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책이라고 하면 거부감부터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역사의 연대기적 나열에 피로감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윌 듀런트, 아리엘 듀런트 부부 저자는 역사 사건이 아니라 인간 본성에 주목해 1만 년 인간 역사를 풀어냈다.
저자는 우주의 역사에 비했을 때 우리의 역사가 매우 짧으며,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거의 변하지 않았음을 강조한다. 인간은 여전히 적과 싸우고, 짝을 찾으며 자식을 양육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진보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교육을 통해 앞의 세대가 쌓아온 지식과 혁신을 후대에 전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간의 진화는 생물학적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일어났다.
저자는 인간 세상에서 ‘불평등’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모두 자유롭지도, 평등하지도 못하게 태어난다. 어떤 이가 그 시대에 필요한 능력을 갖췄는가 하면 또 어떤 이의 능력은 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한다. 능력의 차이는 결국 소유의 차이를 낳는다. 역사가 반복되는 이유는 인간이 불평등하게 태어나고 그로 인해 부가 소수에게 집중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어 자유와 평등을 얻고자 노력했다. 국가는 법으로 정의를 보장하고 구성원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했다. 동시에, 도덕률과 종교는 불평등한 역사 속에서 인간의 호전성을 억누르는 역할을 맡아왔다. 도덕은 구성원의 행동을 제한했고 종교는 사회가 불안정해질 때 구성원들의 심적 안정에 도움을 주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부와 특권이 소수에게 과도하게 집중되면 사람들은 혁명을 일으켜 사회 체계를 바꾸고자 했다. 계급에 맞서 싸운 프랑스 혁명이 그러했고, 부를 분배하고자 한 사회주의 운동이 그러했다. 인류는 쳇바퀴처럼 부의 집중과 재분배를 반복해왔으며 이 일련의 과정이 곧 역사다.
<역사의 교훈>은 제목 그대로 인류가 만든 역사와 그 교훈에 대한 책이다. 역사는 대규모로 반복되고, 인간은 노예제, 전쟁, 독재 등의 뼈아픈 실수를 저질러 왔다. 이를 저자는 담담히 서술한다. 하지만 치안, 제도, 경제 안정 등 모든 면에서 질적으로 향상된 인간 사회를 조명하며 희망을 말한다. 그리고 앞의 세대가 그러했듯 저자가 찾은 교훈을 이 책을 통해 후대에 전하고자 했다. ‘역사의 교훈’은 200여 페이지의 짧은 책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20세기 지성의 남다른 통찰력과 색다른 역사 관찰을 맛볼 수 있다.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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