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에 걸쳐 만들어진 영화가 있다.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등 ‘비포’ 시리즈로 호평을 들은 리처드 링클레이커 감독의 신작, <보이후드>다. 지난 2002년부터 찍기 시작해 올해 드디어 개봉한 <보이후드>는 베를린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받고,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적으로 초청되며 많은 호평을 받으며 화제를 이끌고 있다. 대규모 블록버스터 영화 사이에서 흥행을 이어가는 <보이후드>, 도대체 어떤 영화이길래 사람들을 사로잡았을까.
엄마인 올리비아는 남편과 이혼한 뒤 혼자서 여섯 살의 메이슨 주니어(이하 메이슨)와 누나 사만다를 키운다. 메이슨과 사만다는 숙제를 미루고, 초콜릿을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다. 메이슨과 사만다는 매주 주말, 친아빠인 메이슨 시니어와 함께 캠핑도 가고 볼링장도 가며 주말을 보낸다. 올리비아는 아이를 가지며 멈췄었던 학업을 다시 시작하고, 교수가 되는 ‘자신의 인생’을 살아간다.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에서도 잘 적응하고, 각자의 취미도 가지며 나름의 학창생활을 보낸다. 메이슨도 여느 아이들처럼 여자친구와의 관계에 상처받기도 하고 미래에 대한 고민에 몰두하기도 하는 청소년기를 보낸다. 소소한 사건을 겪으면서 자란 메이슨은 어느새 대학에 가는 나이가 되어 집을 떠난다. 
<보이후드>는 12년 동안 매년 15분 분량의 영화를 촬영했다. 여섯 살의 꼬마가 크면서 대학에 갈 때까지 겪는 사건은 배경만 다를 뿐 우리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메이슨이 여섯 살에서 열여덟 살이 되는 3시간의 상영시간 동안 우리는 우리 각자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본다. 아빠가 자식들에게 충고하는 장면에서 부모의 진실한 마음을,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올리비아의 모습에서 우리의 부모를, 혹은 우리의 미래를 떠올린다. 미래에 대한 고민에 빠져 학업을 등한시하는 메이슨에게 건네는 선생님의 충고는 우리에게도 쓰디쓰다. 이렇게 우리는 모두 메이슨이 자라면서 겪는 소소한 사건에 공감하고, 이것을 각자의 이야기에 대입한다. 이 순간, 메이슨의 이야기는 곧 ‘나’의 이야기가 된다. 
영화에서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배경음악도, 소품도 변해간다. 비록 영화의 배경이 미국이어서 완전히 공감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도 메이슨이 살아왔던 시대를 똑같이 살았기 때문에 지금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우리가 그 누구보다도 메이슨의 이야기를 우리 자신의 이야기로 여길 수 있을 것이다. 메이슨이 대학교에 처음 간 날, 배경음악으로 Family of the year의 ‘HERO’라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새로운 출발점에 선 메이슨에게 전하는 노래인지, 자신의 인생을 찾아간 올리비아에게 바치는 노래인지는 각자의 해석에 달려있겠지만, 영화 전체를, 아니 우리네 삶을 꿰뚫는 노래 가사는 모두의 심금을 울린다. 
소설가 테리 프래쳇은 삶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렇게, 특별하지 않은 한 소년의 이야기가 특별하게 다가올 수 있는 이유는 우리 각자의 삶이 모두 특별하기 때문이 아닐까. 
 
김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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