방향도 다양했다. 다른 팀원들은 인터뷰를 할 때 자신들이 Humans of KAIST 팀이라는 것을 밝히는 반면, 박준동 학우는 그 사실을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는 순수한 인터뷰를 원한다고 전했다. 또한, 선호하는 인터뷰도 다르다. 박광은 학우는 깊은 밤에 인터뷰 하는 것을 즐긴다. 밤에는 주변에 아무도 없이 둘만의 시간이 만들어져 깊은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Humans of KAIST의 모든 팀원들은 하나된 목소리로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기보다는 하루하루 쌓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친구들과 함께 Humans of KAIST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그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소중히 하라”라고 전했다. 하지만 동시에 “남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말해주면서 스스로 자신을 돌이켜 볼 수 있는 인터뷰가 되었으면 한다”라고 바람을 말했다.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는 인터뷰가 아닌, 말하는 사람도 자신과 소통하는 것이 그들이 만들고 싶은 우리 학교의 소통의 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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