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우리 학교 졸업생의 의학전문대학원 진학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진로는 궁극적으로 개인의 선택 문제이기에 타인이 개입하거나 비판할 문제는 아니지만, 국가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우리 학교에서 지나치게 많은 졸업생들이 의학•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공계 전공자라고 반드시 이공계 계통의 연구직에 종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공계 전공자들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는 것은 어쩌면 이공계 학문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문제는 교수•학생 대부분이 이공계 전공자인 우리 학교에서 이공계 연구직을 제외하면 진로 문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렇듯 다양한 진로 분야에 대한 정보 부재가 의학•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 학교는 학생들의 진로를 개인의 선택 문제로 방치해온 것이 사실이다. 본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68%에 달하는 학생들이 진로 교육을 전혀 받아보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선배, 친구, 인터넷 등을 통해 진로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있고, 이공계 연구직에 대한 정보를 제외하면 교수나 교사에게 진로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정확하고,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진로 문제를 고민하다 보니 특정 분야로 쏠림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정한 직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고는 얻기 어렵다. 또한 개인의 능력과 적성에 따라 좋은 직업과 나쁜 직업이 나뉘는 것이지 절대적으로 좋은 직업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직업을 직접 체험해보고 진로를 결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는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조언자가 필요하다. 즉, 지금까지 학생 개개인에게 맡겨두었던 진로 문제를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교육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만으로 특정한 직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직업을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다. 우리 학교는 3달간의 긴 여름방학 기간을 이용해 학생들에게 인턴십에 참여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4번의 여름방학 중 3번만 참여해도 3가지 분야에 대한 경험을 쌓고 진로를 결정할 수 있다. 다양한 직업을 관찰하기에는 너무 부족하지만 전혀 경험해보지 않고 사회로 나가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오늘날 젊은 세대에게 진로 선택의 주요한 기준에 ‘부’가 자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부’보다 더 중요한 기준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인지 여부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다면, 물질적 혜택과 상관없이 그 일을 천직으로 여기고 즐겁게 그 일을 수행할 것이다. 문제는 졸업하는 순간까지 적지 않은 학생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학교는 체계적인 진로 교육을 실시해야 할 것이고, 학생들은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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