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현역으로 판정받은 대학생에게는 산업기능요원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할 기회가 사라진다. 정부가 산업기능요원 선정에 대학생을 배제하고 1, 2순위 모두 특성화고등학교 및 마이스터고등학교 졸업생을 선정한 기업에만 인원을 배정하기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 정책은 지난 2012년부터 시행된 ‘고졸 취업문화 정착’의 일환으로, 산업기능요원 선정 시 특성화고 및 마이스터고 졸업생에게 우선권을 주는 정책은 이미 시행되고 있었다. 지난달 16일,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은 현 정책을 비판하며,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ICT 산업기능요원 선정에 있어 학력과 출신 학교를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본지는 전 의원을 만나 현재 산업기능요원 제도의 문제점을 알아보고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알아보았다.

 

현 산업기능요원 제도의 문제점은

현역 입영 대상자로 판정받은 대학생들이 역차별을 받을 것이다. 졸업 학교 및 학력에 관해 청년들의 평등권이 침해당한다는 문제도 있다. 또한, ICT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가 부족해서 ICT 산업기능요원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도 하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산업기능요원 제도 확대, 국방력 저하와는 상관없나

참여정부 시절, ‘국방개혁 20 30’ 정책을 통해 병역 복무 기간을 단축하고,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해 나가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의 고도화된 국방 화기와 현대전에서의 전술, 전략화 등을 볼 때 현재와 같은 병역체계는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국방부에서도 지속적으로 정책적 고민을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 총 4,000명의 산업기능요원 제도를 확대하는 것은 국방력 저하와 크게 상관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형평성 논란은 없는지

이미 지금의 산업기능요원 제도에는 1970년대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제조 산업, 농·어업을 대상으로 한 특혜적 지원이 반영되어 있다. 21세기 현재, 창조경제라는 새로운 국정 과제가 제시된 만큼 이런 국정 과제를 이행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지원 제도가 필요하다. 이는 형평성의 문제로 봐야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산업 발전 방향성에 대한 정책적 실현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창조경제에 역행?

작년에 방한한 페이스북 CEO인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를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만난 적이 있다. 많은 한국의 ICT 스타트업 청년들이 주커버그 신화를 꿈꾼다. 그러나 우선 이들에게 주커버그 신화를 이뤄낼 기회가 있어야 한다. 이 기회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 바로 병역 문제다. 하지만 지금의 산업기능요원 제도는 이 장벽을 넘을 기회의 문을 완전히 닫아 놓은 채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창조경제란 젊은 청년의 창의력이 사업의 경쟁력으로 활성화되고 설사 실패하더라도 재도전하는 기회가 제공되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이들에게 그 기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20대의 마크 주커버그가 한국인이었다면 그는 실패의 낙인이 찍힌 청년 신용불량자가 되었을 것이다. 이는 창조경제 국정 기조와는 역행하는 운영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ICT 분야 산업기능요원 확대 정책을 통해 20대 ICT 인재들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확대하고 이를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

 

대학생의 경우,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이바지하지 못할 수 있다?

회사에 지속적으로 복무하는 것은 회사와 개인이 선택해야 할 문제일 뿐, 제도가 고민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산업기능요원 제도는 ICT 인재가 사회적으로 경력을 지속해서 이어 가는 것과 더불어, 중소기업 등이 유능한 ICT 인재와 함께 일할 기회의 장이라는 것이 토론회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ICT 산업기능요원 확대로 ICT 인재들은 병역 문제를 걱정하지 않고 경력과 기술을 지속해나갈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 수 있다. 이러한 인재 양성은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것이며 나아가 국가의 발전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생각한다.

 

현 제도 때문에 발생하는 기업의 불만 사항은

산업기능요원 수혜 대상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이 한정된 인력들이 다양한 기업의 근무 조건을 비교해서 자신이 복무할 기업을 선택한다고 한다. 이에 따라 많은 중소기업이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계획은

병역에 있어서 현 제도에 보수적인 국방위원회보다는 창조경제 국정 과제 시행이 절실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논의하는 것이 빠르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국방위와 함께 논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국방위의 새정연 김광진 의원과 함께 서로 협력해 나갈 예정이다.

그리고 병역 제도 전반에 대한 사회적 고민과 더불어 산업기능요원 운영 과정에서 많은 부작용이 발생한다. 실제로 이런 부작용들이 대학생에게 산업기능요원의 문을 닫은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들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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